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다른 이들 말 듣지 말고 尹당선인이 직접 판단하라"

"회동에 협상과 조건 필요하단 말 못 들어", 조속한 회동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데 대해 "답답해서 한말씀 더 드린다.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고 혹시 참고가 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면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당선인께서도 스스로 기분이 좋으신 일이고, 대통령과 당선인께서 만나서 환한 얼굴로 손 잡는 모습만 봐도 국민 입가에 미소가 돌아야 하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에도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도 현재 문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닫아놓고 있진 않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 대통령의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인사 문제가 조율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회동이 어렵냐'는 질문에 "회동 문제는 또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오늘 다시 한 번 말씀하시게 된 배경은, 인사 자체가 회동 의제가 되어서 대통령 인사가 마치 당선인 측과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런 상황을 아마 대통령께서 염두에 두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 문제와 회동은 별개 문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인사는 대통령의 임기까지 대통령의 몫"이라면서 "당선인께서도 대통령이 되셔서 임기 말까지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인사 권한을 임기까지 행사하시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께서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신 것은 그만큼 임기 안에 주어진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의무이기도 한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전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이양호 당시 농촌진흥청장과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각각 마사회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이날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라'고 한 것은 윤 당선인 측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가급적 문 대통령의 말을 전달해드린 대로 이해해달라"면서도 "그동안의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협상 외 서로 많은 분들이 관련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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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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