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포켓몬빵에 '제빵사의 인권'이 달려있다

[현장] 파리바게뜨 단식투쟁 17일째, 노동계 연대투쟁 결의대회

"여러분들이 마시는 따뜻한 커피에는 노동자들의 뜨거운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드시는 고소한 빵 안에는 제빵사들의 인권이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그 매장에는 노동자들의 인권이 지워져 있습니다"

노동계가 파리바게뜨, 던킨도넛츠, 배스킨라빈스, 포켓몬빵(삼립) 등으로 유명한 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제품 불매 등 시민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 앞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SPC지부, 정의당 등 노동계와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SPC 노조파괴 분쇄를 위한 2차 화섬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행진을 시작했고, 오후 3시쯤 SPC그룹 사옥 앞에 도착했다. 집회는 오후 3시 15분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은 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임종린 파리바게뜨 노조 지회장의 단식투쟁이 17일째 이어진 날이었다. 현재 임 지회장이 머무르는 SPC 사옥 앞 농성 천막엔 "우린 널 혼자 두지 않아", "여기 파리바게뜨 노동자가 죽어갑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등 임 지회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천 조각에 쓰여 붙어있다.

▲SPC 사옥 앞 농성장 천막에 붙은 응원문구 ⓒ프레시안(한예섭)
▲응원문구로 채워진 농성장 천막 ⓒ프레시안(한예섭)

임 지회장은 "처음 노조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요구사항을 다시 봤다. 점심시간 보장하고, 월 6회 이상 휴무 보장하라는 게 저희 요구사항이었다"며 "제발 좀 쉬게 해달라고, 밥 좀 먹게 해달라고, 그걸 위해서 노조 좀 하게 해달라는 건데 이게 이렇게 탄압받을 일인지 모르겠다"고 단식투쟁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회사가) 제빵기사들 코로나 검사도 못 받게 한다. 코로나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출근을 못하겠다는 거냐'고 '왜 검사 받아서 이 사태를 만드냐'고 꾸짖는다"라며 "확진자 출근시켜 빵 만들면 행복한가, 허영일 회장님의 행복을 위해 직원들의 건강권과 고객들의 안전한 음식을 먹을 권리는 짓밟히고 있다"고 SPC 파리바게트 측의 인권침해행위를 고발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빵을 만드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회사, 아파도 쉴 수 없고 가족이 상을 당해도 조문조차 갈 수 없는 회사, 대다수가 여성인 노동자들이 임신을 해도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그런 회사"라며 SPC그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특히 SPC그룹의 기업이미지를 가리켜서 "(노동자들의) 인권마저 유리하는 이 SPC그룹이 겨울이면 호빵을 사서 나눠 먹자고 선전을 한다. 최근에는 포켓몬 스티커를 활용해서 감성을 이용해 빵 장사를 한다. 31가지 달콤한 맛으로 아이스크림 장사도 한다"며 "오로지 돈벌이에만 혈안이면서, 마치 따뜻한 미소와 감성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처럼 포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사옥 앞에서 발언에 나선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프레시안(한예섭)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사옥 앞에서 열린 'SPC 노조파괴 분쇄를 위한 2차 화섬노동자 결의대회'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집회엔 정의당의 김응호 부대표와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참여해 연대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발언 무대에 오른 권 시의원은 특히 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사회가 연대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권 시의원은 "향긋하고 가족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빵, 아이스크림 매장을 열고 판매하는 SPC그룹에 대해 시민들께 말씀드린다"며 "여러분들이 마시는 따뜻한 커피에는 노동자들의 뜨거운 눈물이 녹아 있다. 여러분들이 드시는 고소한 빵 안에는 제빵사들의 인권이 달려 있다. 여러분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그 매장에는 노동자들의 인권이 지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대표 또한 마이크를 잡고 "SPC그룹은 임원들과 간부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에 대한 노조 탈퇴 공작에 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노조탄압)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당신들의 포켓몬빵에 우리 사회 노동자들을 죽이는 독소가 들어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사옥 앞에서 발언에 나선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프레시안(한예섭)

SPC 파리바게뜨 투쟁은 지난 2017년부터 지속돼왔다. 2007년 파리바게뜨에 입사한 임 지회장이 2017년 사측의 불법파견과 체불임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시작했다. 이후 SPC 파리바게뜨가 민주노총 탈퇴 및 한국노총 가입 강요, 민주노총 가입자들에 대한 진급 차별 행위 등을 일삼던 것이 202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임 지회장은 지난달 28일 SPC 파리바게뜨에 △노조파괴 불법행위 중단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 원상회복 △불법행위자 강력 처벌 △불법행위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집회를 마무리하며, 노조는 "오는 20일 1박 2일 촛불 농성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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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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