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윤석열, 왜 그타이밍에", '적폐 수사' 발언 비판

文대통령 분노 표출에도 "전면 대응 부적절…제 발 저린 사람처럼 과민 반응"

정치권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이른바 '집권시 현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윤 전 장관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11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에 대해 "법치국가니까, 원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법을 어긴 사람은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것이다. 윤 후보도 원론적인 얘기를 한 거라고 했더라"라면서도 "그런데 원론적인 얘기를 왜 그 타이밍에 하느냐"고 꼬집었다.

윤 전 장관은 "지금 신분이 대통령 후보이고, 선거 기간 중에 예민하지 않느냐"며 "왜 '원론적인 얘기'를 굳이 해서…(논란을 만드나)"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특히 발언의 정치적 파장에 대해서도 "윤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은 통쾌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이 지금 이유는 모르겠으나 40%에 가까운 국정 지지도가 있다. (여권을) 결집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민주당이 '원팀'이 아니고 민주당 상당수 당원들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며 "선거 기간이 가까워지면 자연히 결속이 생길 텐데, 이것을 상당히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윤 후보가 'A검사장이 중앙지검장이 못 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한 데 대해서도 그는 "그런 건 정말 적절하지 않다. 이미 사람들이 (윤 후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라고 언론에도 많이 알려져 있고 저 같은 사람도 언론을 봐서 안다"며 "굳이 그것을 왜 자기가 언급을 하느냐? 지금 대통령 되지도 않았는데"라고 비판했다.

그는 " 대통령 된 다음에도 그런 인사를 미리 얘기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다만 윤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정면대응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이 즉각 전면에 나서서 반박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반응이냐.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비판적 인식을 보였다.

윤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건 이해를 한다. 사람이니까 분노할 수 있고, 더구나 자기가 임명했던 검찰총장인데 그런 소리를 하니까"라면서도 "그렇다고 또 정색을 하고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왜 꼭 제 발 저린 사람처럼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가 뭐 있느냐"며 "정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 참모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얼마든지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 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전 장관은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회동에서 자신이 이재명 정부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농담조"의 대화였다고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회동 당시 "제가 소위 뉴노멀이 온다고 세계가 야단이고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도 그 얘기 안 한다고 했더니 (이 후보가) 펜하고 수첩을 꺼내서 '지금부터 하시는 말씀을 좀 적겠다'고 하더라"면서 "메모하고 수첩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농담조로 '그러면 제가 나중에 위원회 만들면 위원장 맡아주실 거예요?' 그러더라. 그래서 제가 또 더 농담조로 '아, 좋아요. 나 실업자니까 뭐 시켜주면 하죠' 그랬다. 그런데 나중에 브리핑 하시는 분이 이걸 정색을 하고 (발표)했나 보더라"고 했다.

그는 "앞에 뉴노멀 (이야기)한 것은 제가 진지하게 얘기한 것이고, 이 양반이 수첩을 집어넣으면서 웃으면서 '나중에 이거 만들면 맡아주실 거죠?' 하는 것은 반농담조였다"며 "그때 되면 제 나이가 몇 살인지 아시느냐. 아무리 노욕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1939년생으로 김종인(82) 전 비대위워장 다른 원로 정치인들보다도 연배가 높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한 인물평을 요청받고는 "일찍부터 야망이 있었던 것 같다.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틈틈이 국정에 관한 공부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가 나와도 자기 의견이 있고 그 의견이 아주 정리돼 있다"고 평가했다. "TV에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봐도 말이 쉽고 간결하다. 메시지 전달 능력이 있고, 그 문제가 자기 속에 소화돼 있다는 뜻"이라는 호평도 보탰다.

반면 윤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사람을 잘 쓰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을 겨냥해 "말은 옳은 말인데 문제는 그러면 '잘 쓴다'는 게 뭐냐. 어떻게 하는 게 잘 쓰는 거냐"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고위공직은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공적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그런데 다 사적 기준으로 썼다. 이명박 대통령 때 초대 내각 구성하니까 언론이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 내각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러니까 윤 후보도 대통령이 돼서 사람을 쓸 때 잘 쓴다는 게 뭐냐 하는 걸 고민해야지 그렇게 말 쉽게 하는 거하고 현실은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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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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