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공약이었던 '4대강 재자연화', 그러나 7년 뒤로 미뤘다

[함께 사는 길] 2022년 예산에서 4대강 자연성 회복 예산 빠져…

지난해 12월 3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2022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대다수 미디어에서는 총 607조7000억 원으로 편성된 역대 최대의 예산 규모에 집중했다. 그러나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가슴에 좌절을 안겨준 예산 편성도 있었다. '한강·낙동강 취·양수장 시설개선' 예산이 그것이다. 예산안 이름만 보면 시설 개선 관련 예산안에 왜 이렇게 집중하느냐 싶겠지만, 16개 보로 막힌 4대강의 자연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저 시설들을 개선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상황이다. 이번 예산안 의결의 결과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은 또다시 먼 일이 되었다. 한강과 낙동강의 취·양수시설 개선이 4대강 재자연화의 길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MB 때 잘못한 설계 아직도 안 고쳐

취·양수시설이란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강, 또는 저수지 등에서 원수를 끌어들이는 시설을 말한다. 취·양수시설을 이용해 끌어들인 물은 용도별 시설을 통해 식수, 수돗물, 농업용수 등으로 가공, 처리된다. 강에 설치하는 시설인 만큼, 4대강 유역에 있던 취·양수시설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이하 4대강사업)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사업 당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394억 원을 들여 취수, 양수장 99곳의 이설·보강 공사를 했다.

문제는 이렇게 공사한 취·양수시설이 잘못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취·양수시설을 설치 또는 이설·보강할 경우 이들 시설의 운영은 보의 수위 변화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반드시 공사 전에 보의 수위운영계획을 수립한 이후 이를 고려하여 취·양수시설의 공사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당시 이러한 계획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은 채 취·양수시설의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4대강사업 때 이설·보강한 취·양수시설의 취수구 높이는 보 수문을 닫은 상태에서만 물을 취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분명 열고 닫을 수 있는 수문은 있는데, 수문을 열수는 없는 꼴이 된 것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에 따르면 4대강 취수, 양수장 162곳을 조사한 결과, 보 수문을 개방하려면 모두 157곳의 취수, 양수장의 취수구를 고쳐야 하는데 이 가운데 낙동강 취수, 양수장이 114곳으로 전체의 72.6%에 이른다. 낙동강에서 보의 수문을 열 경우 곧바로 다수의 취·양수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4대강사업으로 다수의 취·양수시설이 잘못 설계된 것도 알았고, 이로 인해 보의 수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4대강의 복원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이 문제는 4대강에 해마다 번성하는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보의 수문 개방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2021년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취·양수 시설 개선 사업비 증액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녹조 없애려면 반드시 필요한 취양수시설 개선

2021년 여름, 다수의 언론매체가 4대강의 녹조 문제를 짚으면서 녹조의 위해성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환경연합이 시민과학집단들과 연대해 진행한 낙동강·금강 유역 녹조의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수치 분석 결과를 보자. 낙동강 25개 지점 중 14개 지점이 미국 레저 활동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수치가 높았던 곳은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으로, 무려 4914.39ppb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음용수 기준인 성인 1.6ppb, 미취학아동 0.3ppb를 아득히 상회하고, 레저 활동 기준치인 20ppb와 비교해도 너무나 높은 수치이다.

미국에서는 독성 때문에 접촉을 '금지(No Contact)' 하는 수준의 최대 200배에 달하는 녹조로 오염된 원수로 우리는 수돗물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물놀이를 한 셈이다. 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은 간 독성, 신경독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 학계의 연구 보고다. 미국 등에서는 남세균이 단지 수돗물 음용만이 아니라 피부접촉, 레크레이션 활동과 강 주변에서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 형태로 인체에 유입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환경연합 등의 추가 실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추의 잎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9마이크로그램(㎍/kg bw/day) 검출됐던 것이다. 낙동강의 녹조문제가 낙동강 유역 주민을 넘어, 낙동강 근처에서 재배되어 유통된 농작물을 먹는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임이 밝혀진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강에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을 위해서도 녹조문제를 해결함이 지당하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특히 매년 여름이면 만발하는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문제의 원인이 바로 취·양수시설에 있다.

