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50대, 여성은 30대" … 성평등 개표방송 요구에 KBS 응답은?

한국방송공사(KBS),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방송 불균형 개선" 약속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방송사들이 '성평등한 개표방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여성계 요구에 한국방송공사(KBS)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KBS 성평등센터 및 보도본부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대회의실에서 '성평등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이 같은 대담을 나눴다.

이날 라운드 테이블엔 KBS 측 류일형·조숙현 이사, 이종임 시청자위원장, 손관수 보도본부장, 금철영 선거방송기획단장, 유건식 공영미디어연구소장, 신원섭 라디오제작국장, 양지혜 선거기획단 담당 작가와 여세연 측 권수현 대표, 황연주 사무국장, 이효진 활동가 등이 참여했다.

이효진 여세연 활동가는 '2022대선 개표방송에서 사라진 여성들' 주제 발표를 통해 지난 대선 당시 KBS 개표방송을 분석하며 "진행자의 성비가 56.9%로 성별 균형을 이루었지만 남오여삼(남성은 50대 여성은 30대), 남선여후(남성이 먼저 발언 여성이 후에 발언)와 같은 성차별적 방송 관행이 남았으며, 전문가 패널의 경우 여성 비율이 9.8%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이 활동가의 발제는 지난달 여세연 측이 조사한 4개 방송사(KBS·MBC·SBS·JTBC) 개표방송 출연진 성비 분석 결과(3월 24일 오마이뉴스 기사화)를 토대로 이뤄졌다.

해당 발제에서 이 활동가는 남오여삼, 남선여후, 남중여경(남성은 중요의제 여성은 가벼운 의제) 등 "방송에서의 성차별적 관행"과 압도적인 남성 우위를 보이는 전문가 패널 성비 등을 주요 방송사 개표방송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여세연이 분석한 4개 방송사의 전문가 패널 성비는 9.8%(KBS), 3.6%(MBC), 37%(SBS), 32.4%(JTBC)의 여성비율로 평균 8(남) 대 2(여)의 성비를 보였다. 이 활동가는 특히 "총 31명 정치인 패널 중 여성은 고작 5명(김은혜, 이언주, 이혜훈, 박영선, 장혜영)"이었음을 강조하며 "여성 정치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활동가는 대선 당시 보인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반(反)윤 집결 현상을 언급하며 이번 대선이 "20대 여성유권자의 존재를 증명한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개표방송에선 "이를 규정하고 해석하는 중년 남성"들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디어가 중년 남성들만 모아놓고 정치를 논하는 이미지를 계속 보여줄수록 사람들은 정치가 남성만의 것이라는 편견과 성역할 고정 관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성평등 관점이 필요하고, 다양한 정치·선거 전문가를 발굴하는 등 성별 균형과 다양성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고 KBS 측에 제언했다.

조숙현 이사는 "개표방송 분석은 어떻게 방송에 반영할지에 고민할 수 있는 좋은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KBS가 개선을 선도해 나갔으면 한다"고 여세연 측 제언에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금철영 선거방송기획단장도 "여성시청자뿐만 아니라 여성유권자들이 모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겠다"며 중년 진행자와 관련해서도 특정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세연은 자리에 참여한 KBS 측 인사들이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자성하며 다가오는 6.1 지방선거 개표방송에서의 변화를 다짐했다"고 이날 라운드 테이블의 소감을 밝혔다. 앞서 여세연은 개표방송을 분석한 4개 방송사 모두에 "선거개표방송 출연진 성비불균형 개선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냈지만, 이에 응답한 곳은 KBS 한 곳 뿐이었다.

KBS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라운드 테이블을 계기로 새로운 여성 패널을 발굴하는 등 선거방송에서의 불균형을 점차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평등 라운드 테이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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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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