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김대기 비서실장 "가짜뉴스, 자유 병들게 하고 국민 이간질해"

"'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고강도 장기전 예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속어' 파문의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조차 논란의 발언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발언을 "가짜뉴스"로 규정, 고강도 장기전을 예고했다.

김 실장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이례적으로 세게 나갔다'는 말도 있고 '그 정도로 끝내라'는 말도 있지만, 나를 위시해 대통령실 참모들은 '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 하지 않나고 본다"고 했다.

뉴욕 순방 도중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한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논란을 '비속어' 논란과 '가짜뉴스' 논란으로 구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김 실장은 '이 XX'를 언급했는지 여부를 놓고 발언의 주체인 윤 대통령조차 기억이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께 여쭤봤는데, 자연스럽게 (행사장에서) 나오면서 말한 것인데, 사실 본인도 잘 기억하기 어렵고 지나가는 말로 (해당 발언을) 했다"며 "상황상 '바이든'이 나올 리 없고 '바이든'이 나왔으면 ('국회'가 아닌) '의회'라고 했을 텐데,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거듭 "잡음과 소음을 없애고 들어보면 그 말('바이든')이 안 들린다"며 "모든 게 불분명하다. 뒷부분('바이든')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바이든' 일체 언급하지 않았으며, "앞부분('이 XX')은 대통령도 지금 상당히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다.

김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게 확인 과정을 거쳤으나 기억이 불분명해 음성전문가의 분석과 발언의 맥락을 고려해 '바이든'이 아닌 '날리믄(면)'으로 결론을 내렸으며 '이 XX' 역시 불분명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이어 "불분명한 것을 기사화할 때는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확인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그런 것을 거치지 않았다"며 "그런 것이 핵심"이라고 언론의 '가짜뉴스' 논란으로 초점을 이동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가짜뉴스를 경멸하고 싫어하는데 우리는 관대해서 광우병이나 여러 사태에서도 많았다"면서 "가짜뉴스는 자유를 병들게 하고 국민들을 이간질할 수 있어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비속어' 정국을 전환할 출구모색도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실장은 "언젠가는 엑시트를 해야(빠져나와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지금은 MBC 쪽도 입장 발표가 전혀 없다. 시간이 걸려야겠죠?"라고 되물었다.

그는 특히 "가짜뉴스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지지도와 유불리를 떠나 이런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이기 때문에 그게 확보될 때까지는 할 예정"이라고 장기전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언론이 한미 동맹을 이렇게 날조해서 이간하고 정치권은 앞에 선 장수의 목을 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좋을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는 없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거듭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때 아닌가. 총칼 없는 외교 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외교 참사'라고 하지만 외교 참사였으면 미국 해리스 부통령이 여기 왔겠나. 당사국들이 잘 됐다고 하는데 우리 스스로 폄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한국 내 논란에 대해 미국 측으로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대통령실이 '가짜뉴스'의 진원으로 규정한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명확한 근거나 설명 없이 'MBC가 자막을 조작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반발했다.

MBC는 "당시 뉴욕의 프레스센터에서 다수의 방송기자들이 각자 송출된 취재 영상을 재생해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각자 판단을 내렸다"며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소음을 최대한 제거한 후 느리게 듣거나 반복해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이 XX', '국회에서', '바이든', 'X팔리면'이라는 단어가 들렸고 해당 사항에 대한 기자단 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는 비슷한 시각의 타 매체 기사들만 봐도 MBC만 특정하게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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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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