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예비 경선(컷오프)을 무난히 통과했다. 나머지 본선행 티켓 두 자리는 '97그룹(90년대 학번, 1970년대생)' 맹주 격인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이 차지했다.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던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남은 한 달 동안 단일화를 성사시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깰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 경선 결과, 박용진·이재명·강훈식(기호순) 세 후보가 본 경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들과 함께 당권에 도전했던 김민석, 이동학, 강병원, 박주민, 설훈 등 다섯 후보는 컷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번 당 대표 선거 컷오프는 중앙위원회 70%, 국민 여론조사 30%가 적용됐다. 중앙위원회 선거인단은 국회의원(169명), 고문단(39명), 원외 지역위원장(84명),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의장(10명),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장단 선거인단(75명) 등 383명으로, 이 가운데 344명이 투표에 참여해 89.8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득표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컷오프 결과에 대해 "중앙위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 민주당을 지지해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민주당이 상대의 실패를 기다리는 반사이익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다시 모아서 유능한 대안정당으로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이기는 민주당'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고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전국 정당화를 확실하게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당 대표 예비 경선에서 본선 진출이 확실시됐던 이 의원과 달리, 나머지 두 명은 안갯속이었다. 기존 컷오프 선출 방식은 중앙위원 투표가 100%였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했지만, 이번 전대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포함되면서 당락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이날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인지도에서는 박용진, 조직력에서는 강훈식 후보가 선전했다는 평이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을 거치며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예비 경선을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에 이어 2등에 이름을 올렸다. 당내 쓴 소리 그룹으로 불린 '조금박해' 일원으로 비주류 이미지가 강해 조직세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기반을 다져나갔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문 그룹에서 일부가 전략적으로 박 후보를 밀고 있다"면서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고 누구를 대표격으로 세울 것인가 했을 때 여론조사 성적이 좋은 박 후보가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당선 소감으로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가 이번 본 경선에 올라가게 된 것은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고 민주당의 혁신을 통해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대가 들썩들썩한 전당대회가 되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민주당이 정말 확 달라졌구나 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훈식 후보는 인지도 면에선 약하지만 강한 조직력으로 극복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강 후보는 당 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그리고 충청도 출신으로서 비수도권 중앙위원들로부터도 폭 넓은 응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막판에는 조응천 의원·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힘을 받았다.
당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의 경우 공개 지지가 없었던 것과 달리 강훈식 후보에게는 공개 지지가 이어지면서 그게 좋은 방향으로 중앙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강 후보는 본선 진출 소감으로 "승리를 위한 새로운 타격이 시작했다. 훈풍에서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면서 "당의 혁신을 바라고 미래를 열라는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당이 수도권 정당이 아니라 전국 정당을 바라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사람이 몰리고 더 나은 정당이 되는 전당대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비 경선에서 이 후보를 제외한 두 후보가 비(非)이재명계 후보로 결정되면서 단일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선 97그룹(90년대학번·70년대생) 주자 네 명은 컷오프 전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의견 불일치로 단일 후보를 내지 못했다. 박 후보의 경우 컷오프 전 단일화를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강 후보는 '컷오프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단일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단일화 논의를 컷오프 이후로 미루자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강 후보는 이날 단일화 여부에 대해 "컷오프 후 하자고 했으니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 의사를 표시했다. 박 후보 또한 "(단일화에) 시종일관 열려있었고 적극적이어서 빠른 시일 내에 강 의원과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겠다"면서 "오늘 밤이 넘어가기 전에 긴밀한 통화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중앙위원회 100% 투표로 진행된 최고위원 예비 경선에서는 장경태·박찬대·고영인·서영교·고민정·정청래·송갑석·윤영찬 의원(기호순) 등 8명의 후보들이 선출됐다. 이 중 장경태·박찬대·서영교·정청래 후보는 친명계, 나머지 후보 네 명은 비명계로,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계파 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졌다.
이날 예비경선에 통과된 당 대표 후보 3인, 최고위원 후보 8인은 8월 한 달간 지역 순회 경선을 거쳐 최종적으로 차기 지도부를 가린다. 본 투표에서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 여론조사 25%를 합산한 결과에 따라 당 대표 1명,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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