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참석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일 정상의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열린 이후 2년 6개월 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방침을 굳혔으며, 한국 정부도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대일관계 개선에 탄력을 붙인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으나,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한일 간 입장 차이가 큰 위안부 및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해법이 도출될지는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한일 간에 문제가 원만하게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이달 중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추진되고 있으며, "한국 측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관한 양측의 강한 의사를 확인하고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의 첫 회담을 실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검찰 편중인사 논란에 "필요하면 또 해야죠"
한편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부에 대해 "20여 년을 수감생활을 하는 것은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냐"고 말해 광복절 사면 가능성을 크게 열어뒀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전날 같은 질문에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리를 뒀던 입장보다 적극성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모든 정권이 집권 1년차 8.15 때 국민대통합 사면을 실행했다"고 사면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검사를 그만둔 지 20년이 됐고 3선, 4선, 도지사를 한 분들인데 검사출신이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 경력을 가진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정부와 대통령실의 핵심 보직에 포진한 검찰 출신 인사들이 13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법률가들이 갈만한 자리에만 배치했다"면서 추가적인 검찰 발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어제 제가 통화를 해서 '더 이상 검사 출신을 쓸 자원이 있습니까?' 하니까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필요하면 또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이날 아침 발언과 배치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일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거나 계속하겠다는 등 선을 긋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 간의 대화 취지였다며 "그런 원칙에서 유연하게 하시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26년 검사를 했기 때문에 아는 분이 검사가 제일 많다. 그건 어쩔 수 없다"며 "함께 일하면서 검증한 분들과 초기에 함께 일하고 싶은 것은 어떤 대통령이라도 그러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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