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마을'에 가봤습니다…대신3리 주민들의 이야기

지역 주민이 반기는 태양광 발전소는 가능할까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지역 에너지 분권 강화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는 주민 갈등의 원인이 된 지 오래다.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민수용성의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대안을 찾기 위해 지난 5월 26일 마을 주도 태양광 사업인 '햇빛두레 발전소'로 올해 선정된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대신3리를 찾았다. 마을의 사례를 포함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진행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에너지 분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 내용도 소개한다.   

"우리 동네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어요. 동네 사람이 하는 일은 최대한 도와주자.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하는 공장이나 축사도 마을 근처에 들어올 수 있었고요. 태양광도 마찬가지죠."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에 사는 박임선(67)씨의 동네 대신3리에는 약 999킬로와트(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한 산업통상자원부 마을주도 태양광 지원사업인 '햇빛두레 발전소'다.

마을 주민 43명이 출자금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이 발전소를 소유한다. 약 1메가와트(MW) 수준의 용량은 마을에서 진행하는 태양광 사업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와 정부의 융자 지원으로 마을 주민의 수익도 창출된다. 소형태양광에 대한 고정가격계약인 '한국형 FIT'을 적용받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추가로 지급받아 다른 소규모 태양광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아졌다. 사업비 90% 한도 내에서 정부로부터 장기·저리 융자 지원도 가능하다.

주민참여로 얻은 REC 가중치 이익은 주민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대신3리의 경우 수익금이 3000만 원으로 예상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배당에 사용하고도 남는 소득은 주민 전체에게 돌아가도록 설정했다. 조합원들은 총합 1500만 원 수준의 배당금을 얻고, 나머지 금액은 조합원 외 노인들과 마을에 지급한다. 80세 이상 주민에게 50만 원, 청소년 장학금, 마을 정비 사업 등에 7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한다.

▲마을 주도 태양광 발전 시범사업에 선정된 경기도 여주시 대신3리의 태양광 발전소는 마을 내 보관 창고 옥상, 농사를 짓지 않는 논 등 곳곳에 나눠져서 태양광이 설치될 예정이다. ⓒ프레시안(이상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정하는 태양광 부지...갈등 줄고 주민수용성 높아

대신3리 발전소는 한 곳에 몰려있지 않다.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마을 주민인 조합원들이 직접 본인들의 부지를 제공했다. 농산물을 보관하던 창고 지붕과 마을 새마을회 소유의 건물 옥상을 찾았다. 박 씨와 그의 동생이 노령으로 인해 더는 농사를 짓기 힘든 땅을 발전소 부지로 내놓았다. 박 씨 형제처럼 부지를 제공한 이들에게는 고정 임대료가 지급된다.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부지를 선정하니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 예정 부지는 외부 사업자는 들어올 수 없는 부지이기도 하다. 여주시 도시계획 조례에는 태양광 이격거리에 대한 규제가 있다. 사업지가 주택이나 도로 등에서 일정 거리 떨어져 있어야 개발사업 허가가 난다.

여주시의 경우 주거밀집 지역으로부터 500미터, 주택과 왕복 2차로 이상 도로 경계 및 주요 관광지 공공 체육시설로부터 200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태양광 개발행위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다만 주민이 진행하는 사업은 예외다. 여주시는 에너지 기본조례를 통해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 농업인 등 주민이 참여하는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는 이격거리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여주시청 김나건 에너지자립팀장은 "외부 사업자의 태양광 사업이 규제로 인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주민 수용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확보하고, 부지 공급의 한계 극복, 태양광 발전사업을 통한 농촌 기본 소득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사업에 힘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자체는 이격거리 규제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 입지를 제한하지만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신3리에 지어지는 태양광 발전소도 원래 규제대로라면 지어질 수 없는 위치에 설치된다. 발전소에서 나온 이득은 조합원과 마을에 돌아갈 예정이다. ⓒ프레시안(이상현)

정부 지원 없이는 주민 태양광 한계

한계도 있다. 주민 수용성은 여전히 문제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태양광 사업일지라도 주민들의 완전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여주시 대신3리 햇빛두레 발전소의 경우 참여 조건인 30인 이상 주민 참여를 얻기 위해 시 차원의 교육도 지속해서 진행했다.

"마을 주민들 설득하기가 어려웠죠. 태양광이라는 게 동네 주민들의 갈등 요소가 되는 사례도 있었고, 발전소를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라는 개념도 생소하잖아요. 시에서 나와서 주민들한테 설명도 해주고, 수익금을 주민들하고 나누는 방식을 설명해줘도 설득이 힘들었어요." (박임선, 대신3리)

주민이 직접 주도하는 태양광이 결국에는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를 위해 시 차원의 노력이나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전국적인 확산이 힘들다는 얘기다. 전국 마을 차원에서 건설되고 있는 발전소 용량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부족한 양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치되어야 하는 태양광 설비 용량이 4만6400MW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부족한 발전량으로 인해 속도감 있는 에너지 전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주민이 직접 발전 사업 전체를 주도하지 않더라도 발전소 지분을 소유한다거나 투자를 하는 등의 주민 참여 사업도 진척이 나지 않고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사업 현황은 117개소였다. 1MW 미만의 태양광 사업이 그중 절반이 넘는다.

