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쏟아지던 성폭력 2차 가해, 가중처벌 받는다

양형위, 성범죄 '2차 가해' 처벌하고 '성적 수치심' 용어 바꾼다

앞으로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할 경우 법원은 가해자를 가중처벌한다. 무엇이 2차 피해인가 따지는 인정 기준은 대폭 확장된다.

성폭력 사건의 양형인자 중 하나인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은 '성적 불쾌감'으로 용어가 변경되고, 군부대 내 성폭력 상황을 판단할 때 고려되는 상관의 가해 행위 범위도 확대된다. 모두 그간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 쟁점으로 작용해온 요소들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17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116차 회의)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 등을 검토한 후 수정안을 심의·의결한 해당 회의는 전날 4일 진행됐다.

먼저 양형위는 기존 일반가중인자 및 집행유예 일반참작사유였던 "합의 시도 중 피해야기"를 "2차 피해 야기"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성범죄 가중처벌 요건으로 작용하는 '피해 야기'의 정의규정엔 "합의 시도와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가 추가됐다.

이전의 '합의 시도 중 피해야기' 정의규정엔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거절에 대한 유무형의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의 압력 및 피해 유발 행위가 가중처벌 대상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제는 "피해자의 인적사항 공개, 신고에 대한 불이익조치,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발언, 집단 따돌림" 등 합의시도 과정과는 무관한 '2차 피해 야기' 행위가 새롭게 가중처벌 요건으로 적용된다. 양형위는 "피해자의 인적사항 공개, 성범죄 신고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 2차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했다고 규정 수정의 이유를 밝혔다.

대검찰청 등에서 이미 용어 논란이 일었던 '성적 수치심'도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 적용된다. 양형위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모두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한다며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는 과거의 정조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고, 마치 성범죄의 피해자가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양형위는 군형법상 성범죄의 특별가중인자 중 "상관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의 정의규정으로 수정함으로써 '상관 가해 행위'의 인정 범위 또한 넓혔다. 해당 특별가중인자의 기존 정의규정엔 "명시적으로 피고인의 직무상 권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이라는 구절이 포함돼 있었는데, 양형위는 이러한 문구로 인해 "(가해 행위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는 관계기관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이외에도 양형위는 집행유예의 일반 참작 사유로 인정되어온 "피고인의 나이가 많은 경우"를 삭제하고, 강제추행죄 권고형량을 1년씩 늘리는 등 성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여러 수정안을 이번 회의로 의결했다. △친족관계에서 벌어진 강간 △주거침입이 동반된 강간 △특수강간 등의 권고형량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수정된 성범죄 양형기준은 올해 10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17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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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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