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다시 녹조가 점령하기 시작했다

[함께 사는 길] 한강·낙동강 보 처리 방안 보고서 결론은? ②

4대강 재자연화를 담당했던 환경부 내 4대강 조사평가단이 6월 말에 해체됐다. 환경부는 대신 TF를 꾸려 관련 업무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말 그대로 임시적인 조직이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3월부터 4대강 조사평가단 업무는 거의 멈춘 상태다. 한강과 낙동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은 지난해 12월 모두 끝나 환경부에 제출된 상황이지만 이후 일정은 정지된 상태다. 이미 결정이 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도 요원한 상황이다.

관련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과 관련해선 기존에 축적된 자료가 많다"면서도 "감사원 공익감사가 끝나고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및 지역주민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언급한 감사원 공익감사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은 부당하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4대강사업에 앞장 서온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4대강국민연합이 청구한 감사다. 한강 및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은 물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미 결정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결정도 뒤엎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런 시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지난 6월 19일 낙동강 구미 해평과 달성보 전 구간에 퍼진 녹조. ⓒ정수근

"수문 개방 반대 명분 만들려 수문 닫아"

공수보 수문이 닫혔다. 공주보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부분 철거를 결정한 후 현재까지 상시 개방으로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15일 환경부는 공주 지역의 가뭄을 해결하겠다며 상시 개방 중이던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공주보 수문을 닫아 쌍신양수장 보에 물을 채우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달랐다.

환경부의 담수 결정 전 현장을 방문한 대전환경연합은 "환경부가 가뭄지역으로 해결하겠다던 쌍신동은 모내기를 거의 완료했다. 또한 14~15일 양일간 내린 비로 양수장에서는 물이 가득 찼고 그에 따라 양수기 가동 또한 중단됐다"고 전했다. 환경부가 주장한 공주보 담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금강유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환경부가 독단적으로 공주보 담수 결정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는 공주보 수문 개방과 담수 여부에 대해 공주보 민간협의체, 금강수계보민관협의체와 논의 후 결정해 왔다. 환경부는 이번 담수 결정 역시 민관협의체와 협의 후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민관협의체 위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주보 민간협의체와 금강수계 보 민관협의체 위원들은 공주보 담수 계획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환경부가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6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주 보 담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미 수문 개방에도 취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조치가 끝나 현재도 농업용수가 무리 없이 공급되고 있다"면서 "공주보를 담수하더라도 정안천 수위상승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차라리 본류에서 직접 펌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민관협의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현장점검과 함께 15일까지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 또한 꼼수임이 드러났다. 의견수렴과 현장점검 전에 이미 공주보 수문을 닫겠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대전환경연합은 "환경부의 이번조치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과정도 적절하지 않다. 외압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정진석 의원의 요구에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적절한 논의도 없이 담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의원은 환경부 발표 전인 10일 '가뭄 해소 위한 공주보 담수 시작'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보도 자료를 통해 정 의원은 지난 5월부터 환경부 장관에게 가뭄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왔고 이에 환경부가 공주보 담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이미 정진석 의원과 협의해 공주보 담수를 결정했음을 시사한다.

환경부는 추후 상황을 지켜본 후 수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해당지역에 6월 23일과 25일, 29일 비가 내릴 것이며 이로 인해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예보했다. 공주보 담수는 애초부터 필요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홍수에 대비해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내려야 할 상황이었다.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처장은 환경부의 이번 결정이 "가뭄해결이 아니라 담수 자체가 목적"이라며 "공주보 해체 반대 명분 만들기에 가뭄을 이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물이 채워지는 현장 상류 모래톱에는 매년 이맘 때면 꼬마물떼새와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가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이번 담수로 이들의 번식지도 수장됐다. 이렇게 번식지를 훼손할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강이 아닌 보를 지키자는 자들

세종보에서도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해체'로 결정된 세종보의 존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세종보 완공 때부터 현장을 지켜본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세종보가 들어선 후 강엔 매년 녹조가 번성하고 근처만 가도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수질이 악화됐다. 살아있는 생물들이라곤 4급수에서나 볼 수 있는 깔다구와 실지렁이뿐이었다" 세종환경연합 박창재 처장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수문을 닫아서 수변경관을 조성한다는 둥 친수시설을 계획한다고 하는데 썩은 물 가득한 곳에 누가 가겠는가. 세종보 철거는 이미 충분한 기간 동안 모니터링하고 연구한 결과 나온 결정이다. 돈으로 따져도 존치보다는 해체가 더 경제적이라는 결과도 이미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세종보의 빠른 철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문이 개방되고 물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썩었던 뻘층이 씻겨 내려가고 모래톱과 여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흰수마자도 돌아오는 등 죽음의 강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면서도 "수문을 개방했지만 보 구조물이 강 절반을 막고 있다. 하루 빨리 보를 철거해 강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강도 사정은 비슷하다. 승촌보 상시 개방, 죽산보 해체가 결정되었지만 1년이 넘도록 제자리다. 광주환경연합 이경희 사무처장은 "보 철거 시기와 철거 방식 등 세부적인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승촌보나 죽산보는 용수를 공급하는 것도 아니고 홍수를 예방하지도 않으며 당장 철거되어도 논란이 없는 보다. 영산강을 살리기 위해 합의했던 사항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조에 점령당한 강 그리고 우리

낙동강은 다시 녹조가 점령하기 시작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7일 강정고령보의 유해남조류는 1710cells/㎖이었지만 6월 13일 2만8762cells/㎖로 폭증했다. 강정고령보 상류 죽곡취수장에서부터 시작해 대구시민 50% 이상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곳인 매곡취수장 앞까지 녹조가 뒤덮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가뭄과 더위에 따른 수온의 증가, 강우량 감소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 등으로 인해 남조류가 다량 증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낙동강 해평지점(칠곡보 상류 22㎞)과 강정고령지점(강정고령보 상류 7㎞)에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달성보는 3만8572cells/㎖, 합천창녕보 6만5232cells/㎖, 창녕함안보 1만5437cells/㎖ 등을 기록하는 등 낙동강 거의 모든 구간에 걸쳐 녹조가 발생했다. 아직 6월 초임을 감안하면 올 여름의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은 "최악의 녹조라 불리던 2018년에는 8월이었다. 헌데 지금은 6월인데도 그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며 "녹조가 이 정도로 심하면 수문을 열어 조치를 취하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아무런 대응이 없어 참담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공개한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를 개방하지 않고는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환경청은 하·폐수처리장, 폐수배출업소 등 오염원에 대한 관리 강화와 정수처리에 대한 지시했을 뿐 수문 개방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는 사이 강은 더 녹조에 점령당하고 있다. 국민 건강도 위험하다.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공기를 통해 흡입될 수 있는데다 농작물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와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 2월 환경연합 등이 진행한 조사에서 낙동강과 금강 노지에서 재배한 쌀과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농작물을 먹는 사람들 또한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농업용수 운운하며 보의 수문 개방을 막고 아무런 조치 없이 녹조로 재배된 농작물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다.

보가 아닌 강을 보라

2012년 4대강 완공 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죽어가는 강을 목도하며 강을 막으면 썩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4대강사업의 망령들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다고 했지만 강은 점점 병들어갔고 급기야 국민들 건강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상식은 많은 것을 희생하고 난 후에야 얻은 진실이자 답이다. 그 답이 틀리지 않았음을 금강과 영산강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2022년 여름, 강 대신 보를 지켜야 한다는 4대강사업 망령들이 겨우 숨통을 트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강들에게 수장을 강요하며 녹조와 함께 강을 뒤엎고 있다. 우리의 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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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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