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입양인 시민권법' 하원 통과

한국 출신 입양인 2만여명 등 시민권 미취득 입양인들에게 중요한 진전

미국으로 국제 입양됐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입양인 시민권법'이 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입양인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 H.R. 1593)은 이날 하원에서 미국 경쟁력 강화 법안(America COMPETES Act)에 포함돼 찬성 222표(반대 210표)로 통과됐다고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민주당, 워싱턴)이 밝혔다.

스미스 의원은 법안 통과 후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많은 국제입양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의원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왔지만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인들은 미국에서 자랐고 직업과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살고 있었다"며 "입양인 시민권법은 이들이 미국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은 지난 해 3월에 하원에서 애덤 스미스 의원과 공화당 존 커티스 의원(유타)이 대표 발의했으며, 이제까지 민주당 28명, 공화당 30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09년부터 세 차례나 하원에 발의됐지만 2년 회기 안에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는데, 이번에 하원을 통과하면서 마침내 최종 입법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을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마치면 된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00년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을 통과시켜 미국 시민에게 입양된 아동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은 제정일(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의 입양 아동들에게만 적용이 되는 법이다. 스미스 의원실은 입양인시민권법이 아동시민권법에서 제외된 입양인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해 법 격차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입양부모가 입양절차를 완료하지 않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은 최대 4만9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한인 출신 입양인들은 약 2만 명으로 알려졌다. 또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입양된 아동들 중 최대 1만4643명이 성인이 되어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의 경우 본국으로 추방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한국으로 추방당했던 입양인 필립 클레이 씨는 한국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자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019년부터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김동석 대표), 입양인권익운동(Adoptee Rights Campaign, 조이 김 알레시 대표), 홀트인터내셔널(수잔 콕스 부회장) 등 25개 단체가 '입양인 평등권 연대'를 꾸려 의원들을 도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2017년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추방 입양인 필립 클레이 씨의 유해는 양부모에게 보내졌다. ⓒ 프레시안(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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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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