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류로 진입한 '트럼피즘', 2024년 얼굴은 누가 될까?

[아프간 사태와 미국의 앞날]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안병진 경희대 교수 대담 ②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완료하면서 20년을 끌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 3명이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다. 미군 철수로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됐으며, 지난 8월 26일에는 또다른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최소 170명이 사망하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일각에선 1975년 베트남 함락 당시 사이공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탈출한 사태가 재연됐다고 평가한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43%(NPR-마리스트폴 공동 조사)까지 떨어졌다.

아프간과 '20년 전쟁' 종료는 당장 눈에 띄는 혼란이나 정치적 공방 이상의 다층적 의미를 갖는다. 향후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도 간단하지 않다. 아프간 전쟁은 왜 20년이나 지속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영원해 보이던 전쟁을 끝낸 미국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이런 변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이런 질문을 갖고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와 안병진 경희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김동석 대표는 19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미국에서 유권자 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온 현장 정치 전문가다. 안병진 교수는 최근 팬데믹과 기후위기, 미중 신냉전 속에서 미국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한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라는 책을 내는 등 미국 정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학자다. 김 대표와는 서면과 전화 인터뷰, 안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했으며, 각자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2회에 걸쳐 대담을 게재한다. 편집자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왼쪽)와 안병진 경희대 교수. ⓒ프레시안(자료사진)

바이든, 취임 후 최악의 정치 위기…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프레시안 :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든의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뚜렷한 입장 차이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고착된 상황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대선 때부터 50%대 중반 이상을 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아프간 철군 혼란상을 계기로 과반 지지가 무너졌습니다. 이번 사태가 미국 국내 정치에 미칠 영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22년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칠까요?

김동석 : 일부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아프간 사태를 카터 정부 때 이란 대사관 인질극 사태, 또는 부시 정부 때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등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로 바이든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러 비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군 13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탈레반과 협상을 더 잘해야 한다. 지금 탈레반 지도부가 IS를 옹호하고 같이 권력을 만들자는 세력과 탈레반도 아프간인들에게 지지를 받는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세력으로 갈렸다. 현재 후자가 더 우세하다고 알려졌는데, 미국이 탈레반과 대화를 하면서 아프간에 새 정부가 구성되는 과정을 외교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로 미국 시민이나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게 되면 바이든 정권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또 의회에서 이번 철군 과정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강도로 비판이 가해질 것인가도 변수다. 미 의회가 지금 휴회인데 9월 둘째 주부터 개회를 하면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철저하게 묻고 따질 기세다. 공화당은 이번 미군의 희생을 선거를 향해서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외교위원회, 군사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카불공항 테러로 희생된 미군들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했다. IS-K의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면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AP=연합뉴스

미국, 더 효과적인 '감시제국'으로 진화 꾀할 수도

안병진 : 물론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 등으로 수세에 몰려있던 공화당에게 생명수와 같다. 그동안 트럼프와 발맞추어 조기 철군을 핏대 높여 외치던 케빈 맥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의원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조기 철군을 비난하고 있다. 탈진실 정치의 시대라 이들은 하루 아침에 자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 이번 철군 이후 아프간 내 정세는 지속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는 결코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영구적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번 승리로 더욱 고무된 각종 극단적 테러리스트 그룹들을 효과적으로 타격, 봉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 임기는 물론이고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정부 연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바이든 정부와 리버럴들은 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일부 민주당 내 좌파들의 희망처럼 세계시민주의자가 되기 어렵다. 더 효과적인 감시제국으로 진화하려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오바마가 당선된 직후 NGO 운동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예비검속의 타당성을 언급해서 이들을 경악하게 한 적이 있다. 이번 하원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 확대 시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더 골치 아픈 이슈는 리버럴들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난민 문제다. 과거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 카터 대통령이 난민 수용 요청을 들어준 것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늘상 투덜대곤 했다. 리버럴들에겐 이 난민 이슈가 어떤 형태로 전개되고 언제 미국 중산층들 마음을 불편하게 건드리느냐가 문제다.

