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 요구로 여야 정치권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현안 관련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고하는 듯한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감사원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5일 SNS에 쓴 글에서 해당 사진기사 보도를 링크하며 "감사원은 독립 헌법기관이라며 언급이 부적절하다던 윤 대통령님, 부끄럽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이 링크한 기사는 유 사무총장이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뉴스1>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문자를 받는 상대방 이름은 '이관섭 수석'으로 돼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이날 아침 8시 20분이다.
감사원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해당 문자메시지는 오늘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해 감사가 절차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확인했다. 유 사무총장의 문자메시지에 나온 '무식한 소리'는 이날자 <한겨레> 보도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보도참고자료의 내용은 "감사에 착수하려면 사전에 감사위원 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요지로, "2015년부터 위원회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한다는 방침을 감사위원들에게 설명, 동의를 구했고 현재까지 감사위원 회의 의결 이후 변경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메시지나 보도자료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뜨거운 현안인 서해 공무원 사건 감사 문제 관련 사안에 대해 감사원 핵심 인사인 유 사무총장으로부터 대통령실 선임 수석에게 보고 형태의 문자가 발송됐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국민 앞에서는 감사원과 아무 소통이 없는 것처럼 굴더니, 뒤로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긴밀한 소통을 나누고 있었다니 정말로 말문이 막힌다"며 "한두번 문자를 주고받은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정치감사, 표적감사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유 사무총장을 겨냥해 "유 사무총장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인체로 치면 주요 뼈대하고 장기가 죄다 망가진 수준'이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거리낌 없이 정치적 편향성과 전 정권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냈던 유 사무총장이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공정한 감사를 이끌 수 있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고, 감사원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감사원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감사원장, 사무총장 해임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오영환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감사원 정치감사의 배후가 대통령실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두 사람의 문자는 감사원 감사가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감사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정무능, 인사, 외교 참사 등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저히 기획된 정치감사를 (감사원이) 진두지휘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감사원을 통한 기획감사, 정치감사를 즉시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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