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출마 '초읽기' 돌입…민주당, '당심-민심 좁히기' 가능할까?

문자폭탄 제재 등 혁신안 공개…노웅래 "민심 중심 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선거 패배 이후 쇄신 의지를 담은 혁신안을 공개했다. 혁신안의 궁극적 목표는 '당심과 민심의 일치'다. 더는 강성 당원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혁신 과제에 대거 반영해 일부 당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폭력적 팬덤 행위에 대한 제한이나 성 비위 사건 엄정 처리 등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과도 겹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혁신플랜 보고회를 열고 추진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당 쇄신이 없다면 2년 뒤, 5년 뒤 총선·대선 역시 희망과 미래가 없다는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준비했다"면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민심 중심 정당'으로의 회귀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노선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번 혁신플랜의 차별성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라는 엄중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오늘 혁신플랜 보고가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고, 유능한 민생 대안정당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제시한 우선 추진 10대 과제는 △민심 중심 선거인단 △민주당 플랫폼 활성화 △당원의 의무 실현 △당론 결정 프로세스 혁신 △젠더폭력 등 윤리규범 위반사건 처리제도 △물의 일으킨 정치인 징계 강화 제도화 △100년 민주당을 위한 '(가칭)민주당인재원' △청년당 활성화 △'(가칭)국민정책전단대회'정례화 △정책당원과 정책대의원 정상화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혁신플랜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민심 중심 선거인단 구성'은 당장 이번 전당대회에 반영될 전망이다. 전당준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민 여론 반영 비율을 30%까지 높인 바 있다. 

'플랫폼 활성화' 방안은 당에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최근 제안한 당원청원제도 도입과 일맥상통한다. '당원 의무 실현'은 욕설이나 문자 폭탄 등 일부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해선 일정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론 결정 프로세스 혁신'은 쟁점 의제와 쟁점 당론에 대해서는 심사숙고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 의원은 "찬반 동수의 TF를 구성하고, 의원총회에서 쟁점 의제에 대한 비밀투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면서 "강경파에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민심 중심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의 일으킨 정치인 징계 강화 제도화'에 대해선 "징계를 제도화해서 다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제안"이라고 부연했다.

연구원은 이미 대선 패배 이후 대선평가보고서를 통해 '이기는 민주당을 위한 5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5대 과제는 △더 믿을 수 있는 민주당, △더 주도적인 정당, △더 넓은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젊은 민주당이다. 이날 발표한 혁신플랜은 이 5대 과제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연구원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박지현 혁신안'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제안한 5대 혁신안은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다. 이날 연구원이 제시한 10대 우선 과제들과 맞닿아있는 내용이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5대 혁신안을 실현하기 위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피선거권 자격에 미달했다며 출마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날 연구원이 혁신 플랜을 통해 강경파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강성 당원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의원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이 예상된다. 박 전 위원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미 이 의원 지지자들과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 출마 초읽기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일찍이 마음을 굳혔으나, 최종적으로 날짜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서, 마음의 정리는 됐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제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출마 결심을 마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어 '민주당에 어떤 개혁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민생이 어려운 지경으로 바뀌고 있고, 국민들의 고통이 큰 상태인데 정치가 그리고 민주당이 국민들의 더 나은 삶, 고통 없는 더 안전한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게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반대 여론에 대해선 "당이라고 하는 게 다양한 분들이 모이는 곳이고, 의견이 다른 것은 존중하고 다양성이라고 하는 게 당의 본질이기 때문에 의견의 다름은 시너지의 새로운 재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에 이어 차기 당 대표 선거 2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광주를 찾아 이 의원을 겨냥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미명 아래 연전연패한 장수가 또 다시 민주당에 패배의 기운을 싹틔우고 있다"며 "방탄용 출마와 사법 리스크란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의원뿐 아니라 라이벌로 분류되는 후보인 박주민 의원을 향해선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 임대차 3법을 주거 안정이란 명분으로 대표 발의한 사람이 법 통과 1달 전에 기준을 초과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서 "민주당의 위기 한복판에 우리의 내로남불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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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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