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4일 찾던 빵집의 풍경

[파리바게뜨와 헤어질 결심③] 13% 가맹점 괴롭힘 경험, 65.9% ‘참았다’

정부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지 5년이 지났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제빵기사, 카페기사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임종린 노조지회장이 53일 단식으로 했고, 이어 노조 간부들의 단식을 더하면 밥 굶는 시간 160일입니다.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국민 빵집'을 위한 연재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 이전, 나는 파리바게뜨를 일주일에 3~4번 갔다. 식빵을 기본으로 단팥빵, 소보로빵, 샌드위치 등 한아름 들고 봉지에 넣어 나오면 앞으로 며칠 동안 빵을 먹을 생각에 흐뭇해지기까지 했다.

그런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기사와 카페기사의 불법파견이 드러나고 사회적 합의가 논의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이하 ‘파리바게뜨 노조’)의 임종린 지회장이 무려 53일의 단식을 했다. 이어 5명의 간부가 다시 단식을 하고, 더운 여름 오체투지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을 지켜봐 온 나로서는 더 이상 파리바게뜨의 빵을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7월 12일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의 주관하에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인권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해당 토론회에서 노동건강연대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고용불안, 직장 내 괴롭힘, 나아가 노동조합 탄압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권

우선,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가운데 질병, 특히 뇌 심혈관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하는 1주일 동안 60시간 이상 노동은 물론, 52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의 경우에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휴일이 부족한 업무 혹은 유해한 작업환경,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15%는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고, 주당 4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노동자는 무려 92%에 달했다.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보면 더욱 처참하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라 노동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8시간 이상인 경우 1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대법원 2018.6.28. 선고 2013다 28936).

하지만 휴게시간(점심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점심 식사의 경우 아예 먹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휴게공간과 탈의실이 같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휴게공간과 탈의실이 모두 없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다. 2021년 사업장에 휴게실 설치 의무화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8월 18일 시행됐지만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이 법의 예외에 해당하는 듯 아무런 변화가 없다.

휴게시간과 맞물려 화장실 이용 실태 역시 문제 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대다수 응답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성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거나 너무 멀어 제때 이용하지 못할 경우, 비뇨·생식기계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화장실은 노동환경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여성노동자가 수분, 음식물 섭취를 스스로 제한하기도 하는데 이는 불안감이나 자존감 저하 등 심리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편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관련하여 조명, 소음, 고열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에 따라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노동자에게 안전 보호구가 제대로 지급되어야 하고, 적절한 휴식이 취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벌칙 규정을 마련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사용자의 의무에 해당한다.

안전보호구와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로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임을 감안하여 지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표적으로 분진가루(밀가루 등)에 대한 조치로서 마스크를 지급하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호흡기 보호장비가 아닌 ‘여성’에게 맞는 보호구 지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보호장비들은 ‘표준 미국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반적으로 전체 노동자에게 지급한다면 아무리 착용을 하고 작업하더라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업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제빵기사들이 작업을 하는 작업대는 남성 위주로 제작이 되어 있어 여성 제빵기사들에게는 높이에 따른 근골격계질환이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는 ‘여성노동자’의 특성에 적합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2017년 첫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그 사이에 파리바게뜨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나 노조탄압이 지속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일에도 문자나 전화로 업무지시를 하거나 작업장에서 신체적 언어적인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가맹점주로부터 이루어지는 괴롭힘이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12.7%가 ‘있다’고 답했고, 괴롭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항목에는 ‘참았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65,9%의 비율로 나타났다.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 실태 가운데에는 사고나 근골격계질환, 피부질환에 못지않게 우울증의 비율이 9.1%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개 자신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노동자의 비율은 더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현재 SPC가 자행하고 있는 노-노갈등유발로 인해 차별과 괴롭힘이 이어지는 점은 물리적 위험과 근골격계 위험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이며, 과거 유성기업의 사례에서처럼 조합원들로 하여금 정신질환을 유발시킬 위험이 크다. 유성기업 사례와 비교해보자면, 파리바게뜨 노조 임종린 지회장을 시작으로 5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단식을 한 상황, 사회적 합의 이후 사측은 파리바게뜨 노조에 속한 제빵기사들에게 승진 차별을 가하는 등 노조 파괴 공작을 벌였고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차별적인 처우로 인한 울분, 좌절감, 사측의 감시와 통제, 어용노조와의 갈등 등이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노사 대립’이라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과 겹쳐 유발된 만큼 업무와 질병 사이에 산업재해에서 요구하는 ‘상당인관계’가 인정될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SPC,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바꾸자

SPC는 ‘포켓몬스터’를 끼워 제품들을 출시하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안다. 파리바게뜨의 억지는 여기까지이다. 많은 시민사회 동료들은 지금까지는 의지로서 ‘안’먹었지만, 개선 없는 SPC의 행동에 이제는 더 이상 ‘못’ 먹는다고 말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이미 상당한 건강권의 침해를 받았고, 앞으로 어떤 질병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너무 늦었다. 부디 SPC가 자신들의 잘못을 하루빨리 인정하고 더도 말고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업안전보건법이 말하는 규정과 절차를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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