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아프게 하는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 잔혹사] ④ 노조 파괴하는 부당노동행위

"민주노총은 안 된다."

세브란스병원의 입장이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세브란스병원은 민주노총을 마치 막아야 할 감염병으로 생각한다. 사용자가 노조활동에 관여하고 노조활동을 막아도 되는 줄 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81조는 "사용자는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처분, 노조활동 방해,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는 제81조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법은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엄중히 금지하고 있다.

군사작전 수준의 노조파괴

세브란스병원은 2016년 6월부터 청소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했다. 

'민주노총 탈퇴 3단계 전략'을 만들어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3단계 전략을 보면 기가 막힌다. 1단계는 조합원들의 구성과 특성을 파악한다. 2단계는 현장별로 이슈를 모아서 탈퇴를 유도한다. 3단계는 노동조합 비핵심 세력의 중심을 흔들고, 업무 재배치를 활용해서 탈퇴전략을 수립한다. 군사작전 수준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최저임금에서 벗어나고,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갑질을 멈춰달라는 것뿐이다.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일터, 잠시 쉬면서 떡을 먹어도 경위서를 안 써도 되는 일터, 휴게실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어 용기를 내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세브란스병원이 청소노동자들의 이런 소박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가.

세브란스병원의 부당노동행위 증거는 차고 넘쳤지만, 2016년 노동부와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30여 명의 조합원이 30여 명으로 줄어도 끝까지 노동조합을 지켰다. 청소노동자들은 지속적인 탄압과 차별을 받으며 노동조합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신촌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병원장에게 노조파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병원 로비 행진 및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목요집회는 매주 15시 30분에 진행된다 ⓒ차헌호

청소노동자에게만 가혹한 일류, 세브란스병원

검찰은 2021년 3월에서야 세브란스병원과 청소용역업체를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재판부에서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 사무팀장, 파트장과 청소용역업체 태가비엠 부사장, 이사, 현장소장, 반장까지 총 9명이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이 5년간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결과다.

세브란스병원은 계획적으로 노조파괴를 자행했다. 노조설립 동향 파악, 노동조합 발대식 저지, 노조탈퇴 공작 등을 공모하고 실행했다. 불법행위를 조직적으로 벌였다. 죄질이 후지고 고약하다. 가장 무거운 징역형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서울에서도 잘 나가는 대학병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세브란스 하종원 병원장은 "질병 치료를 넘어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하고 신뢰받는 의료기관이 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현실은 완전 딴판이다. 병원장은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상처받은 청소노동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도리어 상처를 주며 괴롭히고 있다. 병원장은 청소노동자들의 마음도 치유하지 못하면서 환자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한다는 말인가. .

▲신촌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구미에서 올라온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차헌호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힘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다. 감염병 예방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어느 시설보다 청소 노동이 중요한 곳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세브란스병원은 기소되어 법원에 불려가서 재판받으면서도 집회금지 가처분을 넣었다. 끝까지 청소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투쟁은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닮았다.

2015년 6월 아사히글라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하청업체를 폐업하고 우리를 해고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130여 명의 조합원이 순식간에 22명만 남았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도 130여 명의 조합원이 30여 명만 남았다. 가장 닮은 것은 두 사업장 모두 7, 8년간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조합원이 소수로 남아도 힘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생동감이 있다. 특유의 끈기와 단결력에 수많은 노동자가 함께한다.

세브란스병원의 노조파괴는 실패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 불법행위는 뒤늦게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을 존중하기 바란다.

▲노조파괴와 부당해고에 맞서 7년째 투쟁 중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차헌호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