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로나보다 무서운 인플레…저소득층이 더 고통받아

미국인들 설문조사서 '가장 긴급한 현안' 인플레 꼽아

미국 소비자물가가 4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미국인들이 코로나19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위기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물가 상승의 여파로 저소득층이 더 고통 받으며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퀴니피액대학이 미국 성인 1321명을 대상으로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국가가 직면한 가장 긴급한 현안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은 응답자가 27%로 가장 많았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질문에서 긴급한 현안으로 코로나19를 꼽은 응답자는 10%였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5% 급등해 1982년 이래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당국도 인플레이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73번이나 등장하기도 했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5-26일에 걸쳐 진행된 이 회의에서 다수의 참석자들이 만일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약화되지 않는다면 "현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큰 폭의 물가 상승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타격을 입힌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인플레이션은 이미 빠듯한 예산으로 살아가고 있던 저소득 가구에 특히 충격을 준다. 저소득층의 거의 모든 지출이 지난 1년 간 가장 큰 폭의 가격 오름세를 보인 음식·연료·주거비용 등 필수재에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2020년 기준으로 총 지출 대비 각 부문별 지출 비중을 소득 계층별로 비교한 결과 천연가스·쇠고기 등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가장 가격 오름폭이 컸던 필수재 부문에서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상위 20%보다 더 컸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반면 상위 20%는 생필품보다는 퇴직연금계좌나 투자 등의 지출 비중이 커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의 타격을 덜 받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유한 미국인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강력한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이 저소득층에 비해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연금저축 및 투자 부문 지출은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거비 상승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에 비해 이미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월세를 올려 받는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비록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상승했지만 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상승분이 상쇄되고 있다"며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이 어떻게 불평등을 퍼뜨렸는지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예다. 인플레이션이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미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하며 40년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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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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