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에 종속된 감독, 19년 라임 사태 초래했다"

대선 앞두고 금융학자들, 금융 정책과 감독 분리 요구 촉구

대선을 앞두고 금융관련 전문가들이 대선후보들에게 금융감독 체제 개편을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가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현행 체제에서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이유다. 

금융 관련 교수 및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감독개혁을촉구하는전문가모임(금개모)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금융산업 진흥을 위한 금융정책 부문이 금융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 부문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권한을 모두 보유함으로써 감독을 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정책 기능은 정부가 계속 보유하되 감독과 관련된 정책과 집행은 공적민간기구로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회견에서 "현재 감독 체계는 엑셀(산업진흥)을 관장하는 사람이 브레이크(감독)도 관장하는 격"이라며 "금융 소비자 피해 야기한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날 막대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동반했던 2019년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나 2003년 이른바 카드 대란 등의 근본 원인이 감독 체계 문제라고 주장했다. 금융정책부처인 금융위가 필요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감독의 영역인 감독 규정까지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의미다. 

라임 사태 당시 금융위가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단행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회견에서 "금융위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할 때 감독기구가 견제했어야 하는데, 감독기구인 금감원에 감독규정 제정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과 감독 분리 및 감독기구가 감독 규정을 제정할 권한을 가질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대식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카드 대란 때도 경제 부양을 위해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에 대한 규제를 풀었으나 권한과 책임이 없는 감독기구는 그것이 고스란히 가계부채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고작 카드모집인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것밖에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와 금융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민간 금융감독기구를 제안하고 그 기구가 감독규정 제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책은 정치에 포획되기 쉽다"며 "새로운 민간기구에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명확한 목표를 주고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감독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제안하는 민간감독기구가 현재의 금감원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현행 감독기구인 금감원을 모태로 할 수 있겠지만 권한 배분은 완전히 새로 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이후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필요성은 정치권에서도 대두돼 왔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여러 개 발의돼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기형·이용우 의원안이 발의돼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성일종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입법안들의 각론은 다르지만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는 일치한다. 오기형 의원안은 금융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금융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에 대한 심의의결은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성일종 의원안도 금융위원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이관하며 금감원 내에 금융감독 및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를 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우 의원안 또한 감독과 정책 기능 분리를 주장하며 금융산업정책은 기재부가, 감독정책 기능은 감독기구로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2008년 출범한 금융위는 당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나누어 맡고 있던 정책과 감독 기능을 함께 넘겨 받으며 정책과 감독을 사실상 총괄하는 기구가 됐다. 감독 기구인 금감원은 금융기관 및 금융시장 감시 및 감독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금융 전문가 단체인 금융감독개혁을촉구하는전문가모임(금개모)이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주문했다. ⓒ프레시안(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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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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