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영주시 3대문화권사업 이대로 좋은가?

200억 투자한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 1년도 안된 시설 게임장 변신...

영주시가 국고 200억을 투입해 건립한 천지인 전통사상체험관이 개관 1년도 안 돼 운영부실을 이유로 체험장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게임장을 설치하고, 영주의 새로운 관광명소라고 선전하고 있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영주시는 3대문화권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10월 천지인 전통사상 체험관을 개관한 바 있다. 하지만 개관 1년 동안 월평균 15명 정도의 내방객이 찾는 등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영주시는 체험객 부진의 원인을 찾고 문제점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단 한 번도 이용해 보지도 못한 시설일부인 1층 세미나실(110㎡)및 2층 어린이 체험시설(700㎡)을 철거하고 10억의 시예산을 긴급 편성, 생뚱맞은 방탈출게임장을 지난달 오픈했다.

▲3대문화권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은 200억이 투자된 사업이지만 프로그램부실과 코로나여파에 일평균 15명정도가 찾는 저조한 성적으로 영주시의 문제거리로 지적되고 있다.ⓒ프레시안(최홍식)

하지만, 어이없는 영주시의 졸속행정에 대한 영주시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선, 천지인 전통사상 체험관 흥행 실패의 정확한 원인분석 없이 성급한 졸속대응이라는 지적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관련부서 총괄책임자였던 김모 전문화복지국장은 “내가 주관하는 부서가 7개이기 때문에 전통사상 체험관은 둘러는 보았지만 일일이 다 체험을 해 보지 못했다”고 해 전통사상체험관의 흥행부진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사실상 없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형식적으로 무늬만 갖춘 전통사상체험관 운영위원회 또한 문제였다. 익명을 요구한 운영위원 A씨는 “체험관 운영위원회는 개장 전 열린 용역보고회가 전부였고, 개장식에도 부르지 않았다”며 “당시 여러 위원들은 천지인 전통사상체험관의 로고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하도낙서, 주역팔괘 등과 같은  어려운 학문분야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고 했다.

체험관 운영인력의 전문성 또한 심각한 문제였다. 3명의 일반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운영인력은 전시 컨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컨텐츠에 대한 해설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대개 박물관에도 해설사나 연구사가 있어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해설을 제공하고 있지만, 극소수의 전공자들만 이해 가능한 우주론적 형이상학을 다룬 추상적 전시물에 대한 쉽고 자세한 해설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명색이 체험관인데 무엇을 체험하라는 것인지, 체험거리의 빈약함은 근원적 문제로 보였다. 풍수지리체험이라고 하는 가구배치 체험은 어린이집 놀이수준이었고, 사주팔자체험은 도표한장으로 단순히 생년월일에 따라 사주팔자가 정해진다는 단순한 풀이법을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에 전시된 사주팔자 풀이법 도표를 통해 자신의 사주팔자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알려준다.  이러한 정보는 핸드폰을 통해 검색해도 금새 알 수 있는 정보일 뿐 어떤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프레시안(최홍식)

그나마 구색을 갖추기 위해 준비된 안내 판프릿마저 전시 컨텐츠만큼 어려운 학술발표회장의  발표문 수준으로 체험객들은 머리를 흔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통사상을 전공하는 교수는 “한마디로 천지인이라는 우주론적 형이상학의 영역에 속하는 음양오행, 주역, 사주팔자, 풍수지리, 사상의학 등의 전문분야를 도표 몇장을 통해 이해시키고 체험시키려고 했던 발상이 문제였다”며 “이런 내용은 민속박물관의 한 코너에 전시되어야 할 컨텐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영주시 한 문화계인사는 “전통사상체험관의 특색을 살리면서 동시에 관광객의 흥미도 끌 수 있는 킬러 컨텐츠는 방탈출게임장이 아니라, 저명한 명리학자, 관상가, 풍수전문가, 한의사 등 전문가를 초빙해 무섬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궁금해하는 신년운수나 풍수지리 혹은 자신의 사상체질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면, 아마 전국적으로 유일무이한 영주만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무섬마을과 연계성이 없는 관광코스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주말이면 무섬마을을 찾는 차량이 뒤얽혀 북새통을 이루지만, 이들은 외나무다리만 한번 건너고  전통사상체험관을 찾지 않고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는 문제점은 늘 지적되어 왔다.

▲무섬마을전경,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무섬마을로 통하는 좌측다리를 통제해 모든 차량은 천지인전통사상체험과 앞 주차장으로 유도하고 전통사상체험관을 경유, 도보로 500m 정도 이동해 '가마타고 들어와서 상여타고 나갔다'는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의 스토리를 엮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품격있는 새로운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혔다.ⓒ프레시안(최홍식)

익명을 요구한 영주문화계 원로A씨는 “원래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는 가마를 타고 들어왔다가 상여를 타고 나간다는 말이 전해오지만, 영주시는 이러한 스토리를 엮어내는 안목이 없다”며 “무섬마을로 통하는 다리를 통제하고 모든 차량은 전통사상체험관 앞 주차장으로 유도해 체험관과 무섬마을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고질적 교통혼잡도 해결할 수 있고 새로운 무섬마을 스토리텔링관광상품이 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도 문화정책과 담당자는 국고로 건립된 영주시 천지인 전통사상 체험관의 시설을 1년도 되지 않아 철거하고 목적과는 다른 게임장을 설치한 것에 대해 관리 감독의 책임은 없는지 소관 부서인 문화관광부에 질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주민 A씨는 “영주시에서는 오로지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이 15명 밖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안동 선성현 문화관광단지는 작년 상반기에만 11만명, 영천 삼국유사테마공원은 7만명의 내방객이 찾아 왔다”며 “국고로 지어진 목적 건축물이 1년도 안돼 다른 용도로 전용되어도 무방하다면 이는 국고보조금 사업의 심각한 누수현상이 아닐 수 없다” 고  비판해 향후 국고사업 전반의 운용과 관리감독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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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식

대구경북취재본부 최홍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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