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와 만난 민주당 "안전운임제 법제화 적극 나서겠다"

野일각 "안전운임제는 당 혁신 최전선, 170석 다수결로 처리" 주장도…與는 "순리대로 협의" 반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사흘째 접어들며 곳곳에서 물류대란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9일 화물연대와 만나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는 '법대로'를 무한 반복할 게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화물노동자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제 역할을 해온 안전운임제는 과적과 장시간 노동, 위험 운전을 막아 국민 도로교통 안전에도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며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정작 이 문제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대책도, 입장도 없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로 일몰(종료)이 예정된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전 품목으로 확대해 상시화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사업체가 화물노동자에게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적정한 운임을 정해 화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할 뿐 아니라 낮은 임금으로 인한 과적·과속·과로를 방지해 교통안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직무대행은 "시행 당시만 해도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의 법제화'을 말하더니, 새 정부 출범하자 입장을 바꿔 안면몰수하는 상황"이라며 "일몰 1년 전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 시행결과를 분석해 국회에 연장 필요성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명확한 입장도 없이 시간만 끌다 오늘 간담회엔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무책임한 국토교통부, 이 와중에 돌연 출국한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가관이고 유감"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법대로'를 무한 반복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전운임제의 상시화와 적용 대상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또한 고유가의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화물노동자와 중소기업 사주들의 현실을 감안해 유가연동 보조금 확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파업에 돌입하기 전 노동조합은 수차례 걸쳐 국토부와 국회에 일몰제 폐지와 점차적 확대를 요구했다. 경고파업도 수차례 진행했다"며 "그러나 국토부는 국회 핑계를 대고, 국회는 원구성 핑계를 대면서 화물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민주당도 이전 정부로서 그 책임이 있다"며 "원포인트 원구성해 이 문제 속히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천준호 의원은 "박 직무대행의 말처럼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적용대상 범위의 대폭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이 작년 1월 조오섭 의원의 이름으로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토위 안의 국민의힘 소속 교통소위원회 위원장이 법안 상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직무대행도 "물류는 국가의 기간산업"이라며 "(정부·여당이) 모든 것을 시장이 알아서 하라는 건 무책임한 방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운임제를 개별 업계 노동자들의 요구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3년 한시로 끝낼 것도 아니"라며 "어려움이 있지만 (여당과) 원구성 협상 진행이 시작했기 때문에 이 문제 관련해서 민생 우선 입법을 반드시 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행은 그러면서 "국토교통위가 잡히면 현안질의나 을지로위원회 차원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항의방문, 당 지도부의 총리면담 등을 검토해서 추진하겠다"며 "오늘 예정된 국무조정실장과의 회동에서 이 문제부터 책임 있게 해결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을지로위를 이끌어온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은 화물기사들의 과속, 과적, 과로 해소를 위한 안전운임제 법제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와 화주에 맞선 정당한 파업"이라며 총파업에 지지를 보냈다. 우 의원은 특히 "안전운임제 도입은 지금 민주당 혁신의 최전선 과제"라며 "170석의 힘을 이런 데, 이럴 때 써야 한다. 끝끝내 반대한다면 검찰정상화법 처리처럼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사실상 화물연대 측에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야당·노조 측과 시각차를 보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들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지만, 지금 물가라든지 경제 상황이 아주 최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좀 고려를 해서 여러가지 물류에 대한 역할들을 하면서 협상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 의장은 "정부하고 좀 순리적으로 협의를 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 주십사 말씀드린다"면서 '노조는 정부가 이야기를 안 들어주니 파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왜 안 들어주겠느냐", "협상 테이블이 정부하고 지금 마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성 의장은 "컨테이너 항만에서 나오는 컨테이너 진입 차, 시멘트 레미콘 차 같은 경우 전부 국가 기간산업하고 관련돼 있다"며 "때문에 다른 데하고는 좀 다르고 특수성이 있다. 국가 물류로 말하면 심장 같은 것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성 의장은 "(화물연대 측에서는) 유가 상승 우려를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고 저도 본다"면서도 "안전운임제에 대한 것은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요구인데, 그렇다고 한다면 이 부분은 원가 계산을 한번 해 봐야 한다. 사람에 대한 급여 문제와 자동차에 대한 감가상각에 대한 문제, 기름값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경비 부분을 다 추계해서 정부하고 합리적으로 협의를 하면 될 사항"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편 전날 기준 총파업 참가자는 전체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7200명(집회 신고 기준)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군 위탁 컨테이너 수송 차량 등 대체운송수단을 투입하는 등 물류대란에 대응하는 동시에 "불법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화물연대의 투쟁 수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화물연대 조합원 6명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정상운행하는 화물차를 방해한 혐의로 검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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