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상괭이, 하늘에는 철새…'가덕도 신공항' 생태조사 결과 발표

환경운동연합 "가덕도 공항이 상괭이 서식지 파괴, 버드스트라이크 우려"

바다를 매립해 건설하는 '해상공항'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인근에서 토종돌고래인 상괭이와 잘피(해초) 군락이 서식한다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두 종 모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새호리기 등 다수 조류의 이동 경로에 가덕도가 포함되어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과 철새 이동 경로 훼손 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가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3월부터 구성한 가덕생태조사단(조사단장 류종성 안양대 교수)이 1년 동안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생태조사 항목은 가덕도 내 해양 생물, 조류, 육상 식생 생태계, 문화유산 등으로 구성된다.

▲해상을 매립해 건설되는 가덕도 신공항 특성상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해양의 경우 해양생물보호종인 상괭이의 서식이 확인됐다. 가덕도 남쪽에서 서식이 확인되는 상괭이가 동남쪽 부근에 건설되는 활주로 예상지까지 활동 반경으로 삼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이 발표한 상괭이 발견 지역. 상괭이는 주로 남쪽 바다에서 발견됐다. ⓒ환경운동연합

'자산어보'에도 등장하는 상괭이...그물에 걸려 개체 수 감소 중인데 서식지에 공항까지

바다를 매립해 건설되는 해상공항 특성상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해양의 경우 가덕도 매립 예정지 인근에서 해양생물보호종인 상괭이의 서식이 확인됐다. 토종돌고래인 상괭이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며 한국이 최대 서식지이다. 주로 서해와 남해에서 서식한다. 조사단에 따르면 주로 가덕도 남측 바다에서 상괭이가 발견됐다.

류종성 안양대 도시환경바이오공학부 교수는 "상괭이는 한 장소에서 6시간 이상 관찰할 때 평균적으로 60번 이상 출현했다"라며 "조사 시간대별로 보면 아침 9~10시에 주로 출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동이 트면 먹이활동을 하고 이후에 가덕도에서 주변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덕도 남쪽에서 서식이 확인되는 상괭이가 동남쪽 부근에 건설되는 활주로 예상지까지 활동 반경으로 삼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해양생물에 서식지를 제공하고 광합성을 해 산소를 공급하는 잘피 군락도 예정지 북쪽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가덕도 연안에서 확인된 잘피군락 전체 면적은 1.2헥타르(ha)로 축구장 1개 정도의 넓이로 추정된다. 류 교수는 "잘피는 '바다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며 작은 물고기가 몸을 숨기기 위해 모여드는 등 수산 자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항 예정 부지에서 잘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류 교수는 "활주로 예정 부지는 파도가 굉장히 강한 거친 바다로 조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잘피 뿐만 아니라 산호 군락지도 활주로 예정지 동쪽에 있어 잘피·산호 군락지가 공항 예정지에 서식할 확률이 있다"라고 말했다.

가덕도는 철새 이동 경로...버드 스트라이크 우려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통로에 가덕도가 포함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철새가 주로 이동하는 3월, 9월 중에 활주로 예정 부지를 통과하는 조류 수를 관찰한 결과 맹금류 13~14종 2610마리와 대형 조류 1922마리가 관찰됐다. 조사단은 "맹금류, 갈매기 등 관찰된 새의 43퍼센트(%)는 지상 300미터(m) 사이를 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조류 충돌 사고에 연관이 있다"라고 밝혔다.

가덕도 인근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와 공항의 가까운 거리도 문제라고 지적됐다. 가덕도 북동쪽에 위치한 낙동강 하구는 천연기념물 179호로 2021년 12월 기준 2만6158마리의 철새가 관측되는 '야생동물 유인 구역'이다.

조사단은 "미연방항공국에서는 조류 충돌 및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운영 구역 외곽 가장자리와 야생동물 유인 구역 사이에는 최소 반경 8킬로미터(k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권고한다"라며 "가덕도 신공항은 낙동강 하구 핵심 서식지에서 반경 8km에 위치하고 큰고니 등 떼를 지어 이동하는 대형 물새는 공항에서 항공기의 이륙과 접근 시에 고위험종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내 조류 연구에 참여한 나일 무어스 새와생명의터 대표는 "가덕도 특유의 지형 덕분에 일본을 왕래하는 새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철새가 지나다니는 이동 경로에 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위)와 거제도 해안 철새도래지(아래)다. 가덕도는 철새도래지 사이에 위치해있다. 조사단은 "가덕도 신공항은 낙동강 하구 핵심 서식지에서 반경 8km에 위치해 항공기 이륙과 접근에 새들이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공간정보서비스

공항 건설 위해 절취되는 가덕도 국수봉..."원시림과 문화유산 존재"

공항 건설을 위해 절취되는 국수봉에도 100년 수령의 동백군락지, 상록활엽수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부산시가 발간한 '자연환경조사보고서'에서도 대홍란, 애기둥 등 희귀식물등이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단일 면적 대비 상당히 우수한 생물상이 분포"한다며 "가덕도 식생은 남해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100년 이상 된 원시림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라고 말했다.

가덕도에 존재하는 일제강점기 시기 군사 유적도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가덕도 대항이나 새바지 항구 인근에는 인공동굴 등 군사기지가 존재한다”라며 “국수봉을 밀고 해상 매립, 공항 관련 시설이 들어온다면 유적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같은 가덕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성,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라며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공개하고 생태계 공동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태조사단은 상괭이를 포함한 가덕도 자연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예정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개장할 계획이며 활주로 길이는 3500미터(m)로 예상된다. 총 13조70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경제성 논란이 지속되었지만 작년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4월26일에는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다. 앞선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편익(B/C) 분석 결과가 0.51~0.58로 비용 대비 편익이 절반 수준으로 분석됐다. 가덕도 신공항은 기본계획 설립 후 생태조사가 포함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덕도 신공항 예상 조감도 ⓒ국토교통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가덕도 공항 예정지 생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 단장, 나일 무어스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 조류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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