녹조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천 물에 영양염류가 풍부할수록, 수온이 높을수록, 일조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유속이 느릴수록 녹조의 번성이 쉽게 이루어진다. 이 네 가지 주요한 조건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녹조가 대량으로 번성하기는 쉽지 않다. 여름이면 높아지는 기온과 길어지는 일조시간으로 인해 녹조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여기에 논밭과 축사, 산업단지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이 영양염류를 공급하여 녹조를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 만약 강이 충분한 유속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녹조가 한곳에 정체하여 크게 번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낙동강은 그럴 수 없다. 보를 개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 개방은 수위 저하를 불러오고 수위 저하는 현재의 잘못 설계된 취·양수시설을 작동불능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이 문제적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그것을 해결할 개선 방안이 어떻게 좌초됐는지 알아보자.

4대강 회복 외면 정부 국민건강 외면 환경부

낙동강은 취·양수시설의 설계 오류로 가장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낙동강의 몇몇 취·양수시설은 보를 개방하여 수위가 단 1cm만 내려가도 취수가 어려워지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낙동강은 그 어느 곳보다도 보를 개방하는 것이 어렵다. 가장 녹조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곳에서 보 수문 개방이 가장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위기구조를 증폭시키는 것이 점점 더 일상화되는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재난이 닥쳐올지 모른다. 2020년 여름과 같이 엄청난 규모의 폭우가 내릴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마른장마로 인해 전례 없는 녹조가 피어날지도 모른다. 이 위기 속에 처한 것이 바로 낙동강의 오늘이다.

취·양수시설 개선은 단순히 잘못 시행된 국가정책을 올바르게 잡는 것을 넘어,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대응과 망가진 자연을 되돌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이들 시설 개선에 대한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회는 국민안전을 위한 목소리에 부응하지 않았다.

당초 환경부는 '한·낙 취·양수장 시설개선(안)'을 통해 취·양수시설의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환경부는 국회에 제출한 계획에서 2022년 28개소에 대한 예산으로 213억 원을 책정했다. 전체 사업기간을 7년(2022~2028년)으로 상정한 계획이었다. 이는 녹조 문제라는 국민건강에 직결된 사안의 심각성 측면에서도, 정책 이행의 신뢰에 있어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계획이다. 2022년과 2028년 사이의 7년은 대통령이 2번이나 바뀌는 시간이다. 그렇게 정권이 바뀌고, 그 다음 정권이 들어선 후에야 겨우 보 수문을 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 남아있을 한강 및 낙동강의 보 처리방안 수립, 실제 처리방안의 이행까지 생각한다면 4대강은 또다시 10년이라는 세월을 더 견뎌야만 자연성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4대강의 재자연화는 분명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였다. 그러나 환경부가 제출한 계획을 보면, 이 정부는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7년 뒤의 다음, 그 다음 정권에게 과제를 미루는 것을 보면 하기 싫은 숙제를 다른 정권에 떠넘기는 모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 낙동강물로 재배한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2021.8.13) ⓒ환경운동연합

▲ 지난해 8월 있었던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비판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

시민사회 요구에 찔금 증액 그러나 물꼬는 터

한강 낙동강 취양수장 시설개선 예산의 증액을 위해 지역 주민, 환경단체, 농민회까지 각계의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모았다. 환경부가 제시한 계획을 수정하여 전체 사업기간을 7년에서 3년(2022~2024년)으로, 2022년 51개소에 대한 예산 626억 원을 제안했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예산은 기존 213억 원에서 94억 6000만 원이 증액된 307억 6000만 원으로 확정됐다. 환경단체들이 제안한 예산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취·양수시설 개선의 증액 운동은 막을 내렸다.

목표한 예산 증액에 실패했지만 이번 운동은 진행 과정에서 '4대강 환경 파괴와 이로 인한 녹조 문제가 더 이상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국민들에게 인식'하게 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 증액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4대강 자연성 회복 운동이 그칠 수 없는 시대의 의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해가 높아지는 자리에 강의 회복을 불러올 정책과 예산의 전향적 변화 또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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