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대북 강경' 尹당선인에 "후보 시절과 대통령 모드 달라야"

"여론 수렴 없이 '방 빼라' 식 집무실 이전 추진은 위험"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후보 시절 모드와 대통령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JTBC에서 방영한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선제타격을 얘기한다든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버르장머리를 고친다'고 대단히 거칠게 표현하는 것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면 모르겠으나, 국가 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새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해야 하고 언젠가는 마주앉아 대화할 때도 있을 텐데 그때를 생각하면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점은 당선자가 북한을 상대해본 외교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은 대통령답게 대통령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때로는 강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정말 답답하다"면서 "강한 말과 말의 대결, 그것이 초래하는 대결을 2017년에 생생하게 목격하지 않았나. 몇 달을 전쟁 위기 속에서 보내지 않았나. 북한의 험악한 표현, 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말폭탄 같은 표현들, 이런 게 순식간에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친 말과 표현이 유일한 길이라면 그야말로 딱한 처지 아니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그것도 선거용 발언이지 대통령 모드로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넘어서서 정치인들이 삼가야 할 주장이다. 어처구니 없는 주장, 기본이 안 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 좀 나무라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尹, 여가부 막무가내로 개편했으면 기자회견이라도 했을지도"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업무 추진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과 관련해 "어디가 적지인지 두루 여론 수렴도 해 보지 않고, 게다가 지금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방 빼라', '우리는 거기 쓰겠다', '5월 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추진이 저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이 필요하다면 최적의 장소를 논의하고 국방부와 합참이 안정적으로 이전 계획을 세우게 한 후에 거기 따라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식의 결정과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마치 1호 국정과제처럼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으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을 크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 정부는 적어도 국정·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은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결심한 배경으로 지목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과소평가 차원이 아니라 아예 왜곡된 프레임"이라면서 "제가 제왕적 대통령이었느냐. 오히려 권한이 있는데도 왜 행사를 안 하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 업무 추진 방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것을 두고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를) 운영해 본 사람으로서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 할 순 없다"면서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가부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생각하면 폐지를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반대하는 것 또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과정을 비정상적 갈등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도 있는데 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에 대해서 당선자 측도 초기에는 막무가내였다. 선거 운동 중에 했으니 그렇다 치고, 당선인으로서 정부 조직을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개편하고자 했다면 그냥 반대를 넘어서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당선인도 여러 가지 숙고하는 거 같고 기존 여가부 내각 구성했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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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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