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25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불참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민주당 내 분위기도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다만 이날 오전 잠정 보류했던 국정감사는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24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에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결의했다"라며 이같은 당의 방침을 밝혔다.
오 원내대변인은 "막말을 포함해 헌정사에 다시 없을 야당을 향한 부당한 행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어떤 형태의 수용 거부가 될지는 내일 오전에 논의해 정할 것"이라고 했다. 원내 지도부는 시정 연설이 열리는 본회의장 입장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 참석은 하되 '손피켓 침묵 시위'를 벌이는 방안 등 다양한 안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다만 이날로 종료되는 국감에는 복귀하기로 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당사 압수수색을 다시금 시도하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감 일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에 집결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원내대변인은 국감 복귀 배경에 대해 "국감장에 입장해서 어려운 민생 위기 속에서도 무능함, 무도함을 넘어 오로지 정치 보복 수사에만 열을 올리며 야당의 당사까지 침탈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단호하게 지적하고 강한 문제제기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불참으로 이날 오전엔 파행됐던 각 상임위별 국감은 오후 3시를 전후로 모두 재개됐다.
김해영 "단일 대오 동의 안 해" vs '비명' 노웅래 "전쟁 중엔 내부 비판 안 해"
'대장동 키맨'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대표를 연일 저격하자 민주당은 그야말로 총력 대응에 나섰다. 당초 친(親)이재명계로 알려진 이들은 물론이고 비명((非이재명)계 인사들 가운데 다수도 '대표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순간 당의 존립 또한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친문계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 부원장은 확고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재명 당 대표도 마찬가지"라면서 "저는 검찰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 국정 난맥이라든지 여러 가지 낮은 지지율 이런 것들을 돌파하기 위해서 이슈를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건의 본질이 '이재명 리스크'가 아닌 '검찰의 과잉 수사'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담긴 지방선거 평가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이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건전한 내부 비판도 전쟁 중에는 안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라고 썼다. 이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겠다고 저들에게 부화뇌동해 당을 해하는 무리들이 있다면 반드시 당원과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당 내부의 단합을 주문했다.
김용민, 안민석 의원 등은 이 대표에게 집중된 화살이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 내 대표 강경파인 두 의원은 지난 주말 진행된 반정부 집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말씀드렸던 건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 스스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장 현명한 것은 자진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당 내 대다수 인사들이 '이재명 지키기' 단일 대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이재명 책임론'에 입각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원내에선 설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설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면서 "돈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한다. 근거 없이 8억 원이라는 주장이 나올 턱이 없다"고 말해 당 내부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고랜드 사업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꼬집는 글을 올리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처럼 인기 좀 얻어보겠다고 했다가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지사를 비판한 것이지만, 이 대표를 향한 불편한 속내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원외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에선 이 대표를 향해 "그만하면 됐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달라"며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이날도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그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일대오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당의 사법리스크 방어 총력전을 비판했다.
울먹거린 이재명....김용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정진상 "검찰, 허구 그 자체"
한편 검찰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압수수색이 예고된 당사를 찾아 "국정감사 도중 야당의 중앙당사 침탈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정당 역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박찬대 최고위원을 통해 "8억 원 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며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김 부원장의 입장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다.
김 부원장과 함께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상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동규 씨가 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제가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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