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수술 없어도 성별 정정 인정’ 법원 첫 판결

법원 "생식능력 제거 수술, 성별 정정 필수 요건 아니다"  

생식능력 제거 수술 또는 외부 성기 성형수술이 성별 정정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2부(부장판사 문홍주)는 20대 성전환자 A(21)씨의 성별 정정 신청 사건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이는 신체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이 인정된 첫 사례로, 이에 따라 A씨는 법적으로 남성의 신분을 갖게 됐다.

▲수원가정법원 전경. ⓒ수원가정법원

A씨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해 2019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전환증을 진단을 받은 뒤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고,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서 외모와 목소리 등이 남성화됐다.

자궁난소 적출술이나 남성 성기 형성 수술은 받지 않았지만, 남성의 옷과 머리 모양 등을 갖춘 채 남성으로 생활해 왔다.

이후 A씨는 2019년 12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도록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변경해 달라며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제기했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신청인이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양측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지만, 자궁난소적출술 등은 받지 않아 여전히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일부 지니고 있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항고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고심 재판부는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토록 강제하는 것으로,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및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며 "현재 신청인은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로 인해 남성 수준의 성호르몬 수치와 2차 성징을 보이고, 장기간 무월경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성별 정정 허가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은 외모와 목소리 등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과거의 여성으로 지냈을 당시보다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과 관련한 사무처리지침을 개정한 결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법원의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및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인정하며, 현행 대법원의 지침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