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 도대체 무슨 일이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나?

[현안진단] 한반도를 덮친 연속적 무력시위의 공포

최근 북한은 각종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11월 2일에는 미사일 1발이 휴전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남측 동해 해상에 떨어져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괜찮았을 때 합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상대와 인접한 자기 지역에 완충구역을 설정하여 군사행동을 자제키로 한 약속(9.19합의)을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 대놓고 남측 지역을 겨냥하여 발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여 "북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고 북한의 추가적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지시와 함께 우리 군도 북한지역을 향한 보복시위 성격의 대응사격을 하도록 승인했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도발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메시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일본상공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일본에서도 대피경보가 발령되었다. 이번 것은 미국 쪽을 겨냥한 것이 명백하다.

북한은 올해에만 열흘에 한번 꼴로 모두 1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정거리(단/중장거리/대륙간)와 고도(고/중저고도), 속도(극초음속 등)가 다양한 미사일을 동서남북 여기저기(비행장, 철로, 산속, 저수지 등)서 새벽과 저녁 등 때를 가리지 않고 도발하고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한·미 군사연습기간 중에도 도발을 감행하고 오히려 도발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미 군사연습기간에는 북한도 전시태세에 돌입하여 전주민이 긴장상태에 있지만 우발적 충돌을 우려하여 대남도발은 자제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볼테면 해보자는 식이다.

우리도 북한의 대남도발에 비례한 보복대응적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미사일 대응사격 훈련과 미군 최첨단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와 함께, 최근에는 연합훈련을 마치고 귀환하던 항공모함을 다시 불러들이거나 공군의 연합훈련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대응에 북한은 재차 맞대응 도발로 나서 한반도의 위협적 무력시위가 끝없이 이어지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할로윈 축제전야 좁은 골목길에 몰린 많은 인파가 가까운 앞쪽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눈치 챘더라도 얽혀있는 군중 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흐름에 밀려 앞으로 떠밀려가는 모습이 지금 한반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하다.

▲북한군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대남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 조치들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엄중한 상황에 대처한 철저하고 견결한 대응 의지와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뚜렷한 자신감을 시위하고 우리 장병들의 단호한 보복 의지에 필승의 신심을 더해주기 위하여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대응 군사작전을 단행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도발 배경과 한반도 안보상황의 구조적 변화

북한의 도발 이유는, 우리가 귀담아 듣지 않아서 자주 잊을 뿐이지만, 북한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 있다. 한·미 군사연습은 자신들을 겨냥한 북침훈련이며 이러한 적대행위가 코앞에서 벌어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며 오래된 주장이다.

10월 3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일련의 미사일 도발의 배경을 명료하게 정리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금년 들어 한·미가 본격적인 연합훈련을 재개했다고 비난하고 4월의 연합지휘소훈련(CCPT, 4.18-28), 야외기동훈련을 부활한 8월의 을지훈련(UFS, 8.21-9.4), 핵항공모함이 참여한 연합해상훈련(9.26-29), 연합공군훈련(Vigilant Storm, 10.31-11.4, 후에 연장) 등을 콕 집어서 이들 훈련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전쟁각본 마지막 단계"라면서 이에 대해 '강화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정천은 그 대응은 '특수한 수단(핵무기 의미)'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한마디로 자신들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하라는 것과 당면해서는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이 북한의 도발 배경과 명분이다. 이런 도발이 북한의 핵무장 완성이후 보다 대범해졌고 공세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 아래 발밑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안보상황 변화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 회복 내지 상황에 대한 오판 가능성이 깔려있다.

한반도 전쟁재발에 대비한 우리의 전통적 군사전략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압도적 군사력으로 휴전선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되 여의치 않을 때는 미본토로부터 증원군을 받아 북한군을 휴전선 이북으로 격퇴한다는 개념이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휴전선을 철벽방어하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매년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전술을 다듬어 왔다.

이에 대응하려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난으로 인한 대규모 재래식 전력유지의 어려움과 유사 시 증원 등 미군의 추가개입 가능성이 북한안보의 핵심 취약점이자 불안요인이 되어 왔으며, 이는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감행한 주요한 동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등 전략 핵무기로 한반도 유사시 본토로부터 증원되는 미군의 발목을 잡고, 전술핵무기로 한반도에서의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여 전술적인 우위를 확보하면서 정치군사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핵무기라는 절대무기를 손에 쥐고 도취해 버린 것일까?

어쨌든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북한의 오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냉철하고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

북한의 안보상황 인식에는 피해망상(Persecutory Delusion)과 포위망상(Besetment)이 역사적 심리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산권 붕괴를 목도하고 경제난 등 소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이러한 인식이 굳어져 왔다. 사상 최장 최강의 유엔제재 아래서 핵개발과 인권 문제 등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가운데 북한 붕괴를 기대하거나 기도하는 외부의 움직임에도 잔뜩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북한이 절대무기라는 핵무기를 손에 넣은 것은 피해망상을 가진 사람이 칼을 들고 있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핵무기가 절대무기라지만 전쟁은 무기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전쟁의 승패는 최종적으로 병참이 좌우한다. 현대전은 군사력의 우열이 아닌 경제력을 포함한 총체적 국력의 우열이 승패를 가른다.

태평양 전쟁 시 제국주의 일본이 핵폭탄 한방으로 항복했다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말이다. 일본군은 이미 병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핵폭탄 피폭은 일본이 항복하는 명분이 되었을 뿐이다. 소련의 붕괴도 핵무기가 막지 못했다. 핵무기는 절대무기가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도 문제지만 핵무장에 취해버린 북한이 피해망상을 더욱 합리화하면서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더욱 문제다. 한·미동맹이 북한을 침략하기 위한 군사연습을 벌이고 있다고 인식하는 북한은 이러한 피해망상을 공공연히 내부 주민통제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정권의 붕괴'(2022 미국의 NPR, 핵태세검토) 등 한·미 당국자들의 언사나 행동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자기들의 피해망상을 합리화시키고 한반도 상황에 대한 오판을 부추길 수 있는 역효과도 있음을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아무도 원치 않는다

핵위협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최소한 세 개의 화살을 가져야 한다. 군사적, 외교적, 근본적 대응책이 그것이다. 평화재단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안진단 280호(2022.4.22.)에서 이미 그 기본방향을 제안한 바 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한·미동맹의 첨단 전략자산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연합전력태세를 섬세하게 점검하며 우리의 자체 전략자산 개발에도 노력하자. 유사시 휴전선은 방어선이 되지 못하고 미 증원군은 북한의 확전 위협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둘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외교의 주도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문제를 넘어서는 시야가 필요하다, 과거 냉전시기 남북 대결외교의 관점은 물론이지만 탈냉전 시기 북핵문제를 북한문제의 전부로 인식하는 시각도 극복해야 한다. 탈탈냉전(脫脫冷戰)의 새로운 전략이 요청된다.

셋째,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처방을 인내로 모색하자. 북한 핵위협은 근본적으로 핵무기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북한이 든 칼에 조심해야 하지만 북한의 피해망상도 완화될 수 있게 신경을 써야 한다. 상호 적대관계 해소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적대관계 해소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북한을 신뢰해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북한의 핵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필요에 기인한 것이다. 한반도 안보상황이 구조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 검토와 철저한 대비책 마련으로 군사적 긴장의 극대화를 막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아무도 남북 간의 강대강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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