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만에 또 철도 건널목 사고, 이건 '시스템'의 문제다

[기고] 철도건널목 사고 원인과 해결책은 간단하다

지난 2월 24일 경북 문경의 철도 건널목에서 승용차가 달려오던 열차에 부딪혀 타고 있던 3살 아이가 숨지고 엄마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기록한 영상을 보면 사고 승용차는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와 있는 상태에서 차단기가 막지 못하는 반대 차선쪽에서 진입하다 열차와 충돌했다.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철도건널목 앞 일단 정차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다룬 뉴스의 댓글 창은 운전자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 찼다. 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가 맞다. 3주 전에도 경북 영천 철도 건널목에서 화물차가 열차와 부딪혀 70대 부부가 숨졌다. 이 역시 운전자의 부주의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부주의'에만 모든 혐의를 쒸우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게 있다.

3주 간격으로 철도 건널목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은 시스템에 불합리함이 내재 되어 있음을 말한다. 감시원도 없는 무인 건널목에서 부주의에 의해 사망에 이른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만약 누군가가 횡단보도 신호위반으로 사법부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면 납득할 사람이 있겠는가? 철도 건널목 사고는 궁극적으로 국가 안전과 철도 안전 시스템 안에서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코레일이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철도교통량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정상 수준이었던 2019년 국제철도연맹(UIC)이 발간한 철도 사고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철도사고는 철도 외적 요인(92.2%)으로 인해 발생한다. 또 이 외적 요인 중 두 번째로 많이 차지하는 사고 원인이 철도건널목에서의 자동차와 보행자 사고로 14.8%나 된다. 철도 건널목 사고는 세계 여러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이며, 이를 줄이는 것이 전체 철도사고를 줄이는 길이다.

철도 건널목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하나다. 두 길이 평면에서 교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간단하다, 평면교차를 입체교차화 하면 된다. 한국도 한때 건널목 사고 다발 국가였다. 1990년대 말까지 사법연수원생을 대상으로 매년 교외선 선로 위에서 건널목 충돌 시험을 재연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고속철도가 등장하고 철도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일반선 신선 건설과정이나 개량을 통해 건널목 입체화 사업이 진행돼 사고가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2010년 이후 년간 10여건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건널목에 대한 입체화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이루는 선로 곳곳에 설치된 건널목 전부를 입체화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예산 절감을 위해 건널목 감시원까지 없애 무인화시키는 마당이다. 하루 통행량도 얼마 안 되는 수많은 건널목에 거액의 공사비를 투입한다는 것은 감당이 안 되는 일이다.

철도 건널목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철도 노선에 있는 모든 건널목의 실태를 조사해 가까운 곳에 우회 입체 교차로로 유도 할 수 있는 건널목은 가급적 폐쇄해야 한다. 또한 건널목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은 곳은 이동 설치하거나 폐쇄해야 한다. 철길과 도로가 나란히 달리다가 교차하는 구조이거나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판단할 수 없는 산등성이나 구조물을 돌아섰을 때 마주치는 건널목은 이설하거나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차량이 선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볼 수도 있다. 러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사용하는 도로 매립형 방식이다. 평소에는 도로 바닥에 눕혀져 있다가 열차가 접근하면 선로 차단기가 내려오는 동시에 강판이 올라와 건널목 안으로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외곽 지역의 철도 건널목: 도로 바닥에서 올라온 철판이 차량 진입을 막는다 ⓒ박흥수

한국에서 건널목 사고가 발생하는 곳은 열차 통행도 차량 통행도 많지 않은 곳이다. 열차나 차량 통행이 많은 건널목은 차단기도 여러 대 설치되어 있고 안내원들도 주의 깊게 건널목 상태를 살핀다. 운전자 또한 방어운전으로 안전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인적이 드믄 지역의 철길 건널목을 지나던 운전자의 두뇌 회로에는 그 건널목은 늘 열차가 다니지 않았던 곳으로 인지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차 통행 횟수가 적은 지역의 건널목을 지나는 운전자들을 각성 시킬 수 있는 2중 3중의 경보장치가 설치된다면 사고를 더욱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교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전환도 필요하다. 한국의 교통문화는 아직 멀었다. 특히 보행자 보호 의식은 상당히 열악하다. 횡단보도를 건널때나 골목길을 걸을 때 차량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다. 그리고 더 정확히 정착되어야 하는 "일단정지”문화가 필요하다. 교차로든, 건널목이든 일단정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만나지 않아도 될 많은 불행을 마주하게 된다. 안전 문화와 시스템의 조화로 더 이상 철길 위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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