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로비대상? 플랫폼 기업의 본색 드러낸 '우버' 파일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대통령, 총리, 유럽연합 집행위원까지 상대로 로비

▪미스터 A : "압수수색 계획이 포착될 때마다 우리는 천국(Heaven)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We need to monitor Heaven live every time there's a raid planned.)"

'천국(Heaven)' 시스템이란 이 회사의 앱을 설치한 사람들 위치정보를 언제든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마치 하늘에서 신이 인간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고 해서 'God View'라는 오만한 별칭으로도 불리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네덜란드에서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해외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암스테르담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이닥친 것.

▪미스터 B : "지금 당장 킬 스위치를 눌러요 … 암스테르담에 저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Please hit the kill switch ASAP … Access must be shut down in AMS[Amsterdam])"

킬 스위치란 서버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자동 삭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의 프랑스 사무소에도 압수수색이 들이닥쳤다. 곧바로 킬 스위치가 실행되었고 결국 경찰의 강제집행은 얻는 것 없이 끝났다. 이 회사를 대신해 유럽 각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해오던 미스터 C는 회사 최고위층에 이렇게 보고했다.

▪미스터 C : "IT 도구에 대한 접근을 즉각 차단시켰습니다. 경찰이 가져가봐야 뭐 건질 건 없을 겁니다. (Access to IT tools was cut immediately, so the police won't be able to get much if anything.)"

번번이 허탕만 치던 경찰은 이번엔 함정수사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허가 없이 영업을 하는 이 회사 차량 호출을 시도해 봤는데, 그 경찰 휴대폰에는 도통 근처에 호출 가능한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 규제당국이나 경찰의 신원을 미리 조사해 뒀다가 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에는 호출차량이 없는 것처럼 전송하는 그레이볼(Greyball)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다.

미스터 A : "사업 금지를 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그레이볼(Greyball) 같은 비밀 소프트웨어를 쓰는 게 낫다. 그레이볼 사용자는 그저 근처에 호출 차량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It feels to me like greyballing is better than banning, as the greyball user is likely to think that there's just no supply out there.)"

빅 테크 플랫폼 기업의 민낯

영화에서나 볼법한 얘기 같지만 이 모든 일이 2013~2017년 사이에 실제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이 회사 이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빅 테크 기업의 대명사 우버(Uber). 미스터 A는 당시 우버의 유럽 사업부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우버이츠(Uber Eats)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피에르 디미트리 고어 코티(Pierre Dimitri Gore-Coty)이다.

미스터 B가 바로 그 시기 우버의 CEO였던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며 미스터 C, 바로 이 사람이 영국 '가디언(Guardian)' 지에 우버의 내부 기밀자료 12만 4천 건을 전달해 세상에 알려지게 한 내부고발자이자 같은 시기에 유럽 정부를 상대해온 우버의 전직 로비스트 마크 맥간(Mark MacGann)이다.

그가 폭로한 12만 4천 개의 자료 중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만 8만 3천 개에 달하며,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앱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위치정보에 신용카드 정보까지 모두 쥐고, 온갖 IT 기술과 비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전세계 택시시장을 교란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데 활용해온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AP=연합뉴스

로비 대상 수준이 대통령, 총리, 실세 장관

문자와 e-메일에 드러난 우버의 수법도 대담하지만, 그들이 로비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들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CEO를 직접 만났으며 가디언 지는 이 만남 이후 연설문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점 같은 자리에서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역시 그해 다보스 포럼에서 칼라닉을 직접 만났다. 재무장관이라면 정부에서 가장 강력한 내각의 일원이라 할 수 있다. 당시는 영국 런던의 도로교통국(TfL)이 우버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규제를 추진하다 중단한 직후 시점이었다. 그를 만난 칼라닉의 메모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정말 좋은 만남이었음. 조지 오스본은 강력한 지지자임. 그는 도로교통국(TfL)이 긍정적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있음 … 그는 우리 라이더와 기사들이 더 많은 얘기를 쏟아낼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음. 부유하지 않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 얘기가 매우 흥미롭게 들린다고 함. (Very good meeting. George Osborne is a strong advocate. He liked to believe that he's responsible for the positive TfL consultation outcome ... Also said we should have our riders and partners speak more. The story of us empowering the less well off people is interesting.)"

