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가 겪은 "81일 간의 지옥"…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이예람 중사 유가족,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징계 요청 … "군 검사는 군 꼭두각시" 분노

"피 끓는 간절함으로 국방부장관께 요청합니다."

지난 10일, 공군 성폭력·사망 사건의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들은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의 주축으로 꼽혀온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의 중징계를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와 어머니 박순정 씨는 이날 "피 끓는 간절함으로 국방부장관께 요청한다"며 전 법무실장에 대한 강등 이상의 중징계 처벌을 요청하는 징계요구서를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제출했다.

이예람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에는 성추행 신고 이후 이뤄진 조직 내 2차 가해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9월 13일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에도 2차 가해를 당했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2차 가해가 이 중사를 극단적 선택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전익수 실장을 비롯한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인 장 모 중사 등 총 7명의 불구속 기소 사실을 밝혔다.

7명 피의자 중 전 실장은 초동수사의 지휘·감독 라인에 위치한 '윗선'의 인물이다. 유족과 특검은 그가 군 검사에게 압력을 넣는 등 수사에 개입해 수사를 부실하게 만들었으며, 2차 피해를 호소하던 피해자를 방치했다고 지적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면담강요등) 혐의로 기소된 전 실장은 지난달 24일부터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군무원 양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군 검사에게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다.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이주완 씨는 이날 "망인(이예람 중사)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강제추행으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81일 간의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다며 그 '지옥을 만든' 전 실장이 "장군으로 전역하는 명예를 누려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현재 준장인 전 실장은 2022년 12월 만기 전역을 앞두고 있다. 특검은 기소와 함께 전 실장 등에 대한 징계를 국방부에 의뢰한 상태다. 다만 전 실장의 '명예로운 전역'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현 상황에 "정직, 감봉, 근신, 견책 등의 경징계는 불이익도 아니다." 징계위에 회부된 전 실장에 대해 유족 측이 '강등 이상의 중징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종합민원실 앞에서 '공군본부 법무실장 전익수 징계요청' 기자회견을 연 고 이예람 중사의 부모님 이주완 씨(가운데)와 박순정 씨(오른쪽). 고 최현진 일병의 어머니 송수현 씨(왼쪽)도 이날 현장에 참여했다. ⓒ프레시안(한예섭)

"군 검사는 군 꼭두각시 … 예람이 죽게 한 건 결국 군사법원 시스템"

10일은 이 중사가 생을 마감한 지 539일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아버지 이주완 씨는 이날이 "(이 중사가 죽기 전) 고통 속에 있었던 날까지 합치면 640일째 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사는 사건 발생 81일째인 지난해 5월 21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 그는 "군조직의 주변 시선은 저에게 압박감과 죄책감을 주었습니다. 모두가 저를 죽였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상급자인 가해자를 신고한 이후 폐쇄적인 조직 내에서 그가 당한 2차 피해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64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주완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여전히 '조직이 나를 버렸다'라는 이 중사의 마지막 메시지가 각인돼 있다.

이 씨는 특히 "지위를 이용해 자기 사건을 수사 중인 후배 군 검사를 겁박하고, 부실, 태만수사로 망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전 실장이 "응당한 징계를 받지 않고 명예 전역하는 일"이 결국 "바뀌지 않는 군사법원의 시스템"을 상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 부실수사 등에 대한 군 검찰 수사 당시엔, 군 검찰이 전 실장 등 초동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문'을 국회에 제출하며 국방부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후 국회가 2022년 4월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하며 현재의 특검이 형성됐다. 이 중사가 세상을 떠난 지 330일만이다.

전 실장이 징계위에 회부된 것은 이번 특검에 의한 의뢰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전 실장 등에 대한 군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여론의 반향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수사결과 발표 닷새 만에 전 실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이는 실제적인 징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1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전익수 실장이 "징계위에 회부만 됐을 뿐, 국방부는 이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어떤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징계위 개최를 미뤄왔고, 이번 특검 기소처분이 이루어진 후에야 징계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가 군 검찰, 군사법원, 국방부 등을 가리켜 "군은 모두 한통속"이라며 "아예 군사법원 체제를 없애고 (모든 군 피해 사건을) 민간으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지난 9월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식적인 징계위는 그만 … 군 폭력 사건 가해자들, 강력 징계 필요"

이날 연대 발언을 위해 현장을 찾은 고 최현진 일병의 어머니 송수현 씨는 "군 검찰은 모두 군 꼭두각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군 검찰은 2018년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복부 중 군 상관의 괴롭힘 끝에 목숨을 끊은 고 최현진 일병 사건에 대해서도 "최 일병이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해 상관의 혐의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한 바 있다.

송 씨는 이후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가해 상관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징계는 '정직 2개월'에 그쳤다. 송 씨는 "결국 가해자는 3년 만기를 채우고 명예롭게 전역했다. 그때 법원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게 지금의 전익수 실장"이라며 "이번만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방부 및 군 관할인 징계절차와 관련해 김 사무국장은 "엄밀히 말하면 징계의 요건은 (재판 등) 법원의 절차와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군 폭력 사건으로 가해자가 기소되거나, 또는 기소 필요성이 인정될 만큼의 상관관계가 인지될 경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이예람 중사) 사건만 보더라도 수사 주체가 군 검찰이냐, 특검이냐에 따라 기소 의견이 갈렸다"며 "유족들의 입장에선 군 차원의 '제 식구 감싸기'를 지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징계와 관련해서도 똑같은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실장의 경우 공군에서는 최초로 장군을 단 법무관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라며 "유족들은 앞으로의 일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강등 이상의 중징계가 내리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종합민원실 안내에 따르면, 국방부는 유족들의 요청서에 대해 14일 이내 답변해야 한다.

▲국방부종합민원실에 징계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이주완, 박순정 부부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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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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