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직기강비서관에 '유우성 간첩조작' 담당 검사 임명

법률비서관 주진우, 정무비서관 홍지만 등 비서관 19명 인선 발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비서관급 비서실 참모 인선을 일부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하루 빨리, 어린이날 휴일 오후 이뤄진 전격 발표인데, 비서관 인선 명단 가운데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가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5일 비서실장 직속인 총무·의전·국정과제·국정상황·공직기강·법률·관리비서관 등 7명과 정무·경제수석실 산하 8개 비서관 등 총 19명의 비서관 인선을 발표했다.

법률비서관에는 윤 당선인의 측근으로 알려진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는 지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로, 이 사건의 수사·기소·공판유지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이 사건은 국정원과 검찰이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지목하며 위조된 증거를 재판에 제시한 사건이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유 씨는 이후 2014년과 2019년 2차례에 걸쳐 국정원 및 검찰 담당자들을 무고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국정원 관계자들을 증거 조작으로 기소했을 뿐 이시원 검사 등 당시 담당검사 2명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만 했다.

검찰의 불기소 취지는, 검사는 국정원이 조작한 증거에 속아 유 씨를 기소했을 뿐 직접 증거를 조작하거나 또는 조작한 사정을 알면서도 거짓 기소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 증거 조작 사실이 처음 밝혀졌을 때나,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가 사건 재조사를 한 이후에나 검찰의 결론은 동일했다. (☞관련 기사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검찰·국정원의 조작" / 검찰 '초유의 증거조작', 유우성 "억울해 눈물밖에…" / 증거조작 수사, '꼬리자르기'인 세가지 이유)

이는 피해자인 유 씨 및 그 변호인단의 시각과는 다르지만, 설사 검찰의 판단대로 이 내정자가 단순히 국정원에 속았을 뿐이라 해도 최소한 무고한 이를 간첩으로 몰아 기소한 도의적 책임은 여전히 남는다. 그런데도 그를 대통령실 공무원 및 대통령 친인척의 비위를 감찰할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역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은 내부 감찰을 맡는 실세이자 '레드팀'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신임받는 실세들이 주로 임명됐다. 정권 내부의 비위 정보가 야당 등 정치권이나 언론으로 흘러가는 일을 막기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최강욱 의원이 각각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후에 헌법재판관이 된 이석태 변호사와 노 당시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 오정희(뒤에 감사원 사무총장) 등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법률·공직기강비서관 외의 비서실장 직속 비서관 자리에는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의전비서관에 외교부 출신 김일범 당선인 외신공보보좌역, 국정과제비서관에 임상준 국무조정실 기획총괄정책관, 국정상황실장에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선임됐다. 대통령실 이전 완료시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관리비서관은 김오진 전 청와대 총무1비서관이 임명됐다.

정무수석실에는 홍지만 전 의원이 정무비서관으로, 서승우 충북 행정부지사가 자치행정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장관급 정책실장 직제가 사라진 대신 설치된 '정책조정기획관' 자리에는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가 임명됐다. '기획관' 직위는 기존의 수석비서관급과 비서관급 중간 정도로, 김태효 신임 국가안보실 1차장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맡은 보직이 대외전략'기획관'이었다. 당시 대외전략기획관은 외교안보수석의 지휘를 받았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정책조정기획관실 신설에 대해 "정책파트에서 생산된 중단기 정책과제를 취합해 그에 걸맞는 창조적 일정과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성과를 내야 할 단기 과제를 조정· 관리하는 부서"라고 설명했다.

정책조정기획관 산하에는 4명의 비서관을 두게 했는데, 기획비서관에는 기재부 출신 박성훈 당선인 경제보좌역, 연설기록비서관에는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미래전략비서관에는 김윤일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임명됐다. 김윤일 부시장은 부산엑스포 유치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기획관실 선임인 정책조정비서관 인선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경제수석실 산하 비서관으로는 경제금융비서관(김병환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산업정책비서관(강경성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실장), 중소벤처비서관(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 농해수비서관(김정희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국토비서관(백원국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 과학기술비서관(조성경 명지대 교수)등 6명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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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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