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이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탈북 어민들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결여됐다"며 "북송은 법과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입장문을 내자, 이를 공개 반박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현안 이슈에 대해선 대변인이 대응해왔던 것과 달리, 이날은 최 수석이 직접 마이크 앞에 섰다. 대통령실이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사실상 지시한 데서 나아가 전 정권 인사에 대해 직접 대응에 나서면서 대대적으로 사건을 띄우려는 모양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지지율 급락 사태를 맞이하자 보수층의 지지율을 결집시키기 위해 안보 이슈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 수석은 "이 사안의 본질은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할 탈북 어민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 전 실장이 북송된 탈북 어민을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업급한 데 대해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당연히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 결론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송 어민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라면서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단 말이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데 대해선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국민 눈과 귀를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국정조사에 대한 공감대가 차츰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거듭 국정조사와 특검을 검토하자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의힘에서 북송 문제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렇다면 그 국정조사와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비선 논란 국정조사를 같이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수용할 뜻을 밝혔다.
민주 "정치 보복에만 열 올려...그런다고 지지율 만회 못 해"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 "민생경제 위기에 바빠야 할 대통령실이 정치 공세, 정치 보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 수석의 브리핑 직후 서면브리핑을 내고 "이는 명백한 수사가이드라인 제시"라면서 "윤석열 검찰을 앞세운 대통령실이 본격적인 사정정국의 시작을 공식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그런다고 해서 인사 참사, 사적 채용과 비선 측근 논란 등으로 추락한 국정운영 지지도를 만회할 수는 없다"면서 "경제와 민생이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대통령실은 국민의 힘을 모아 위기를 돌파할 생각은커녕 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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