G20 정상들 앞다퉈 우크라전 규탄…'러시아 싫다' 단체사진도 생략

공동성명 초안에 러시아 비판 담겨…중국·인도도 "휴전 지지"

15일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판하고 전쟁 종식을 요구했다. 공동성명 초안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 <AP> 통신 등 외신을 참조하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의장을 맡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드시 끝나야 한다"며 "우리는 세계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선 안 된다. 세계가 또 다른 냉전으로 빠져들어가도록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한 G20 정상회의는 16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날 G20 정상들을 향한 화상 연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으킨 파괴적인 전쟁을 끝낼 때"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및 주권 존중을 촉구했다.

G20 정상회의 개막 직전 양자 회담을 가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며 휴전과 평화 회담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서 프랑스와 중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회담 때 시 주석에게 확전을 막기 위해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것을 요청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전 탓이 글로벌 공급망이 "엉망이 됐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휴전과 외교의 길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인도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며 전쟁 비용을 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모디 총리는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제한을 촉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한 사람(푸틴 대통령)이 이 모든 걸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날 불참한 푸틴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과 정상회의에서 마주해야 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 야만스러운 전쟁을 끝내는 것"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을 향한 공격을 비난하기도 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식량 및 에너지 위기를 언급하며 "러시아 정부는 식량을 무기 삼아 굶주림, 빈곤, 불안정성을 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하고 "이 위기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을 보면 미셸 상임의장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변할 징조가 있어 보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나라들이 러시아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이 확인한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연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G20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이 아니다"라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13일 러시아 외무부는 G20 정상회의가 안보가 아닌 사회경제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G20 회원국에 러시아가 포함돼 있고 인도와 중국이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AP> 통신은 15일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상회담 말미에 발표될 공동성명 최종안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식량과 에너지에 대한 피해를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강경한 표현을 받아들일지, 성명이 러시아가 피하는 표현인 "전쟁"을 채택할지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공동성명 채택 실패나 다른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방에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어조를 누그러뜨리도록 설득해 왔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다른 나라 정상들이 러시아 대표인 라브로프 장관과 함께 사진에 찍히는 것을 꺼려 공식 일정에 단체 사진 촬영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크랩트리 영국국제전략연구소(IISS) 아시아 지부장은 영국 BBC 방송에 인플레이션, 식량 안보, 기후변화 등 기존 회의에 비해 문제의 복잡성은 커졌는데 "미국, 러시아, 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없어 이 문제들에 대한 진전은 기껏해야 점진적일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뒤 개최될 수 있을지 불확실했던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고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정상들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가운데)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에 참가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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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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