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하면 안 된다"며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박 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 문화를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위원장은 "요즘 전국을 돌며 유세 현장을 다니고 있다. 시민들의 격려도 많았지만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다"며 "정말 면목이 없고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송영길 전 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반성'을 언급한 셈이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한 번만 부탁드린다. 저 박지현을 믿어달라. 여러분께서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면서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면서 "민주당의 진짜 대의는 성범죄 피해자를 지키고 기회를 빼앗긴 청년에게 기회를 돌려주고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을 앞장서서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도 약속했다. 그는 "평등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15년째 지키지 않았고 평등법 제정을 위한 활동가들의 단식이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연일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며 "약속을 했으면 지키겠다. 국민 앞에 솔직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다. 청년에게 무엇을 해 주는 당이 아니라 청년이 권한을 갖고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하면 안 된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개딸'을 자처하며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자 모임'이라고 밝힌 100여 명의 지지자는 지난 20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박 위원장을 향해 "내부 총질만 해 지방선거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며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이러한 일부 움직임에 대해 "진짜 개딸들이 맞는지 궁금하다"면서 비판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우리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지금 민주당이 해야할 일은 정말 처절한 반성과 쇄신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더 늦기 전에 사과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른 당 지도부와 소통했느냐'는 질문에는 "우려도 있었고, 알겠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86 용퇴론'이 제기됐던 것과 관련해선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금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성희롱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과 관련해선 "2심 재판으로 인해 최 의원의 소명 절차가 연기된 것으로 보고받았다. 금주 중으로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며 "한 번 미뤄진 만큼 (절차를) 따라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 팬덤 정치에 대해 "팬덤 정치란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약 등을 봐야 하는데 맹목적인 충성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더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동연도 "저희가 잘못했다"…윤호중 "노무현 정신으로 정치개혁"
박 위원장을 시작으로, 민주당은 '반성'과 '변화'를 6.1 지방선거 중반 키워드로 제시하는 모습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특별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심판하시더라도 씨앗은 남겨달라"며 "저 김동연이 낮은 곳으로 들어가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낼 씨앗이 되겠다"고 읍소했다.
김 후보는 "국민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문제로 끝없이 싸우는 게 집권 여당이 할 일이었냐'라고 질책하신다. 저희가 잘못했다"며 "민주당에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 회초리를 들고 꾸짖을지언정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박 위원장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고 한 대목과 겹쳐 보인다.
김 후보는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자 "뜻을 모아야 한다"고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도 자신이 위원장을 겸하는 '정치교체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은 대선에서 기득권 정치 청산, 정치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셨다"며 "대선 때 국민께 약속드린 정치개혁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비슷한 메시지를 냈다.
윤 위원장은 "저희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 전체가 국민 앞에 정치개혁을 약속했고, 그 시작으로 지방선거에서부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또 국민께 약속드린 정당 혁신을 위해서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 청년을 대대적으로 공천했다. 여성은 33%로 목표치보다 3%포인트 높았고, 청년은 19.1%로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12%보다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전날 치러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을 언급하며 "정치개혁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희생과 헌신 앞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노무현 정신'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면서 정치개혁을 완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윤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이 '금주 중 86 용퇴 쇄신안 발표' 등 박 위원장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묻자 "개인 차원 입장 발표로 알고 있다"며 "당과 협의된 것 없다", "논의된 적 없다"고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에 대해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박 위원장 회견에 대해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전적으로 공감"이라며 "그 밖의 확대해석은 경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성·변화라는 원론에는 동의하되, 자신의 선거 출마나 팬덤에 대한 비판에는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날 오전 박 위원장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 전문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