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관례는 깨지는 것"…과방위원장 버티기 돌입

정진석 부의장직 사퇴에도 "난 선출직"…과방위 파행에 당내에서도 '난색'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장직을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국회 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정 최고위원의 과방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상임위 보이콧에 나섰지만 정 최고위원은 여전히 '버티기' 태세다. 

정 최고위원은 13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과방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국회에서는 그간 정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가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동시에 맡지 않는 것을 관례로 존중해왔다. 정 최고위원은 이러한 전례에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관례라는 것은 바뀌고 깨지는 것"이라면서 "과거에 어른이 되면 상투 틀고 갓 쓰고 하는 그걸 보고 관례라고 그런다. 지금 성인식하면서 갓 쓰고 상투 트는 사람 봤느냐"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말한 '상투 틀고 갓 쓰는 의례'는 관례(冠禮)다. 관행적으로 해온 일, 관습으로 굳어진 전례를 뜻하는 것은 관례(慣例)이다. 두 단어는 동음이의어이나, 정 최고위원은 그 뜻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 최고위원은 "선출직의 거취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저는 당원과 지지자한테 이미 물어봤다. 제 페이스북에 올려봤는데 댓글이 무려 한 3700개 정도 달렸다. 과방위원장 물러나면 안 된다 이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얘기도 좋으니까 다 경청할 테니 제발 좀 출석해서 수업 좀 하자"면서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의 상임위에 출석을 촉구했다.

당직인 최고위원 선거의 유권자는 정 최고위원 말대로 '당원과 지지자'가 맞다. 그러나 역시 선출직 국회직인 상임위원장 자리의 경우, 본회의에서 300명 의원들을 유권자로 하는 투표로 선출된다. 정 최고위원은 SNS에서 '당직 유권자'들의 의향은 물어본 바 있지만, '상임위원장직 유권자'인 동료 의원들의 뜻은 따로 조사한 바 없다. 

현재 정 최고위원에 대한 반발로 여당 과방위원들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상임위 파행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방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국회 부의장은 비상대책위원장에 새롭게 오르며 12월까지가 임기인 부의장직을 내려놓을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선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정진석 부의장은 선출직인 부의장을 하다가 당의 비대위원장은 임명직이지 않느냐 사실상. 선거하는 것 아니지 않는다"면서 "나는 선출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심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박홍근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은 이미 정 최고위원 설득에 나섰으나 정 최고위원이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의견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과방위 관계자는 "결국 당사자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 설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서도 "상임위 파행이 길어지게 되면 위원장 책임이 부각되고 그 부담은 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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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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