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신공항 개발하려 가덕도 생태 가치 속였다"

[함께 사는 길] "불확실한 개발이익과 비행 소음과 맞바꾸겠다는 사업은 반환경·반기후적 작태"

부산시가 2015~2016년 부산발전연구원(부산연구원)이 수행한 '제2차 자연환경조사 보고서'(2016년 발간본) 중 가덕도와 관련된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거나 누락시킨 일이 발생했다. 누락은 부산시 홈페이지에 실린 PDF 내용과 조사서 원본과의 비교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사실 해당 자료를 보는 내내 좀 이상하다 싶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보고서를 참고하여 현장을 출입하며 비교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보고서(책자)와 부산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PDF의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PDF의 왜곡과 누락 정황과 사실 확인 과정에서 '묵과할 수 없다'는 환경단체들의 성명과 성토가 이어졌다.

부산시는 지난 4월 20일 문제가 된 보고서(PDF)를 2016년 발간본으로 교체했다. 사실상 기존의 홈페이지 게재 보고서가 왜곡, 누락된 것이었다는 방증이다. 같은 달 27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환경연합이 부산시청에서 '진상규명과 조사단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회견에서 나온 주장대로 '부산시가 고의로 가덕도 생태 가치를 왜곡, 누락'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부산시는 '공문서 임의조작에 따른 법적 조치'를 각오해야 한다. 기자회견 후 부산시 환경정책실장과 가진 대표자 항의 간담회에서 부산시는 "누락을 인정하지만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과연 그런가?

▲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9개 환경단체가 지난 4월 28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 자연환경 조사 보고서 조작 의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이성근)

어떤 내용들이 누락됐나

환경연합이 부산시 홈페이지 PDF 보고서와 2016년 발간본(원본)을 목차부터 결론까지 대조하면서 확인한 누락 내용은 10곳 이상이었다. 심지어 12절 서부산권의 우수생태계를 소개한 14쪽 분량은 통째로 빠졌다. 그런데 우수생태계 소개 90% 이상이 가덕도에 대한 내용이다. 멸종위기 동식물(특정종 75종, 멸종위기 Ⅱ급 1종, 희귀식물 10종) 내용도 없었다.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의 서식지인 '어음포골 계곡 주변'도 뭉뚱그려 '서부산권역'이라 했다. 그 외 PDF보고서에는 주요 단락 가덕도라는 지명 자체가 삭제되었다. 더욱 구체적인 입증자료(별첨)인 2차 부산 자연환경조사(서부산권역) 원본과 조작본 비교표를 보면 '단순 실수'는 설득력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누가 손을 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왜 유독 가덕 관련 부분만?'이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조작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부산시가 중간 요약본이란 것을 시 홈페이지에 올린 시점을 보자면 고의성은 더욱 짙어진다. 예컨대 파일 등록 시점이 2020년 6월 11일이다. 이즈음 부산의 신공항 추진 기류가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이다. 4.15 총선 패배와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낙마로 민심의 이반이 현저한 때였다. 정치권은 탈출구를 필요로 했고 지역 언론은 사소한 가십거리라도 신공항과 연계하여 기사화했고 칼럼은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건설 검증위를 압박하면서 정치권을 자극했다.

신공항 개발의 홍위병으로 나선 기사들이 지역 매체 지면을 메울 때 지역 방송들도 개발 찬가에 입을 맞췄다. 경남 지역 언론 역시 개발 홍보에 나섰다. 부산시의 자연환경보고서 PDF 요약본이 시 홈페이지에 등록된 시점은 그렇게나 공교롭다. 당시 부산시가 어떤 집단의 사주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왜곡 보고서 온라인 등록과 신공항 개발 사업에 대한 사회적 여론 몰이 사이에는 이렇게나 의심스런 정황이 펼쳐졌다. 시민의 눈과 귀는 일방적이고 뒤틀린 정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고, 사실과 진실을 보도한다는 크고 작은 입들은 죄다 한통속으로 거짓과 왜곡에 나섰던 것이다.

'시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던 관련 자료가 다소 바뀐들 뭐 어떠랴'는 심리가 지배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조직적 왜곡 시도였는지 담당자의 단순 실수였는지를 떠나, 문제가 되어 허겁지겁 문제의 파일을 원본으로 교체하기까지 무려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부끄럽고 낯 뜨거운 일이다.

▲ 흉고 직경 80cm 이상이 수두룩한 극상림의 숲. ⓒ환경운동연합(이성근)

개발 정당화 배경이 된 보고서 조작

부산시 자연환경조사보고서는 2000년 10월 26일 제정된 '부산광역시 자연환경보전 조례' 제10조 (자연환경조사) ①의 '시장은 법 제30조제3항에 따라 지역의 자연환경 및 생물다양성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10년마다 종합적인 자연환경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자연상태의 변화를 특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하여 5년마다 자연환경을 조사할 수 있다'는 기술에 근거한 조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조사는 10년 단위로 3개 권역을 3년에 걸쳐 조사하고 그 결과는 매우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된다. 전국 광역시 중에 10년 주기로 해당 지역의 생태조사를 벌이는 곳은 부산시가 유일하다. 다만 강제사항이 아닌 '조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의지가 작용되어야 가시화되고 예산도 마련된다는 제약도 따른다. 문제가 된 보고서는 조사 2차년도의 마지막 조사였고 낙동강하구역과 가덕도가 포함된 서부산권이라서 조사된 생물상은 부산시의 장기발전계획과 구상에 있어 중요 근거로 기능할 수 있다.

현재 서부산권역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장치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가덕도는 일부 구간이 문화재보호구역에 들어 있을 뿐, '문화재보호법'에 버금가거나 그에 견줄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장치는 없다고 본다. 해석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는 해양환경보호구역 등이 있지만 경험상 '가덕신공항특별법' 아래 자행될 개발 삽질을 중단시킬 실효성 있는 보호조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환경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조사를 하고 자연환경보전 조례 제18조(보호 야생생물의 지정)나 제21조(야생생물 보호구역의 지정 등)가 뒤따랐어야 했는데 방치되었다.

가덕 국수봉의 식생천이 단계와 평균 50년이 넘는 산림식생(난온대상록활엽수림, 낙엽활엽수림)은 자연환경보전법 제12조 (생태 자연도 1등급 권역 작성기준)를 충족하고도 남는 곳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홈페이지에 올렸던 보고서에 가덕도의 생태 가치는 평가절하돼 있었고 그것이 '신공항 건설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공항 개발 여론과 정치적 공세의 배경이 됐던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성근)

지금 중단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대상지의 핵심지역인 국수봉과 연대봉 자락의 남서쪽 성토봉과 대항 새바지 동남사면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상의 규명은 무소불의의 특별법이 휘두를 칼날에 맞설 유일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범위를 넓히자면 가덕도 육역과 수역 모두가 포함된다. 신공항이 들어설 지역은 더 없이 소중한 지역의 생태자산이자 국토의 미래 공유자원이다. 부산시 자연환경보고서는 그 증빙자료인 것이다. 2015년 5월 7일부터 2016년 5월 6일까지 이루어진 서부산권 조사에서 가덕도에서 발견된 생물종은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상괭이를 비롯하여 수달의 천국이고 지리산 깊은 숲 지대에 가서나 만날 수 있는 극상림이 있는 곳이다. 그 숲에 깃든 멸종위기 혹은 천연기념물 조류가 밤을 새워 노래하는 곳이다. 이런 곳을 불확실한 미래 개발이익과 비행 소음과 맞바꾸겠다는 사업은 반환경·반기후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늦지 않았다. 이 사업을 지금 시민들이 멈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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