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주 "힘들게 하는 건 근기법이 아니라 임대료, 카드 수수료"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한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적용 촉구' 기자회견

안이지(가명) 씨는 서울 동대문에서 작은 의류 매장을 운영한다. 그가 고용한 직원은 연월차 휴가를 받고 연장노동과 휴일노동에 대한 가산수당을 받는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일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안 씨 매장의 직원이 2명이기 때문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장‧야간‧휴일 등 노동에 대한 가산수당과 연월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안 씨가 직원에게 이같이 대우하는 이유는 뭘까. 안 씨는 "누군가의 권리를 내 이익과 바꾸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운 시기 혹시라도 매장을 닫으면 자신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씨에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내일의 나'고 '언젠가의 나'다. "같은 처지", "같은 편"에 놓인 사람들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사업주가 함께 모여 대선후보들에게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을 촉구한 이유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의 노동조합인 '권리찾기유니온'은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면적용은 누군가에게 희생을 전가해 그들의 것을 뺏어오자는 게 아니라 내 이익 때문에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사업주를 나누어 대결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조건의 최소 기준을 정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과 근기법의 목적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을 전면적용해야 한다"며 20대 대선후보들에게 "근기법을 빼앗긴 노동자들의 절규에 답하고 차별지대를 해체한다는 약속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에 찬성하는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가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안이지 씨는 "당신들(정치인)이 정말 우리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를 노동법에 예외 조항을 둘 정도로 위한다면 우리와 처지가 다를 것 없는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는 방법 말고 임대료를 정책으로 지원하고 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며 "부가세 부과율을 정책으로 낮추고 각종 4대보험료를 정부에서 일정부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노동자에게 주는 각종 수당과 연월차 때문이 아니라 살인적인 임대료, 카드 수수료, 감당하기 힘든 부가세율"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그런데 왜 누가 우리를 나누고 대결하게 만드나. 누구의 권리를 짓밟는 극복이 얼마나 잔인하고 더러운 짓인가. 그런 것은 이제 끝내자"고 호소했다.

▲ 권리찾기유니온이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대선후보들에게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약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이들의 바람과 달리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을 위한 국회 논의는 멈춰섰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거대양당의 대선후보도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지 않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앞으로도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을 위한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날도 권리찾기유니온은 직원 미등록, 사업장 쪼개기 등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지위으로 위장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네 곳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현재까지 이들이 고발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114곳에 이른다.

권리찾기유니온은 또 대선을 앞두고 5인 미만 근기법 전면 적용 여론을 만들기 위해 광주, 부산, 세종 등 전국을 돌며 시민 선전 등을 하는 '권리찾기 성토대장정'을 오는 3월 3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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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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