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능·실패 숨기려 야당 탄압, 前정권 공격"

검찰, 성남FC 관련자 공소장에 "이재명" 30여 차례 언급?

검찰이 성남FC 기부금 의혹으로 성남시청·두산건설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사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실명과 공개 발언 등을 해당 공소장에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성남시 전 전력추진팀장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 B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일에는 이 공소장에 '이 대표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JTBC <뉴스룸>은 4일 해당 공소장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보면 검찰은 이 대표가 '공모'를 넘어 사실상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이 보도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기부채납 외에 성남FC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받을 적법한 수단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에 이 대표가 '용도변경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직접 기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며 "이 대표가 정진상 실장 등과 기부채납 10%에 현금 50억 원을 받는 1안과, 기부채납 5%에 현금 100억을 받는 2안까지 수립했다"고 했다. 성남FC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부분에 대해서도 "성과금 지급심사위원장을 성남FC 대표이사에서 성남시 국장으로 바꾸도록 (이 대표가) 손글씨로 계획서를 변경했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2015년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인이다.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성남(FC)구단을 잘 운영하는 걸 보니 더 큰 역할 맡겨도 되겠다'는 소리 듣는 게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말한 내용을 그대로 공소장에 인용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검찰은 이를 이 대표의 '동기'로 봤다. 검찰은 "(이 대표는) 성남FC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정치적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5일자 <조선일보>도 공소장 내용을 취재했다며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A 전 팀장 등의 공소장에는 '이재명'이 30여 차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JTBC와 <조선> 등은 모두 이 공소장이 '사실상의 이재명 공소장'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신문은 또한 검찰 수사 상황에 대해,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두산건설의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을 대가로 성남FC가 50억원을 받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대로 진행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공무원인 이 대표가 용도변경이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성남FC에게 50억 원의 뇌물을 전달하게 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고, 이 역시 A씨 등의 공소장에 '이 대표의 혐의'로 적시됐다고 한다. 이 대표가 A씨를 공모관계로 본 것이다.

검찰은 4일 농협 본사와 성남시지부, 특수목적법인 '알파돔시티' 서울 및 판교 사무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판교점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16일과 26일에 이어 성남FC 재수사 관련 3번째 압수수색인 셈이다.

농협은 후원금 약 36억 원을 내고 2.3조 원에 달하는 '성남시 금고' 계약 연장을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알파돔시티는 5억여 원 후원금을 내고 규제완화 등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울, 현대백화점은 5억여 원을 내고 판교점 신설에 대한 주변 상인 민원 해결 등을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명 "무능·실패 숨기려 야당 탄압, 前정권 공격"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말로 민생,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정치의 역할인데, (정부는) 야당 탄압, 전 정권 정치 보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하면 나라가 제 자리를 잡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정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서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데 주력하라"라며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공격이 날로 심각해지고 그 부당함과 무도함이 필설로 형용하기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발언 말미에 재차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드린다.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자신의 무능과 실패를 숨기기 위해서 야당 탄압하고 전 정권 공격하는 데 골몰하지 말라. 그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국민이 권한을 맡긴 것에 대한 배신"이라며 "언제나 권력은 유한하다고 생각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원존'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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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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