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최재천의 책갈피]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김하현 옮김

1970년대 말, 유머 감각으로 유명했던 라파엘 에이탄이 이스라엘의 참모총장직을 맡고 있었다. 공군의 군사 작전을 승인해야 했던 그가 책임자에게 물었다. "날씨가 어떨 것 같애." "20퍼센트의 확률로 비가 올 것 같습니다." "틀렸어. 비 올 확률은 50퍼센트야. 비가 오거나 안 오거나 둘 중 하나지."

우리 모두는 알고 싶어한다. 날씨에 맞게 옷을 입고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내일의 날씨와 기온을 알고 싶어한다. 정치인들은 내년 미중관계가 어떨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인지. 만약 일어난다면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자 노력한다. 증권 투자자들은 시장의 향배를 확실히 알 수만 있다면 달이라도 따주려 할 것이다. 농부는 언제 비가 올지, 가뭄이 들지 알고 싶어한다. 공중보건의들은 코로나19 중환자 수를 예측해야 한다. 이렇듯 미래에 대한 예측은 늘 우리의 삶과 동행한다.

이런 욕구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토머스 홉스는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인간의 이런 욕구가 '끝없는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죽음과 빈곤, 그 밖에 다른 재앙에 대한' 공포다. 홉스는 인간의 이 공포가 '잠시라도 멈추는 일이 없고, 불안도 사라지지 않으며, 그저 인간은 잠들 뿐'이라고 말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물어뜯으며 프로메테우스의 정신을 각종 미신 앞에 활짝 열어놓듯이, 이 공포 또한 매일 인간을 '물어뜯는다'."

저자 마틴 반 크레벨드는 국제정치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 책을 쓰게 된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저자의 제자였던 유발 하라리의 책 <호모 데우스>를 읽다가였다. '유발 하라리는 어떻게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아는 걸까'

역사학자답게 '역사적 접근법'을 택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들이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탐색했다. 샤머니즘과 예언, 해몽, 심령술, 점성술, 숫자점, 외삽법, 변증법, 설문조사, 모델링, 전쟁 게임 등을 순차적으로 살폈다. 

예측한다는 것은 유용성 때문이기도 하다. 호기심 충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때론 수단이기도 하지만 미래 예측 그 자체로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보다 본질적으로 "미래에 유혹을 느끼는 능력은 인류를 정의하는 특성 중 하나다." 그래서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파악하고 고안한 방법들을 추적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들여보는 일이 된다. 그 제자에 그 스승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새해 운세와는 무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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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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