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에너지 분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윤성권 부연구위원은 "태양광 발전에 관한 지역주민의 이해 수준이 높고 발전 가치가 커도 현 제도에서는 적절한 자금이 없으면 주민 참여가 어렵다"라며 "오히려 사업자가 주민 반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참여를 활용하거나 지자체가 인허가 조건으로 주민참여를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벤치마킹한 덴마크의 경우 풍력단지 반경 4.5km 이내 거주 주민들에게 발전소 지분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지만, 지분 재매각 등 부작용이 지속되자 2020년 이를 폐지하고 지원금 지급 방식으로 바꿨다"라며 "한국에서도 사업자가 협동조합에 보증을 서주고, 그 돈을 투자받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로 주민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윤 부연구위원은 지적했다.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진행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에너지 분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지역에너지 분권과 분산형 에너지는 다른 것"이라며 "지역에 권한을 나누자는 원론을 넘어 지역분권의 '함정'을 뛰어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기후솔루션

이격거리 규제 완화 논란...지역분권의 '함정'되나

제도적인 차원의 이격거리 규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수단이 된다. 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는 태양광 설치 가능 부지를 원천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격거리 규제가 존재하는 지자체는 작년 기준 129곳이다. 기초지자체 중 절반이 넘는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2020년 진행한 분석에 의하면 이격거리 규제로 인해 경북 구미시의 경우 상위법상 입지 불가 지역과 임야를 제외하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는 0.09%밖에 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업체와 환경단체들이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는 이유다. (관련 기사 ☞ 환경단체·산업계, 尹 인수위에 "태양광 확대 막는 규제 완화" 요구)

실제로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올해 1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했다. 작년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량 또한 4.8기가와트(GW)로 목표 달성에는 성공했으나, 전년도에 비해 보급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태양광 업계는 이격거리 규제로 인한 입지 제한 등을 지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지자체의 규제가 지역분권의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석탄 발전 등 중앙집중식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에너지원으로 전환 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의 권한이 확대되어야 하지만 지자체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지자체의 권한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오히려 태양광을 못 짓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연시키거나 역진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에 대해서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에 에너지 권한을 나눠주는 '에너지 분권'과 에너지를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분산시키는 '분산형 에너지'는 다르다며 "지역에 권한을 나누자는 원론을 넘어 지역분권의 '함정'을 뛰어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조은별 기후솔루션 연구원 또한 "지역 분권이라는 개념도 중요하지만 선출직이라는 구조상 주민 민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할 수 있을지는 고찰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치 분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동주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연구관은 "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 제한은 단순히 민원 회피 목적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사업자들이 지자체 역량 지원 없이 수세적으로 들어와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라며 "개발행위를 허가하는 권한 또한 지자체의 권한이기에 자치 분권 맥락에서는 맞지 않는다"라며 지역 특색에 맞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독일의 탈핵선언에 단초를 마련한 쇠나우마을 지붕에는 태양광발전기가 모두 설치되어 있다. ⓒ함께사는길

지자체 주도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역량 강화와 제도 필요

환경운동연합이 한국전력통계를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전력 소비량 대비 태양광·풍력 발전비중이 5% 이상인 지역은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5곳에 불과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막대한 양의 전력소비량에 비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0.8%에 불과했다.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지면 탄소중립 목표 자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에너지 불균형 해소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지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에너지센터 역할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여주시청 김나건 에너지자립팀장은 "주민들이 참여하고, 지역 태양광 발전으로 수익이 나와 마을로 돌아가 주변 마을에 입소문을 타는 게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선순환"이라며 "지역 에너지센터를 통해 주민 홍보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보급량 확대를 위한 지자체 자체의 노력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는 "지역 주도 에너지 전환 전담 기구로서 지역에너지센터를 활성화 해야 한다"라며 "중앙집중식 에너지원이 아닌 에너지 분권을 해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입지를 개발하는 '기초지자체 주도의 태양광 계획입지제도'도 방법 중 하나다. 기초지자체가 먼저 환경적,지역적으로 갈등 요소가 적은 부지를 발굴해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임현지 연구원은 '기초지자체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에 관한 정책과정 분석' 논문에서 이해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격거리 규제 결정 원인은 '난개발 방지'와 '주민 민원'이며, 이를 고려하여 지자체가 경관 영향,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하는 계획입지제도를 추진하고 중앙정부는 인센티브를 줘 에너지전환의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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