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최대 수혜국은 북한? 러시아 편들기로 국익 챙겨

러시아-서방과 갈등으로 한반도 긴장감은 고조

7년만에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폐막했다.

이 선언문 초안에는 6차례 북한의 핵실험 규탄과 향후 추가 핵실험에 대한 경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 등 북한 핵실험을 겨냥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최종 선언문 채택 무산된 NPT 평가회의

그러나 4주 동안 진행된 NPT 평가회의에서 최종 선언문 채택은 무산됐다. 러시아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로 러시아가 점령하게 된 자포리자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핵발전소가 있는데, 인근에서 포격이 발생하는 등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의 공격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방사능 유출 참사에 대비해 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 40만 명에게 요오드 알약을 배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NPT 선언문 최종안에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대한 군사 행위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를 문제 삼아 반대표를 던졌다.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평가회의에서 선언문이 채택되기 위해선 191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 2003년 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 노동자 파견- 러시아 군사 지원 등 기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부쩍 돈독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수혜국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3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한 5개 국가 중 하나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진' 등 미국의 패권주의로 인해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만든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승인했다. 이들 국가의 독립을 인정한 것은 러시아, 시리아에 이어 북한이 세번째다. 우크라이나는 크게 반발하며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10만 명의 북한군 파병을 요청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러시아는 "거짓"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북한은 도네츠크공화국과 루한스크공화국에 건설 노동자를 파견할 예정이다. 알렉산드르 마세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러시아 신문 <이즈베스티아>와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도네츠크 지역의 시설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는 지난 25일 북한의 코로나19 발생 경로가 남한에서 살포한 대북전단 때문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등 동맹국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5일 "러시아는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동맹국들에게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고 군대를 훈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광복절을 계기로 축전을 보냈다.

한미연합 군사연습에 중국-러시아 민간한 반응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WSJ>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각자의 상황에서 분명한 유사점을 보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질서에 반대하는 공통의 명분을 공유하고 있다"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가 커져가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도 여기에 더해진다. 한미 군당국은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한미연합 군사 연습을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을지프리덤실드(USF)로 이름을 바꾼 연합연습은 북한의 국지도발이나 전면전에 대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하 벙커를 방문하는 등 이례적으로 을지연습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UFS에 대해 북한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 연습이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대규모 한미연합 훈련의 재개와 대북 전달 살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데 대해 우려한다"며 "북한의 심각한 우려를 야기하는 그런 행동은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WSJ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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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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