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윤석열의 '싱크로율'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윤석열 전 총장의 '전두환 찬양 발언'에 대해 모든 신문이 사설을 내어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조선일보만 유일하게 사설을 쓰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조선일보는 2017년 12월9일치 지면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과 똑같은 '전두환 미화' 글을 실었다. "누구에게나 공(功)이 있고 과(過)도 있기 마련이다." "그는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존중했다." "그는 모르는 일에 나서지 않았고 엘리트들을 전적으로 신임했다"….

이 글은 조선일보 내부 필자의 글은 아니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글이다. 하지만 아무리 외부기고라고 해도 다른 신문들은 게재를 엄두도 못 낼 글을 조선일보는 버젓이 실었다. 조선일보가 윤 전 총장의 '망언' 비판 사설을 쓰지 않은 것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전두환-윤석열 모두 '조선일보가 사랑하는 남자'다.

윤석열 전 총장이 이 칼럼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논리와 정서는 판박이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고 김영삼 대통령의 유명한 어록인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말에 해당한다. 그런데 왜 YS 어록을 인용하지 않고 굳이 전두환씨를 끌어들였을까. 민주화 운동으로 출발한 고 김영삼 대통령보다는 군 출신인 전두환씨와 본능적으로 훨씬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찬하면서 "이분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나도 검찰에서 조직 관리를 해 봤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단지 조직 관리 경험만이 아니다. 전두환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권력욕, 저돌성, 쿠데타, 보스 기질, 충성심과 의리로 뭉친 부하들, 대략 이런 것들이다. 이 이미지는 정확히 윤 전 총장의 이미지와 겹쳐져 다가온다. 두 사람 간에 'DNA의 동질성' 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권력이 '군부의 총구'에서 나왔으나 이제는 '검찰의 수사'에서 나오는 시대다. '정치군인'의 자리를 '정치검사'가 대신한다. 전두환씨가 군의 무력을 활용해 권력을 움켜쥐었듯이 윤 전 총장도 자신의 무기를 교묘히 활용해 권력의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정치군인이 군복을 벗고 곧바로 정치에 뛰어든 것처럼 윤 전 총장도 현역 시절 차곡차곡 정치적 입지를 다진 뒤 '전역'과 동시에 현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정치군인이든 정치검사든 정치에 뛰어든 명분은 '기존의 썩은 정치판을 갈아엎는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혐오가 이들의 정치적 몸피를 불리는 자양분이다. 그러나 '구악'을 일소하겠다고 나선 자들이 곧바로 '신악'이 되고 '신악이 구악을 뺨쳤던' 것이 지난 역사의 모습이다. 전두환씨는 윤 전 총장 말처럼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비롯해 보복성 재벌 해체, 평화의 댐 대국민 사기극, 언론 탄압, 간첩사건 조작 등 온각 '악행'을 저질렀다. 대다수 국민이 아는 사실인데도 윤 전 총장은 보지 못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의 판단력과 정치적 행보를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조직 내의 은밀한 사조직, 개인을 향한 끝없는 충성, 권력의 사유화…. 정치군인과 정치검찰의 공통점이다. 전두환씨에게 '하나회'가 있었다면 윤 전 총장에게는 그를 따르는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있다. 보스와 부하의 끈끈한 유대감, 의리를 중시하는 분위기, 밀어주고 끌어주기 등은 이들의 공통된 문화다. '고발 청부' 사건은 검찰 조직이 한 개인을 위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빗나간 의리 문화 속에서 도덕심의 경계는 무너지고, 탈법·위법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마저 마비된다.

보스에게는 심복 중의 심복 부하가 있기 마련이다. 전두환씨에게 장세동씨가 있었다면 윤석열 전 총장에게는 한동훈 검사장이 그동안 그런 역할을 해온 듯하다. 12·12 쿠테타 당시 육군 수도경비사령부 제30경비단장이던 장세동씨는 직속 상관인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에 맞서 일전을 불사하려 할 만큼 '용감함과 저돌성'을 자랑했다. 한동훈 검사장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씨" "일개 장관"이라고 호칭하며 맞서는 용감함과 저돌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당선된다면 한 검사장은 크게 중용돼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할 게 분명하다.

배우자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듯하다. 전두환씨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 데는 부인 이순자씨의 '영부인에 대한 욕망'도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의 부동산 투기 잡음도 무성했는데 그가 서울 강남의 투기 현장을 '빨간 바지'를 입고 누볐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윤석열씨 부인 김건희씨 역시 영부인에 대한 욕망을 안고 질주하는 듯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뒷말도 무성하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찬양 발언'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SNS에 올린 '개 사과 사진'이다. 윤 전 총장은 이 사진이 큰 파문을 빚자 "내가 기획자"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면 '연출자'는 누구일까. 여러 가지 정황상 부인 김건희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사진을 촬영한 장소가 윤 전 총장의 집과 같은 건물에 있는 김건희씨 회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도 "반려견을 데리고 간 것은 아마 제 처일 것"이라고 말해 의혹을 절반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촬영 장소를 "집 근처 사무실"이라고만 강조할 뿐 김건희씨 사무실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촬영 장소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라고 밝히면 '연출 김건희'라는 엔딩 크레팃이 너무 선명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김건희씨는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찬양 발언'을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 '집권하면 전문가를 데려다 잘 쓰겠다'는 정도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이순자씨는 2017년 펴낸 자서전에서 남편 전두환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강변했는데 그 심정이 묘하게 닮아 있다. 이순자씨는 전두환 대통령 집권 시절 여러 가지 일에 간여해 많은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런데 김건희씨는 지금까지의 행적만으로도 벌써 '스캔들 메이커'의 면모를 보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윤석열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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