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가 노출된 데 대해 추가 해명을 피했다. 권 원내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원·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며 윤 대통령과 문자로 주고받은 내용의 의미에 대해선 함구했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파장 확산을 우려해 추가적인 해명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대통령실 입장이 나올 것 같나', '한 말씀만 해달라' 등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날 국회공동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된 권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사진에는 윤 대통령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이준석)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쓰고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한 텔레그램 화면이 찍혔다.
권 원내대표는 문자 노출 사건 발생 2시간여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쓴 사과문을 올렸으나, '이 대표 징계 결정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 '당무와 거리를 두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거짓이었나'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친이준석계 "권성동, '내부 총질 표현' 추가 입장 표명해야"
윤 대통령이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로 낙인을 찍은 이준석 대표는 문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친이준석계 인사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관련 발언을 최소화하겠다는 권 원내대표의 계획과 달리 추가 입장 표명을 요구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당 대표(이준석)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서 유감이다. 정말 탄핵 이후에 무너져가던 당시 야권을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가 새롭게 선출되면서 대선 이기고 지방선거를 이기지 않았나"라며 "설사 당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걸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하셨다는 게 정말 당황스럽다"고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의 해명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직무대행이 대통령실 대변인도 아닌데 대통령이 발화하신 걸 해석해서 올리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비판한 뒤 "직무대행께서도 '내부 총질'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 추천으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합류한 천하람 혁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문자에 대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를 넘어서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이 부분이 걱정된다"라며 "이어서 이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렇다면 여당 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안 좋게 보고 계신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주도한 '나는 국대다'를 거쳐 당 대변인이 된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의 중징계를 확정하는 순간까지도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며 "이준석 대표의 투쟁, 그 과정에 많은 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그것이 '내부 총질'이라는 단순한 말로 퉁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허무하게 죽지 말라'는 무수한 만류에도 저는 할 말을 해야겠다. 이 또한, 당정을 해치는 내부 총질이면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 여기신다면 저 역시 이만 물라나겠다"며 "이제, 조금 지친다"고 했다.
전날에는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이라는 글과 함께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인스타그램에 아무 말 없이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문자가 담긴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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