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가족찬스 채용비리 은행원들은 여전히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채용비리 4년 "평가조차 받지 못했다, 나의 성별 때문에"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태 이후 4년, 부정입사자들에 대한 채용취소를 거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을 시민사회·청년·노동 단체들이 모여 규탄했다.

금융정의연대, 청년유니온,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등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비리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국민은행은 피해구제를 외면하고 있고, 부정입사자는 여전히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재직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은행을 가리켜 "일부 사외이사 자제 채용 비리 의혹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종손녀 채용비리까지 일으킨 데다 채용 전부터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정해놓고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성차별을 자행한 금수저 은행·성차별 은행"이라며 부정입사자에 대한 채용 취소 및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혜미 청년유니온 간사는 특히 채용비리 사태에서 드러난 채용성차별 사실을 주요 문제로 제시했다.

2018년 수사가 시작된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태에선 인사팀이 신입행원 남녀 비율을 6대4나 5대3으로 정하여 채용한 정황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채용비리 사태에 관여한 국민은행 소속 모 인사팀장은 남성지원자 합격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고의적으로 낮추는 혐의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에 김 간사는 "알 만한 기업에서 발생하는 채용 성차별 문제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 1위, 유리천장 지수 최고라는 (한국의 성차별) 문제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능력도 실력도 아니라 나의 성별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는 몰상식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엔) 기준도 명분도 모호한 공정이라는 유령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온갖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부정한 채용을 취소하는 것이 상식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15일 KB국민은행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및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는 김혜미 청년유니온 간사 ⓒ프레시안(한예섭)

지난 1월 14일 대법원은 국민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하여 법인 및 인사팀장 등에게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국민은행은 부정입사자들에 대한 별다른 조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최된 국민은행 주주총회에서도 채용비리 관련 논의는 없었다."

같은 채용비리 사건을 저지른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3월 부정입사자를 퇴사 조치하고 특별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2018년 당시 우리은행으로부터 최종 예비합격자 통보를 받았지만 탈락한 이후 "자신이 채용비리 피해자인지 확인해 달라고 찾아온 청년"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그 청년의 사연을 듣고 우리은행 사태 해결에 뛰어들었다는 김 대표는 "그는 다른 기업에 합격하고서도 자기가 죽을 때까지 채용비리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모르면 (억울할 것 같다고) 알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부끄럽지 않으신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구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채용비리 피해) 젊은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부정입사자들은) 지금까지도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자리를 유지했다. 그것도 엄청난 특혜지만 그 연봉을 뺏자는 게 아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계속 (그들이 연봉을) 받는다는 건 업무상 방해고 권한 남용이고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다"라며 "대체 왜 이러는가, 윤 회장의 종손녀가 계속 (회사를) 다녀야 되기 때문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윤 회장의 종손녀는 채용 당시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 성적을 기록하고 최종 합격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하경 변호사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뒤 각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국민은행 측에 부정입사자들의 채용취소를 요구하는 법률의견서를 전달했다.

▲15일 KB국민은행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및 부정입사자 채용취소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발언자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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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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