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노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

[그녀들의 맛있는 한의학] 구당전복조림

3화. 주름이 걱정된다면 중력을 이겨내자

"40살은 장부와 경맥이 충만하고 안정적이지만, 피부는 탄력을 잃기 시작하고 몸은 조금씩 약해지고 머리는 희끗희끗해진다. 기혈이 안정적이고 요동치지 않으므로 앉는 것을 좋아한다.

四十歲, 五臟六腑十二經脈, 皆太盛以平定, 腠理始疎, 榮華漸落, 髮鬢班白, 氣血平盛而不搖, 故好坐." - 동의보감 내경편 권1 신형身形 중에서 -

물 밑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일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노화도 마찬가지로, '아! 예전 같지 않구나.' 하는 감각은 어느 날 갑자기 선명해진다. 유전자와 건강관리 정도,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날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

태어나서 10대와 20대를 거치며 거침없이 상승하던 몸의 추진력은 30대가 되면서 서서히 감소하다가 정점을 찍는다. 그 후 일정 기간은 추진력의 여력으로 떨어지지 않고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지만, 서서히 노화라는 행성의 인력에 끌려 떨어지기 시작한다. 동의보감에서는 40대를 그 기점으로 삼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나이’가 헛갈리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기필코 한 살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고, 어른들은 어느 해부터 자신의 나이를 잊으려고 애쓴다.

몸의 궤도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 중 하나가 바로 주름이다. 모든 피부가 탄력을 잃고 중력의 영향으로 처지지만, 가장 높이 그리고 늘 드러나는 얼굴의 주름은 노화의 척도처럼 여겨진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주름 없는 탄력 넘치는 얼굴은 젊음과 미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고생을 안 한 얼굴 즉, 물질적 부유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얼굴의 주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좋은 것을 피부에 양보하고, 마비시키고, 채우고, 잡아서 끌어 올린다. 하지만 이 모든 도전적 시도들은 잠시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최종승자는 언제나 시간과 중력이다.

다양한 시술들로 주름 없는 표정 없는 얼굴을 만드는 대신 보기 좋은 주름을 만들 수는 있다. 시간을 멈추고 중력에서 벗어나진 못해도, 그 속도와 방향을 조금은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신체변화를 막아보려는 노력은 현대인만큼이나 옛사람들도 치열했다. 깊이 관찰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중에 당시의 세계관과 부합하고, 합리적이고,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이 기록되고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효과가 있는 처방도 개발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법, 숨 쉬는 법, 먹는 음식과 같은 일상의 것들이었다.

이 중 몸을 움직이는 법인 운동에서 우리가 원하는 답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동양의 전통적인 운동이 강조하는 것은 유연함과 바르고 안정적으로 서는 힘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뻣뻣해지고 직립의 구조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막을 수 있다면 좋은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양한 운동법 중에서도 직립의 힘을 키우는 동작을 포함한 방식이 중력을 이겨내는 힘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이런 운동으로는 태극권이나 국선도와 같은 전통적인 동양의 운동이나 요가나 필라테스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간단한 운동으로는 참장도 있다. 이 외에도 흔히 코어근육을 강화한다고 일컬어지는 다양한 운동에는 직립의 힘 즉, 항중력의 힘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동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주름의 발생을 줄이고 싶다면 기본적인 유산소 운동과 함께 위에서 예로 든 항중력의 힘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주름을 떠나서도 두 다리로 곧게 설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것은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요건이다. 세포수준에서도 몸 전체에서도 좋은 구조는 좋은 기능과 직렬 되기 때문이다. 젊어서 시작하면 더욱 좋겠지만, 구조적 약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0대 이후에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사람의 주름은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으면 살아왔는가가 주름을 통해 나타난다. 그 흔적들을 지우려고 애쓰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와 함께 뜻하지 않게 오래 사는 시대를 대비해서, 중력을 이겨내는 힘을 키운다면, 예쁘지는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을 거울 속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당전복조림. ⓒ고은정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구당전복조림

구기자는 차로 마시거나 음식을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약재이자 식재료다. 당귀는 담겨있는 봉지를 열기만 해도 그 독특한 향이 나를 사로잡는다. 구기자와 당귀를 넣고 약초간장을 만든다. 전복을 조리는데 사용할 간장이다.

전복을 손질하는 손길이 빨라진다. 맛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전복을 껍질에서 분리하고 내장은 따로 갈무리해둔다. 전복의 내장은 초록색을 띠는 것이 암컷이고 노랑색을 띠는 것이 수컷이다. 산란기에는 더욱 선명한 색을 띠지만 맛은 비슷하니 조림이 끝나면 식은밥 한 공기와 함께 죽으로 끓일 것이다.

전복의 살은 칼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 느낌이 온몸으로 전달될 만큼 그야말로 탱글탱글하다. 씹으면 오독오독 소리와 함께 어디에도 없는 식감이 느껴진다. 오래 익혀도 살이 풀어지는 법이 없다. 들기름에 볶아서 조리면 이번엔 쫀득쫀득하니 입에 착착 감긴다. 미역이나 다시마만 먹고 어찌 이리 자랐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전복살의 미끈미끈한 점액성 탄력이나 익은 전복살의 쫀득함이 피부에 탄력을 주고 천연의 리프팅 효과를 줄 것이라 기대하며 전복을 조린다.

조림이 끝나고 흰밥에 한 점 올리고 입에 넣으니 구기자의 구수한 단맛과 당귀의 은은한 향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짭조름하니 밥맛을 부른다. 자고 나면 몰라보게 좋아진 피부를 만나게 될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재료>

전복살 200g, 들기름 1큰술, 약초간장 1큰술, 조청 1큰술, 청주 1큰술, 물녹말, 잣 혹은 통깨

약초간장 : 간장 2컵, 청주 1컵, 물 1컵, 구기자 20g, 당귀 10g

물녹말 : 감자전분 1/2작은술, 물 1큰술

<만드는 법>

1. 약초간장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인다.

2. 간장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최소로 줄이고 30분간 달인다.

3. 간장을 체에 걸러 건더기는 버리고 간장만 병입해둔다.

4. 전복은 솔로 문질러 씻어 껍질에서 분리한다.

(내장은 따로 떼어내서 죽을 끓이면 좋다.)

5. 전복의 살을 한입 크기로 저며 썬다.

6. 냄비에 전복을 넣고 들기름에 달달 볶는다.

7. 청주를 먼저 넣고 간장, 조청, 청주를 넣고 약한 불에서 조린다.

8. 국물이 조금 남은 상태에서 물녹말을 넣고 다시 한 번 조린다.

9. 그릇에 담고 잣이나 통깨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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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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