하지만 중간선거는 기본적으로 민생 이슈가 지배한다. 아프간 사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프라 법안과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등 민생 이슈다. 만약 바이든이 조기에 이런 이슈들로 쟁점을 전환시키고 서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민생 포퓰리스트 캠페인을 전개하고 당내 중도주의자들의 협력을 잘 이끌어낸다면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직은 너무 변수가 많다.

'트럼피즘'은 살아있지만 2024년 트럼프 대선 출마는 아직 물음표

프레시안 : 트럼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든을 맹공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에 더 열심히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기세를 보면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치에는 위험이 상존해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유세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라는 트럼프에게 야유를 보내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될 수 있을까요?

김동석 : 원래 집권 후 첫 번째 중간선거는 심판과 견제 심리가 작동해 여당에게 불리하다. 여당이 이긴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내년 중간선거는 현재 흐름을 볼 때 여소야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에 기반한 트럼프식 정치는 중간선거는 물론이고 2024년 대선전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화당의 2022년 중간선거 전략과 2024년 백악관 탈환 전략은 많이 다를 것이다. 트럼프가 만들어 낸 문화가치 측면에서의 우익정치 세력은 여전하겠지만 트럼프 본인의 정치 재개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직과 전직의 정치적인 영향력의 차이는 크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캐빈 맥카시도 트럼프가 아웃되어야 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트럼프도 이를 모르지 않지만 내년 중간선거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한다.

안병진 : 트럼피즘은 살아있다. 미국인들은 다 잊었지만 티모시 멕베이(1995년 연방청사 폭파 테러)와 빈 라덴(9.11 테러)은 서로 수렴되는 측면을 가진다. 서구 계몽주의의 모순에 대해 신랄한 비판으로 저명한 판카지 마슈라가 잘 지적한 것처럼 멕베이는 그저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빈 라덴처럼 걸프전의 비극에 대한 분노와 리버럴 큰 정부로부터 구원자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백인의 얼굴을 한 미국 자생 빈 라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민주당 주지사(미시간) 납치극을 모의하고, 피자 게이트 등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극단주의자들은 이미 주류 사회에 진입했다.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 지도자인 트럼프에게도 그가 백신의 유용성에 대해 언급하자 곧장 야유를 보낼 정도가 됐다. 나는 최근 나온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안병진 저, 메디치미디어 펴냄)에서 앞으로 미국은 트럼피즘이 포함된 천하삼분지계의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 트럼피즘의 얼굴이 누구인가는 지형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유력 대선 주자이지만 탈세 의혹, 의사당 폭동 등과 관련된 검찰 수사 전개 양상 및 공화당 내 권력 투쟁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지난 8월 21일 앨라배마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은 '신냉전 사회민주주의자'…'루즈벨트 2.0' 될 수 있나?

프레시안 : 바이든이 집권 초 "미국이 돌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대외적인 의미도 있지만 국내적으로도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민주주의적 질서의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부정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음모론까지,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정치권과 일반 유권자들의 삶이 유리되면서 생긴 불신 때문이라는 점에서 트럼프나 공화당의 책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가 이런 문제를 개선 내지는 치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안병진 : 나는 위에서 언급한 신간에서 미국 자유주의 제도는 부단히 수선이 진행되지만 강력한 활력을 되찾기에는 이미 너무 오작동을 자주 일으키고 21세기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바이든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인물이므로 그간 신자유주의로 지나친 경도의 오류를 인정하고 중도 리버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사회민주주의적 문제의식을 도입하고 있다. 나는 비유적 표현으로 바이든을 "신냉전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중도 리버럴 조(웨스트 버지니아의 조 멘친 상원의원) 단 한명이 바이든의 좌선회를 막을 수 있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사회민주주의적 선회를 통한 뉴딜 2.0의 꿈과 현실의 간극은 너무 크다. 과거 진보의 영웅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도 제2의 권리장전 선언을 통한 뉴딜 2.0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과연 지금 정치지형에서 바이든이 루즈벨트 2.0이 될 수 있을까?

