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사당화 당헌개정' 후폭풍

부결 하루 만에 재표결 추진…박용진 "당무위가 거수기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당화 논란'으로 부결된 당헌 신설안을 재상정하면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던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임기 막판 당헌 갈등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의 14조 2항 신설안을 포함한 당헌 개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중앙위 개최에 앞서 14조 2항이 신설될 경우 '이재명 당 대표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중앙위 연기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당 지도부는 이러한 반발 움직임에도 투표를 강행했지만, 예상을 깨고 중앙위원 투표에서 해당 안이 부결되면서 당은 혼란에 빠졌다.

이에 우 위원장은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고 14조 2항을 제외한 당헌 80조 등 나머지 당헌 개정안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25일 당무위원회를 거쳐 26일 중앙위에서 다시 표결 절차를 밟기로 한 것. 14조 2항에 앞서 먼저 사당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소 시 직무 정지' 80조 1항의 경우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해 우리 내부에서의 합리적 결정이라 말한 만큼 그 부분에 대해 당 내 논란이나 이견은 크게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신현영)"는 게 비대위의 판단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이러한 비대위 판단을 두고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14조 2항 신설을 강하게 반대했던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당무위 소집 전인 25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비판했다. 박 후보는 "당헌·당규상 중앙위원회가 열리려면 5일이 필요한데 (5일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 뭐냐고 말씀드렸다"며 "부결된 전체 안에서 (일부만) 수정해서 올라오는 이런 것들은 자의적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의원총회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당무위가 거수기도 아닌데 당무위 의결도 없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를 정할 수는 없다"고 썼다.

박 후보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차기 지도부가 중앙위를 다시 소집해서 관련 규정들을 개정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도부에 얘기)했더니 '그럴 수 있다'고 하면서도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어제 중앙위 부결로 당헌개정을 둘러싼 보다 심도 깊은 토론과 숙의가 가능해졌다'는 제 판단은 어제 하루로 끝난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 외에도 비명계 강병원 의원이 의원총회 자유발언을 통해 "(현행) 당규에 있는 '권리당원 전원 투표' 내용과,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전대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중앙위 개최하려면 소집 5일 전에 공고를 해야 되고 다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는데 당무위가 안 열렸다"면서 "당무위를 열기도 전에 금요일에 중앙위를 열어서 통과시키겠다고 하니, 당무위원들이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우리가 의결할 건데 왜 비대위에서 월권하느냐'고 한다"고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80조에 대해서도 사실은 그동안에 많은 격론이 있었다"면서 "근데 여기에 대해 '100% 클리어(명확히)됐다', '이거는 문제가 다 해결됐으니까 올린다'(라고 지도부가 말하는 것은) 이것도 관심법"이라고 꼬집었다.

우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당헌·당규를 놓고 이러저런 말씀이 있지만 전당대회까지 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부결 사유가 됐다고 예상되는 논란 조항을 제외한 11개 조항은 충분히 다시 상정하기로 숙의·논의된 부분이라 양해를 바란다는 (지도부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무위는 이날 오후 14조 2항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당헌 개정안을 의결해 다음날인 26일 오전 중앙위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당무위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당헌 개정을 숙의 없이 서두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도부가 곧 바뀌는 만큼 비대위에서 정리하고 마무리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하고 가는게 맞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빠르게 정리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 지도부에서 마무리 하고 간다는 것에 대해선 당무위에서 이견 없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 전원 투표에 대한 위상과 의미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당헌에 어떻게 체계적으로 담을 수 있을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며 차기 지도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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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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