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통령 보낸 이 '은밀한 거래' 문자가 폭로되자, 노동자들이 뒤집혔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국가여, 플랫폼에 봉사하라'…'우버 파일'이 일으킨 파장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신네 빌어먹을 경찰은 어디 있는 거지? 당신 국민들이 이렇게 여행객들을 공격하는 게 합법적인 거야? 당장 공항으로 와봐! 젠장맞을!!!"

2015년 6월 25일이었다. 그룹 홀(Hole)의 리더이자 배우인 코트니 러브가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Nirvana의 비운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부인이었던 그녀가 공항을 나오자마자 성난 시위대와 마주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분노에 찬 트윗을 올리게 된다. <인사이드경제>가 점잖게 번역한 것일 뿐 코트니 러브의 트윗 원문에는 거의 쌍욕이 담겨 있었다. ("François Hollande where are the fucking police??? is it legal for your people to attack visitors? Get your ass to the airport. Wtf???")

"프랑스가 우버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무엇이 이 할리우드의 악동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그걸 이해하기 위해선 이 일이 벌어진 2015년보다 한 해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 2014년 10월 1일,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여당 의원 토마 테브누(Thomas Thévenoud)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다.

이 법은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호출하는 차량(VTC) 위치를 탐지하는 것과, 예약이 되지 않을 경우 주차가 허가되지 않는 곳에서의 주정차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시절 프랑스 도심을 돌아다니던 대표적인 승차공유차량은 우버였으니 사실상 '우버 규제법'의 성격을 가진 법안이었다.

법안이 통과된 바로 그날, 우버 인사들이 프랑스 재무부 건물에서 장관을 만났다. 엠마뉴엘 마크롱. 나중에 이 나라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30대의 야심찬 경제·산업·디지털장관은 우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날 오전에 통과된 우버 규제법에 대해 매우 "미안해하고(apologetic)" 있었다.

지난달 폭로된 우버 파일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마크롱과의 첫 만남에 대해 시종일관 "따뜻하고 우호적이었으며 건설적인(remarkably warm, friendly and constructive)"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우버 파일에는 마크롱이 "프랑스가 우버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우버 역시 프랑스에서 '프랑스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찾겠다(find ways to make France work for Uber, so Uber can work in and 'for' France)"는 말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그는 이 자리에서 그날 아침에 의회를 통과한 테브누 법 관련 "이 법에 대해 이런저런 작업을 해보겠다는 분명한 의지(clear desire to work around the [new] Thévenoud legislation)"를 표명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우버 서비스를 둘러싼 공방전

사실 우버 서비스 도입은 프랑스 내에서 초기부터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마크롱 당시 장관은 높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혁신'이라 칭송했고, 택시업계는 택시운전 면허 취득도 없고 운전자 전문교육도 받지 않으며 심지어 각종 세금과 사회복지비용 지출도 하지 않아도 되는 우버팝(UberPop) 서비스 도입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우버 측은 이 서비스를 카쉐어링, 그러니까 단순 차량 공유사업이라 우기고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테브누 의원이 제출한 신법이 정한 규제를 위반한 상업 운송 서비스로 불법적인 영업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프랑스 택시 기사들은 우버팝 서비스 폐지를 요구하며 격렬한 항의시위를 시작하게 된다. 어김없이 경찰의 강경진압이 이어졌고, 우버 운전기사들이 폭행당하는 불행한 사고도 벌어지게 된다. 바로 그 한복판에 하필 할리우드의 악동 코트니 러브가 프랑스에 입국하다가 공항에서 시위대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녀의 트윗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시위대가 우리가 탄 차를 몽둥이로 깨부수고 있어요." 계란이 흩뿌려진 차량 사진을 올리며 포스팅은 계속되었다. "여기가 프랑스라고? 차라리 (이라크의) 바그다드가 더 안전하겠다!"

우버의 든든한 동맹군 마크롱

프랑스 당국은 우버팝 서비스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 확실했기에 2014~2015년 사이 파리와 리용에 위치한 우버 사무실에 대해 무려 5차례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히 프랑스 택시 면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베르나르 카즈뇌브 당시 내무장관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우버의 행태를 곱게 봐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버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언제나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우군, 마크롱 장관이 있으니까 말이다. 경찰의 사무실 급습이나 압수수색이 있을 때마다 우버는 마크롱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택시기사들의 시위가 극에 달하던 2015년 7월, 프랑스 정부 당국은 세금 포탈 혐의로 우버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게 된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만, 지금 정부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어요 … 이 사람들 얘기로는 우리 임원 한 명을 체포할 거라고 합니다. 이번 주말까지 우리는 정말로 오랜만에 평화적인 분위기 조성에 성공하게 될 거라 믿고 있었는데 말이죠. 혹시 직원들에게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줄 수 있을까요?" ("Sorry to bother you, but there's a raid happening … They say they'll arrest our executive. We'd hoped to reach a long-awaited peaceful climate by this weekend. Could you ask your staff to advise us?")

당시 우버의 유럽 로비스트이자 우버 파일을 직접 폭로한 내부고발자인 마이크 맥간이 당시 마크롱 장관에게 찍은 문자 내용이다. 경찰 병력을 통제할 위치에 있지도 않은 경제장관에게 압수수색을 중단시켜 달라는 노골적인 요청이 담겨있지 않은가.

