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파마, 염색 등을 규제하는 개별 학교의 학생 생활규정이 "학생들의 개성 발현권 및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24일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재학생들의 염색과 파마를 규제하며 이를 어길 시 벌점을 부과해온 한 여자 고등학교의 학생 생활규정에 대한 익명 결정문을 발표하고 "두발 자유화에 따른 학생의 탈선 우려"는 "그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현재 중·고등학교 내의 두발규제는 대부분 초·중등교육법상의 학칙 제·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개별 학교의 자율적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등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있는 지역에선 '복장·두발 등 용모에 있어 개성을 실현할 권리(서울 학생인권조례 12조)' 등 조례상으로 두발자유의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부재하는 등 강제성을 띄진 않는다.
두발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개별 학교들이 두발규제 생활규정을 운용하면서, 두발자유를 주제로 한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도 빈번히 일어난다.
2019년 서울학생인권교육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내 학생 중 '학교가 학생의 두발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답변한 이들은 전체의 57.3%(중학생), 52%(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인권위에는 지난해에도 서울시 내 31개 학교 학생들의 '두발, 복장 제한 학칙이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진정이 접수된 바 있다. 인권위는 당시에도 학생들의 손을 들어 '해당 학칙은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개성발현권,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피진정 고등학교의 경우 염색·파마 등을 규제하는 생활규정의 이유로 학생 탈선과 함께 교육자들의 '생활지도'를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이에 대해 "학생의 두발을 규제함으로써 탈선 예방, 학업 성취, 나아가 학교 밖 사생활 영역에 대한 지도·보호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를 전제로 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두발규정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식적인 측면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일 뿐, 내용적인 측면에서 헌법 및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이 보장하는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정당성을 확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두발 등 학생의 용모에 관한 권리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한 '개성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이자 타인에게 위해를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영역에 해당하는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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