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날치기"라면서 강하게 반발했으나,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당이 민생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안정을 위해 일정 조건이 되면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정부 여당은 그러나 전날 이 개정안이 국내 쌀 시장의 공급과잉 구조와 재정 부담을 심화하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농해수위 회의 시작에 앞서 "의사 일정이 합의 되지 않았다"며 회의 개의 자체를 반대해 시작부터 파행을 예고했다. 민주당 소속인 소병훈 위원장은 그러나 "정족수가 충족됐다"며 개의 선언 후 회의를 진행했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겉으로는 농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쌀 산업을 망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은 "'양곡 공산화법'이라 하고 싶다"면서 "민주당이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재명 방탄법', 포퓰리즘에 불과한 양곡공산화법"이라고 맹비난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방탄법'이라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대해 "이 법은 이재명 대표가 있을 때 제기된 법이 아니"라고 맞섰다. 같은 당 이원택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양곡공산화법'이라고 칭한 안 의원에 대해 "쌀은 해방 이후 식량 안보, 전략 품목으로 지정돼 (정부의 쌀 수매는) 이승만, 박정희 시절에도 해왔다"면서 "맞지 않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소 위원장은 여야 각 6인의 발언을 경청한 후 "그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다"며 의결을 진행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 위원장을 에워싸고 "이게 날치기"라면서 강하게 반발했으나, 소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 전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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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쌀값은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동네방네 붙여놓고 공개적으로 반대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게 아닌가. 쌀값을 안정시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방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늘 오전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처리할 계획이라는 말인가. 저는 그랬으면 좋겠다"며 원내지도부에 강행 처리를 주문한 바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집권 여당이 양곡법 처리 반대를 천명한 것은 참으로 비정하다"며 전날 당정협의 결과를 지적하고는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니 이게 무슨 궤변이냐. 반대할 걸 반대하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 의결까지 꼼꼼히 챙겨나가겠다"고 이후 법사위·본회의 처리까지 일방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정부·여당 반대입장 굳건…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
당정은 전날 당정협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의 공급과잉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재정부담을 가중해 미래농업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데에 정부와 여당은 뜻을 같이했다"고 성일종 정책위의장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성 의장은 이날도 농해수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시각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가적으로 잉여 생산되는 쌀을 매년 국가가 매입하는 걸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면 국가 재정도 어려워지고 쌀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쌀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 의장은 "농민을 돕는다면서 농민을 더 사지로 내모는 법이 양곡관리법"이라며 "추가적으로 잉여 생산되는 쌀을 매년 국가가 매입하는 걸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면 국가 재정도 어려워지고 쌀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쌀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 의장은 "다른 법과의 균형도 맞지 않다"며 "타 작물은 어떻게 할 거냐. 무, 배추, 마늘, 생강 법도 만들고, 축산물 분야에서 우유, 돼지 법도 만들고, 수산물 분야에서 멸치, 오징어 법도 만들 거냐"고 했다.
성 의장은 "오늘 아침에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통화했다"며 이를 통해 △ 쌀값 안정을 위한 필요한 만큼 쌀을 시장 격리하겠다는 여야 합의 발표 △ 전략 작물 직불제 등 쌀 제배 면적 감소를 위한 타 작물 제배 지원 제도화 △ 야당 건의를 통한 전략 작물 직불제 예산 증액 검토 △ 농민 등 이해관계자 공청회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민주당 의원 중에도 저희가 제안한 방안에 '합리성이 있다. 반대할 명분이 없겠다'고 한 의원도 꽤 있었다"고 주장하며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데 의총 한 번 열지 않고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정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는 데 이어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것만으로는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국민일보>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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