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변호하는 노동 장관?"…'노조무력화' 잘못이라 못하는 이정식

청문회서 '노조무력화' 시도에 답변 회피…억대 자문료도 논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4일 인사청문회에서 26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후보자가 삼성의 '노조무력화' 시도를 잘못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삼성으로부터 억대의 자문료를 받은 '삼성장학생'이라는 비판과 함께 "삼성을 변호하느냐"는 질타가 터져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노동조합이 버젓이 있는데도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하는 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조 무력화 꼼수가 아니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 후보자는 "국민들이 보기에 삼성이 변화되고 노력에 충분히 부응하는가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에서 노동조합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협상을 합의해 공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했지만 노조에 교섭권을 주지 않음으로서 노조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그룹이 2012년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사협의회를 노조의 대항마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담겨 있기도 했다.

강 의원은 계속해서 삼성의 '노조무력화' 시도가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으나, 이 후보자는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강 의원은 "지금 삼성을 변호하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강은미 : 삼성전자를 비롯해서 삼성그룹에 1억 원이 넘는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맞나.

이정식 : 맞다.

강은미 : 노사협의회는 노조 설립이 어려운 사업장의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삼성이 악용하고 있다. 노사협의회가 노조가 해야할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 (삼성의 이러한 시도가) 문제가 있다고 보나.

이정식 : 노조와 노사협의회 역할이 많이 다르다.

강은미 : 역할이 다른데 임금 협상은 노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정식 : 그렇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강은미 : 그 역할을 (삼성은 노조를 놔두고) 노사협의회랑 했다. 그럼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정식 : 음… 노사 관계에 따라서 노사협의회와 노조가 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강은미 : 노사협의회를 이용해서 노조를 무력화하겠다고 했던 삼성의 S그룹 전략 문건의 내용이 실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 지금 삼성을 변호하냐.

이정식 : 아니다.

강은미 : 노사협의회와 노조의 역할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노조를 두고 노사협의회와 임금교섭을 해도 되나.

이정식 : (노조의) 교섭권을 존중해야 한다.

강은미 : 노조의 교섭권을 존중해야하는데 (삼성은) 그렇지 못했다. 그럼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정식 : 그 부분에 대해 살펴보겠다.

강은미 : 안 살펴보셨나. 삼성 전자 노조 무력화하려고 자문한 거냐.

약 30년간 한국노총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이 후보자는 삼성의 노조 무력화 시도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이유로 '삼성장학생'이었던 그의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2020년 9월부터 고용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난달 중순까지 이 후보자는 삼성전자 노무 자문위원으로 재직했다. 

이 후보자는 삼성전자에서 자문료로 매달 200만 원씩 총 3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세청 확인 결과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다른 핵심 계열사와 경제연구소인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도 자문·용역을 수행하고 약 1억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생이라 할 만큼 30년 동안 노동계에서 활동하신 분인데 노조를 이용해서 기업 편에 서서 돈벌이를 했다"며 "억대 사례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하고도 노동부장관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실제로 삼성에 노조 대응한다는 자문을 하고 1년에 억대 사례를 받은게 맞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노조 대응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노 의원이 "억대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실 아니냐"고 물으니 "돈은 맞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제출하라고 했더니 급여명세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서면 답변으로 월 20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 2900만 원, 삼성생명 2500만 원, 삼성글로벌리서치 3000만 원 등의 자문료가 이 후보자에게 입금됐다. 이 후보자는 삼성화재, 삼성 SDS, 삼성 SDI 등으로부터도 자문료를 받았다. 삼성그룹 전체로부터 돈을 받아놓고는 국회에 속여서 답했다. 위증죄다. 국회를 속이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며 "삼성전자는 까먹지 않았는데 삼성물산 등은 까먹지 않았냐"고 재차 지적하자 "그건 제가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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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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