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예인 하리수 씨와 만나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법안 제정 추진을 약속했다. 당론으로 채택했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입법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서 차별금지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오후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하리수 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과 만나 면담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 달 27일 하 씨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면담을 공개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박지현 비대위원장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한 적은 있지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일정을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2007년 참여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국민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헌법 정신을 담은 법안으로 발의됐다"면서 "지금 15년째 임기를 거듭하면서 발의‧계류‧폐기되는 과정 반복돼왔다"고 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평등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 국민 모두를 위해서 꼭 있어야 할 평등법 제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민주당이 더 열심히 해야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의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면서 "31일째 (국회 앞에서) 단식 투쟁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 분들이 하루빨리 단식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 요청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일정 조율해왔는데 사실 늦었다"고 말문을 뗐다.
박 원내대표는 "15년째 국회에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3선 의원으로서 국민, 농성하고 계신 분들, 오늘 오신 분들 뵙기가 면구스럽고 부끄럽다"며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대한민국이 이런 문제를 공론화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과연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 모습이어야 하는지 저 스스로에게나 의원들에게나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제는 공청회 세부 일정도 여야가 합의하고 그래서 국민께 (차별금지법 관련) 왜곡된 그런 부분이 있다면 그런 내용까지 정확히 알려서 차별과 혐오로 몸살을 앓아온 우리가 평등법을 통해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하 씨는 "제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가에서 인정을 받아서 헌법까지 바꾸게 된, 나라에서 인정받은 최초의 성을 바꾼 여자인데 차별과 같은 것들이 좋아지지 않는 것 같다"면서 "차별금지법이 발안되고 17년 지났는데, 통과되지 않고 계속 지지부진하다는 부분은 많이 슬픈 일"이라고 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그런지 제가 공부를 해봤는데, 차별금지법에 대해 한쪽으로만 생각을 하시더라. 차별금지법은 소수의, 소수를 위한 법이 아니라 가족들과 여러분을 위한 법"이라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 이런 소수자를 위한 것은 배려와 양보를 해드려야 하는,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건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차별금지법이 왜 돼야 하는지 반대하는 의원분들이 계시면 오늘 제 말을 들어보시고, 자신을 위한 법으로 알고 좋은 마음으로 함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주 지도부, 과거와 명확히 달라…국민의힘도 화답해야"
공개 발언 후 20분 간 이어진 비공개 면담이 끝나고 하 씨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과 만나 소중한 시간을 가졌고, 긍정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해서 앞으로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원만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도 면담을 요청드렸는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임 소장은 비공개 면담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다"면서 "'지도부에서는 의견이 조율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법안 제정 시점에 대해선 어느 당도 장담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부터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고, 지도부 입장도 명확하다. 과거 지도부와는 명확히 다르단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달리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화답하리라 생각한다"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전화를 기다리고 일부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청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정을 잡자는 입장인데,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씨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 면담에 앞서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다.
그는 오늘로 31일째 단식 중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와 만나 "(민주당) 대표단을 만나고 바로 또 뉴스 생방송에 나간다. 오늘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류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늦어지면 안 된다. 의원들이 국회 안에만 계서서 (중요성을) 잘 모르시는 거 같다. 잘 전달해주시라"고 당부했고, 하리수 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세 사람은 연대의 의미에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하 씨는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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