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 오세훈 시장이 도시가스 점검노동자를 대하는 자세

[시민권 없는 시민들-서울도시가스 여성 안전 점검노동자] ⑤

시청 앞마당에 내동댕이쳐진 여성노동자들

지난 5월 24일,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돌려달라고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집회를 하던 도시가스 점검노동자들은 서울시의 책임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면담을 하러 시청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경찰들에 의해 출입을 통제당했다.

도시가스 점검노동자들도 서울 시민이고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다. 당연히 서울 시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하고 경찰에 의해 출입을 통제당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 노동자들은 서울시로부터 도시가스 공급권을 허가받아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외주업체에서 외주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노동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서울도시가스 분회장의 모습을 보며 노동자들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경찰들은 방패를 앞세워 여성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벌어졌다. 많은 수의 여성노동자들이 경찰의 폭력에 팔목이 꺾이고, 넘어지며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경찰의 과잉대응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시청 별관 내부에서 평화롭게 피켓팅을 하던 노동자들을 오도 가지도 못하게 밤새 가둬두기까지 했다.

서울시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겠는가. 또 떼인 월급 받아달라고 면담하기 위해 서울시를 찾아갔겠는가. 그런데 되레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공권력을 동원해 여성노동자들을 시청 앞마당에 내동댕이치고, 내부에 감금하여 하룻밤을 꼬박 새우게 하는 것이 바로 서울시가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다.

노동자도 시민이자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도시가스 안전 점검노동자들도 세금을 내는 시민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이다. 일일이 발로 뛰며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노동을 하는 이 노동자들이 서울시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 

공공성을 가진 업무를 외주화하는 바람에 가가호호 방문하는 과정에 안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월급도 떼먹히기 일쑤인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경찰력을 동원해서 폭력적으로 대응하게 한 서울시의 태도에 지켜보던 이들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도시가스 안전 점검노동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곳을 방문하며 범죄의 상황에도 쉽게 노출된다. 좁은 담벼락과 어두운 골목에서 추락과 골절, 타박상 등 상시적인 사고의 위험도 감내하며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중간에서 착복하는 자들이 있게 만든 구조는 악질적이다. 서울시에서 시민들이 낸 세금이 사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을 방치하지 않았다면, 이윤이 아닌 공익과 인권 그리고 노동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있었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7월 5일, 도시가스 안전 점검노동자 임금을 삭감한 서울시에 항의 면담을 요구하는 도시가스 안전 점검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해고자에게도 임금을 빼앗긴 노동자들에게도 폭력으로 응답하는 서울시

10년 전 쌍용자동차의 파업 당시 경찰들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다치고 끌려가고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막고자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들은 강경대응했다. 며칠 만에 겨우 분향소가 차려졌고 이후 많은 시민들의 애도와 참여로 죽음의 행렬은 멈춰질 수 있었다.

이후에도 경찰들의 강경하고 폭력적인 대응은 지속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들을 막아서는 경찰들을 보며 '국가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촛불로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생존권을 외치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는 이전 정부와 다름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노동자들의 최후의 보루인 농성장을 폭력적으로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강제 납부하게 했다.

오랜 투쟁을 하고 있는 세종호텔노조도 농성장에 대한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수개월에 걸쳐 내고 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해고된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자들도 수차례에 걸쳐 농성장이 폭력적으로 철거되었다. 촛불정부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코로나19 재난 위기 상황에서 자본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쫓겨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억울함에 차린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것으로 답해왔다.

생존권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2021년 12월 10일 정리해고 당한 세종호텔 노동자들도 호텔 로비 한켠을 점거했다. 8년간 동결된 임금인상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법원은 부분적 직장폐쇄를 인정하고 파업노동자들에게 강제퇴거를 명했다.

엄동설한에 우리 해고자들은 길바닥에 농성장을 차리고 이제 7개월이 지났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행정대집행 예고와 과태료 부과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코로나19 핑계로 해고 당한 것도 억울한데 국가와 법원, 그리고 서울시와 중구청은 이렇게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나몰라라 하고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 12월 30일 진행된 '아시아나케이오-세종호텔 원직복직 쟁취를 위한 해넘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장

일터에서 쫓겨난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요구와 빼앗긴 임금을 돌려달라는 도시가스 안전 점검노동자들의 요구는 다르지 않다. 생존할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당연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생존권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5월 24일 도시가스검침 노동자들이 서울시와 경찰의 폭력에도 끝까지 요구했던 서울시의 책임있는 역할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이들이 바로 도시가스 안전 점검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에게 중간착취 없는 임금 지급의 책임 있는 역할을 열 일 제치고 해결할 것인지, 이들의 요구를 가로막고 탄압해야 할 것인지,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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