그해 10월에 마르세이유 당국이 우버X 서비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맥간은 다시 급하게 마크롱 장관에게 문자를 찍는다. "(마르세이유 당국 움직임에)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dismayed) … 내각에 얘기해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해주세요.(ask your cabinet to help us understand what is going on)"

은밀한 거래 (secret deal)

마크롱 장관의 답신 문자가 곧바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 살펴볼께요. 관련 정보 모두 제게 보내주시면 오늘 저녁까지 우리가 결론을 내볼께요.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 서로 조용히 있는 게 좋겠습니다.(I will look at this personally. Have all the facts sent to me and we will make a decision by this evening. At this point, let's stay calm)"

정확히 이틀 뒤 마르세이유 당국은 우버X 서비스 금지 방침을 철회하게 된다. 정말 전광석화와 같은 일 처리였다. 일의 전개과정에 너무나 만족한 마이크 맥간은 마크롱 장관에게 이렇게 문자를 남기게 된다. "당신 사무실, 그리고 부서의 훌륭한 협력에 감사합니다.(Good cooperation with your office and Beauvau [the interior ministry])"

처음에 우버 경영진들은 우버팝 서비스가 프랑스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폭로된 우버 파일에 따르면 마크롱 장관은 우버와의 첫 만남 때부터 우버팝과 같은 서비스가 프랑스에 안착되기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마크롱은 그래서 도와주지 못한다고 한 게 아니라 우버 경영진과 함께 다른 길을 찾는다.

그 길은 간단했다. 테브뉴 법에 의해 이미 불법화된 우버팝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우버X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거래(deal)이었다. 택시 서비스를 하려면 각각의 기사에게 300시간의 교육시간을 이수하는 등 상당한 요건을 갖춰야 했는데, 이런 요건을 확 완화시킬 수만 있다면 우버X를 우버팝처럼 써먹을 길이 열리니까 말이다.

택시 기사들의 항의시위가 격렬해지던 때, 그러니까 코트니 러브가 쌍욕을 담은 트윗을 날리던 2015년 6월 말, 우버는 '자발적으로' 우버팝 서비스 중단을 발표하게 된다. 그 즉시 마크롱 장관은 우호적인 의회 의원들, 그리고 장관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버X 서비스에 대한 규제완화, 우버 경영진이 그토록 바랬던 일이 실현되었다.

폭로된 우버 파일에 따르면 마크롱 장관은 프랑스 정부 내 우버 반대파를 설득해 은밀한 거래를 추진해 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말로 우버와 마크롱이 추진한 은밀한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폭력 시위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어"

하지만 우버X 서비스에 대한 규제완화는 택시 노동자들의 분노에 불을 끼얹었다. 택시 시장 진입에 규제가 풀리자 서비스 가격 덤핑 현상이 벌어졌고, 이는 택시 노동자들의 일감과 수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쳤기 때문이다. 시위는 날로 더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26일, 프랑스 파리의 도심 주요 도로가 막히고 곳곳에서 타이어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몰려온 택시 노동자들 수천명이 함께 '우버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이다.

20~30명의 택시 노동자들이 시위 과정에서 연행되었다. 프랑스 북부의 릴(Lille) 지역에서 승객을 내려주던 우버 기사 한 명이 얼굴을 얻어맞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와 유사한 사고들이 마르세이유, 툴루즈, 엑상프로방스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시위가 악화되어가는 이 시점에 우버 경영진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직원(Team)들은 모두 무사함. 우버 기사와 승객들은 전반적으로 안전함. 다만 승객 35명을 포함해 53건의 사고로 부상자 발생. 택시 폭력시위로 차량 한 대가 심각하게 파손되었고 2명의 운전기사가 폭행당하는 등 3건의 상대적으로 위험한 사고가 있었음."

프랑스 사업 운영책임자가 자정을 넘겨 보고한 내용으로 이 역시 우버 파일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직원(Team)이란 당연히 프랑스 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말한다. 당연히 이들은 시위 계획이 공표됨에 따라 사무실을 나와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사업 운영은 온라인으로 원격 조정되었으니 다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보고된 내용에 나온 것처럼 그들은 운전 기사들을 자신의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안전에 대해서도 뒷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버 경영진들은 우버 기사들을 자신들 사업의 도구이자 방패막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위 3일 뒤인 1월 29일, 우버의 최고위 관계자들이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은 눈을 의심케 할 수준이다.

■ 레이첼 웨트스톤 (당시 우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마크가 택시 폭력시위로 승객 호출차량 기사들의 안전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Just FYI Mark worried about taxi violence against any VTCs drivers)

- (택시) 노조가 폭력을 갈망하는 극우세력에게 장악된 것 같아요 (Unions being taken over by far right spoiling for a fight)

■ 마크 맥간 (당시 우버의 유럽 로비스트)

- 극우세력 일부가 택시 시위대에 침투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효과적인 시민 불복종을 추진 중이고 이와 동시에 사람들 안전도 챙기려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알렉산더 덕에 우리는 파리 경찰과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현명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어요. (extreme right thugs infiltrated some of the taxi protests – we will look at effective civil disobedience and at the same time keep folks safe. Believe or not, thanks to Alexandre, we have very good connections with the Paris police. We'll be smart.)

■ 트래비스 칼라닉 (당시 우버 CEO)

- 우리 승객이 5만 명에 달하잖아요. 그러니 저들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을 거고 건드릴 수도 없을 겁니다. (If we have 50,000 riders they won't and can't do anything.)

- 내 생각에 이건 가치가 있어요 ... 폭력은 성공을 보장합니다. (I think it's worth it ... Violence guarantee success.)

이쯤 되면 우버가 각국 정부와 장관, 국회를 어떻게 여기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그들 입맛에 맞게 정책도 바꾸고 법률도 바꾸며, 심지어 자신들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우버 기사들을 폭력의 희생양으로 던져주면서까지 규제 완화와 이윤추구를 해왔던 것이니 말이다.

이번에 폭로된 내용들이 너무 생생한 것들이라 우버 측도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그건 전임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사업을 지휘할 때 벌어진 일들일 뿐이고, 2017년에 새로운 CEO 시스템으로 교체된 이후부터 이런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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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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