김동석 : 오바마 정부가 집권 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연금 지급을 유예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등 서민들에게 고통을 분담했다. 그런데 서민들이 양보한 그 돈으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니까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백인 노동자 계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진보진영의 주장을 수용해서 뉴딜정책인 인프라 법안을 추진 중인데 속도가 느리다. 이 뉴딜은 이탈하는 백인 저소득층을 위해서도 바이든 정부로서는 9월 회기가 시작되면 가장 주력해야할 매우 다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홍보차원에서 정치적인 효과를 보려면 최소 3개월, 6개월은 필요한데 민주당 내 중도파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 "바이든의 외교는 국내 정치" 메시지 주목해야

프레시안 :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바이든 정부가 수세에 처하면서 일각에서는 당분간 북미 관계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바이든 정부 1기 내내 북한과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또 아프간 사태 이전부터 계속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 관계가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한국에도 미치는 영향을 크다고 보여집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한국 사회가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어떻게 방향 설정을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김동석 : 한국은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 안보 이슈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인수위와 정부 출범 직후 외교안보팀들이 내놨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블링컨은 바이든의 외교는 국내 정치라고 말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 시민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외교 안보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이후 4년째 사실상 내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지금도 대선 결과를 놓고 각종 음모론이 유포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정리하고 미국을, 미국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게 바이든 정권 입장에서는 우선이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이 외교안보적 이슈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북핵 문제만 앞세우지 말고 기후변화, 인권 등 한국이 미국과 가치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이슈들에 관심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한다. 아프간 문제도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한 사업 중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명분이 여성 문제다. 처음 미국이 들어갔을 때 아프간 공립학교에 여학생 비율은 2%였는데 지금은 30%다. 이런 문제로 미국과 한국이 외교안보에서 협력하면 상호 신뢰와 이해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 미국은 아프간에서 중국과 충돌을 피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CIA 정보에 따르면 IS세력 지휘부와 신장.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세력이 결합되어 있다는 정보다. 이들에게 시진핑 정권은 미국보다 더 큰 적이다. 지금 당장에도 그렇고 장기적으로도 중국은 현재 아프간 사태로 절대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과 미국 정부에서 북한을 상대로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북한이 이런 걸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비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더 밀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팬데믹 사태로 다급한 지원은 중국에서 얼마든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북관련 한국의 입장과 전략은 북한 눈치 보기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이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에 어필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변화도 어려울 듯 보인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변화되지 않는 한 북의 강경파의 입장은 변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한미, '불가능한 대통령직'의 시대…기존 지형에서 벗어난 사고 필요

안병진 : 지구적 상황이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노멀로 진입했다는 걸 겸허하고 치열하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지구행성적 차원 위기인 기후위기와 미중간의 신냉전, 북한의 핵 보유 등 냉엄한 새 현실과 관련해 자신들의 신노선을 제기하고 대선기간 치열한 논쟁을 전개했으면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기존 지형에서의 전략적 모호성 대 미국 질서 편승론, 관여 대 압박의 전통적 견해 대립만 보인다. 남은 대선 기간 공적 지식인들 및 대선 주자들간의 치열한 신노선 논쟁이 필요하다. 나는 뉴노멀 시기와 관련된 내 입장을 "다원주의적 국제주의"로 정리한 바 있다. 다른 장에서 이에 대해 보다 깊이 논의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신노선 논쟁만큼 중요한 것이 비록 대선 경쟁 기간이지만 서로간의 공통 합의의 토대를 구축해가는 것이다. 초당적 토대가 견고해야 다음 대통령이 정치자본을 더 발휘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고민이 적어 보인다. 지금의 이 이분법적 대결 및 내전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는 확장된 정치자본 토대 위에서 주변 열강들과 고도의 외교안보 게임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모두 제레미 수리 텍사스대 교수가 쓴 표현처럼 "불가능한 대통령직"(impossible presidency)의 시대인 것 같다. 미국의 바이든이나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이 '불가능한 정치의 기예'를 잘 발휘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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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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