그해 다보스 포럼에서 칼라닉이 만난 인물은 훨씬 많았다. 그 인물들 중에는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포함되었고, 지금 프랑스 대통령이 된 당시 경제산업부 장관 엠마뉘엘 마크롱도 있었다. 우버 파일(Uber Files)을 폭로한 마크 맥간은 2014년 10월 마크롱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록했다.

"엄청납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인물은 처음 만나봅니다. 지금 그의 사무실을 나와 공항으로 가는 길인데, 비행기에서 보고내용을 정리할께요. 밀려오는 일들이 많을 것 같지만, 우린 곧 함께 춤출 수 있을 것 같아요. (Spectacular. Like I've never seen. We are leaving Bercy(마크롱의 사무실) and are heading to the airport. I will give you a report on the way. Lots of work to come, but we'll dance soon;)"

유럽연합 집행위 부위원장은 아예 로비스트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인물은 네덜란드의 교통부장관을 지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까지 오른 닐리 크로스(Neelie Kroes). 그녀 역할은 유럽연합 전체의 독점 문제와 경쟁법을 다루는 최고 책임자로서, 우버를 비롯한 빅 테크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를 부과할 임무를 부여받은 인물이다.

그녀는 유럽연합 일을 2014년 10월에 그만두게 되는데 규정상 사임 후 18개월 동안은 냉각기(cooling-off period), 즉 자신이 했던 업무와 연관된 기업에 취직을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일정 기간은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에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직할 수 없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2015년 3월에 네덜란드 경찰이 우버의 암스테르담 사무실을 급습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폭로된 우버 파일에 따르면 그녀는 "규제 당국과 경찰들에게 물러서도록 압력(to force regulator and police to back off)"을 넣었다. 1주일 뒤에 다시 압수수색이 벌어졌지만 그때도 다시 네덜란드 정부 장관들을 "괴롭히며(harassment)" 압수수색을 방해했다고 한다.

이 시점은 그녀가 유럽연합 집행위 일을 그만둔지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은 냉각기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며, 명백히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녀는 이 냉각기 중에 우버의 유급 자문단에 지원했다는 사실도 우버 파일을 통해 밝혀졌는데 이 역시 유럽연합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우버 파일을 폭로한 마크 맥간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e-메일에 "닐리 크로스와 우리의 관계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밀에 해당(our relationship with NK is highly confidential)"하며 "그녀의 이름이 공식 문서에 등장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Her name should never figure on a document)"고 적었다.

닐리 크로스가 "빅 테크 기업과 정부 사이의 회전문 인사를 통한 정경유착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사례(the poster child for the discussions around 'revolving door/tech's crony capitalism')"로 쟁점화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뭐 이제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을 사임한지 정확히 18개월 뒤에 그녀는 우버의 유급 자문단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다. 유럽연합에서 빅 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 책임자가 그들을 위한 노골적인 로비스트로 변신한 것이다. 아니, 실은 본래부터 그런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 해야 할까.

로비의 결과는?

우버는 2013~2017년 사이 미국의 여러 주, 그리고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택시 면허도 소지하지 않은 채 택시산업에 진입한다. 당연히 모든 지역에서 불법 논란이 벌어졌지만, 대부분의 경우 법 규정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다. 우버 파일 곳곳에는 이 회사의 최고 임원진들조차 스스로의 불법행위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그래, 우리에겐 종종 문제가 있지. 빌어먹을, 우리가 불법이라는 사실 말이야. (Sometimes we have problems because, well, we're just fucking illegal)"

➜ 나이리 후다지안(Nairi Hourdajian) 우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의 문자

"우리는 대외적으로 해적이 되어가고 있어. (We have officially become pirates)"

➜ 회사가 정부들의 "법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avoid enforcement)" 대비해야 한다며 보낸 한 임원의 문자

법을 무시하고 무작정 진입한 결과는 나라마다 좀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곳에서는 규제가 완화되며 우버가 택시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도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우버의 사업 자체가 금지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곳곳에 우버가 정부 고위층을 상대로 벌인 로비의 흔적이 묻어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 더 기가 막힌 로비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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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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